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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Apr 20. 2020

발도르프 학교와 첫 만남

또 하나의 다른 삶을 만나다


나의 교육 철학, 가치관

내가 배움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게 정립된 시기는 30대 중반이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했던 지난 시절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개척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교육은 정치나 종교처럼 어떤 신념이 있어 쉽게 설득할 수 있거나 변화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부부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도 서로 달랐다. 결혼 초기부터 우리 부부는 교육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누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세상이 정해 놓은 매트릭스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우리 아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로 보내고 싶어.."

결혼 후부터 지속적인 대화로 교육 가치관에 대한 부부의 교집합이 완성되고 어느덧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서울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했고 마침 주변에 발도르프 학교와 만날 수 있었다.


발도르프 학교와 첫 만남


친절히 맞이해 주시는 수수한 모습의 학부모님들까지
한적한 공간에 어우러진 독특한 하모니가 옛날 방학 때 외갓집 찾아가
놀던 그때를 회상하게 했다.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한 A 발도르프 학교 입학설명회 참석으로 우리 부부는 발도르프 학교, 교육과 첫 만남을 가졌다. 처음 우리 부부를 맞이한 곳은 주차장에서 봉사하시는 발도르프 아빠들이었다. 수수한 차림에 평범한 아저씨들께서 친절하게 주차할 곳을 안내해 주시었고 산 중턱에 위치한 산을 서서히 올라갔다.

어느덧 산 중턱에 이르자 평지가 나타났고 오래된 건물과 그리 정돈되지 않는 시설물이 보였다. 학교 학부모님들로부터 안내를 받고 설명회 전 시간이 남아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건물 외 시선을 끄는 곳은 테이블 위에 전시된 학교 아이들의 노트, 작품들이었다. 아이들의 노트는 일반 학교에서 쓰는 기성품 노트가 아니었고 수제 노트였다. 조심스레 노트를 열어보았더니 낙서처럼 보이는 줄 긋기만 보였다. 줄 긋기는 반듯하지 않고 삐뚤거리며 제각각이었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왜? 이런 노트를 전시해 놓았을까? 학교 아이들의 전시물을 처음 본 느낌은 옛날 시골장터에서 중고물품을 팔기 위해 전시 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 노트가 얼마나 소중하며 아이의 정성과 인내 그리고 노력이 많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안다. 자세한 내용은 차츰 소개하겠다.)


발도르프 학교와 첫 만남은 시골학교 분교 느낌처럼 아늑했다. 빛바랜 건물들과 학교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 그리고 친절히 맞이해 주시는 수수한 모습의 학부모님들까지 한적한 공간에 어우러진 독특한 하모니가 옛날 방학 때 외갓집 찾아가는 놀던 그때를 회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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