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눈사람의 이름으로 온다.
눈이 오는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난 어린이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만든
처진 눈에 웃는 얼굴, 앙상한
두 팔을 벌린 작은 눈사람.
몇 시간 후면
겨울 햇살에 눈물처럼
반짝이다가 사라질 눈사람.
무심코 지나가다
출퇴근 길 걱정 따위는
잠시 잊은 채 멈춰 선다.
어째서 이렇게 무해하고
어설픈 눈덩이가
마음을 쓰이게 하는 건지.
정성에 비해 턱없이 짧아 보이는
일생이 가여워서 인지.
결국엔 우리도 하나 둘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때문인지.
세상에 남아있는 동안은
햇볕 아래 웃고 있는
눈사람처럼
아주 무의미하고도
아주 가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는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간
어린이처럼
언젠가 저 아이가 자라서
세상살이에 지쳐
눈이 퀭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느 어린 예술가가
생명을 불어넣은 눈사람으로
아무 이유 없이 위로받기를.
희망은 눈사람의 이름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