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는점은 0에서 시작한다.
강물이 조금씩 얼어붙어
물고기들은 심연으로 달아난다.
빙판에 해가 예리하게 비치고
하얀 입김이 구름처럼 피어나면
비로소 겨울이 온 것이다.
이파리를 모두 떨군 나무 너머로
모든 풍경이 한결 선명하게 보인다.
여름의 수증기와 가을의 색감을 벗어난
세상은 단호할 만치 깔끔하다.
머리 위로 찬 바람이 불면
손을 주머니에 숨기고 천천히 걷는다.
강바닥에서 서로의 온기로
겨울을 나는 물고기들처럼
시린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어
이 계절을 버틸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달이 푸른 밤에
강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강가에서부터 끊임없이 부서지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를
그 소리는 요란해서 마치 강물이
참았던 숨을 몰아 쉬는 것만 같다.
녹는점은 0에서 시작한다.
얼음 결정이 깨지는 순간이다.
한겨울이라도 동지가 지나면
해는 조금씩 길어지므로
어둠이 더 천천히 온다는 건
은밀하게 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0에서 두 계절이 교차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