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눈사람의 이름으로 온다

눈사람

by 김경리

희망은 눈사람의 이름으로 온다.


눈이 오는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난 어린이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만든


처진 눈에 웃는 얼굴, 앙상한

두 팔을 벌린 작은 눈사람.


몇 시간 후면

겨울 햇살에 눈물처럼

반짝이다가 사라질 눈사람.


무심코 지나가다

출퇴근 길 걱정 따위는

잠시 잊은 채 멈춰 선다.


어째서 이렇게 무해하고

어설픈 눈덩이가

마음을 쓰이게 하는 건지.


정성에 비해 턱없이 짧아 보이는

일생이 가여워서 인지.


결국엔 우리도 하나 둘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때문인지.


세상에 남아있는 동안은

햇볕 아래 웃고 있는

눈사람처럼


아주 무의미하고도

아주 가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는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간

어린이처럼


언젠가 저 아이가 자라서

세상살이에 지쳐

눈이 퀭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느 어린 예술가가

생명을 불어넣은 눈사람으로

아무 이유 없이 위로받기를.


희망은 눈사람의 이름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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