눈이 오는 날엔 이문세 노래를 듣는다
별안간 시간 여행을 한다
이렇다 할 예고도 없이 함박눈이 쏟아진 밤에
발목 위까지 올라온 눈밭을 헤치며 조심스레 걸어간다.
가로등 불빛에 한낮의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눈은
밤에도 조금 눈이 부시다.
아무도 없는 벤치 앞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며
이문세 노래를 듣고 싶다.
별안간 시간 여행을 한다.
어린 시절 거실의 낡은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 앞으로.
수동 스위치 몇 개가 빠진 전축, 기분 좋게 돌아가는 턴테이블,
촌스러운 술이 달린 커튼 아래로 구름이 천천히 지날 때
LP에서 흘러나오던 소년 같은 목소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박자에
어렵지도 유치하지도 않은 가사와
단순하고 아련한 멜로디,
주름 없는 부모님의 얼굴과
쟁반 위에 따뜻한 둥굴레차,
시간이 느리게 흐르던 하루 앞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날들 속으로.
그걸 알기에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오늘처럼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날에는
이문세 노래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