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학 도슨트 Mar 25. 2021

뉴욕과 맞바꾼 육두구 주인은?

육두구를 품은 네덜란드의 비극

그림으로 읽는 부의 역사

역병이 창궐한 富의 역사_05


<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테르 하이 데 전투>, 위키디피아


  시커먼 화염으로 뒤덮인 어둠의 바다, 침몰하는 배 옆으로 작은 구명정에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커다란 배들은 얽혀 한창 전투 중이며,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절규가 울리는 아비규환 현장입니다. 혼돈으로 가득한 어둠의 바다 한가운데 낯익은 국기가 보입니다. 영국과 네덜란드 국기입니다. 이 작품은 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의 테드 하이 데 전투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벌인 전쟁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육두구와 향신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육두구와 향신료의 황금 땅인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기 위한 유럽 국가들의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특히 해상 패권을 다투던 영국과 네덜란드는 몇 차례 치열한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들이 전쟁을 한 이유는 바로 ‘런섬(RunIsland)’이라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서 재배되는 육두구 때문이었습니다. 런섬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에 있는 반다제도의 작은 산호섬으로 육두구가 자생하는 지구 상의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런섬은 부를 가져다주는 육두구가 가득한 황금섬이었습니다.


황금섬을 탐한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육두구에 대한 집착은 대단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이 먼저 런섬에서 육두구 거래를 하고 있었지요. 현지인들은 자유거래를 통하여 높은 가격에 팔려고 했지만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을 몰아내고 육두구 독점 거래를 원했습니다. 1609년 현지인들은 네덜란드와 육두구 거래 협상을 미끼로 유인하고 이들을 죽입니다. 당연히 네덜란드는 보복을 합니다. 마을을 약탈하고 파괴한 네덜란드의 힘에 현지인들은 결국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지인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독점거래권을 네덜란드에게 넘겨주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꼼꼼한 네덜란드는 현지인들 감시를 위해 반다 네이라(Banda Neira)에 요새를 세웁니다.


육두구를 품은 네덜란드

  대항해 시대 네덜란드의 부를 창출하는 기술은 최고였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 육두구 가격을 지배했습니다. 육두구 가격이 비싸지면 대량으로 재배했고, 가격이 싸지면 육두구 나무들을 없애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정해 큰 이익을 보았습니다. 육두구를 생산하기 위해서 고된 작업에 수많은 원주민이 동원되었고 그들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혹사당하다가 죽거나 불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부를 향한 잔인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네덜란드, 악마의 거래를 선택하다

  런섬의 육두구를 쟁탈하기 위한 영국과 네덜란드의 싸움은 몇 년간 이어집니다. 네덜란드에게 육두구를 넘겨주기 싫었던 영국은 런섬의 육두구 나무를 싹 베어 버립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의 씁쓸한 모습이네요. 내가 못 먹으면 너도 안된다는 부를 향한 욕망은 비이성적인 모습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런섬을 둘러싼 영국-네덜란드의 전쟁은 결국 네덜란드가 승리하게 됩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런섬에 대한 권한을 영국으로 이양받습니다. 대신 네덜란드는 영국에게 뉴 암스테르담을 넘겨주게 되지요.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당시 쓸모없는 뉴 암스테르담을 포기하고 육두구와 향신료의 재배지인 런섬을 차지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거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뉴욕을 품은 진정한 승리자, 영국

  하지만 진짜 승리자는 영국이었습니다. 영국이 서인도제도를 발견한 것이지요. 인도네시아와 기후가 비슷한 서인도제도에서 육두구를 대량 생산해 유럽에 몰래 풀었습니다. 육두구를 들여오는 바닷길 거리도 영국이 훨씬 가까웠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유럽에서 육두구 가격은 급락했고 육두구 무역으로 이익을 보지 못한 네덜란드는 뉴 암스테르담마저 영국에 넘겨주었던 것입니다. 뉴 암스테르담은 훗날 글로벌 금융의 중심인 뉴욕(New York)으로 발전합니다.  

1660년 뉴 암스테르담의 일부였던 로어 맨해튼의 모습, 위키피디아


육두구 쟁탈을 위해 전쟁까지 벌인 영국과 네덜란드,

승리한 네덜란드는 육두구 독점권을 확보하고, 패자인 영국에게 뉴 암스테르담을 양도합니다.

하지만 이 거래는 역사상 최악의거래로 기록됩니다.

영국은 네덜란드 몰래 육두구를 재배해 유럽에 공수하여 육두구 가격은 폭락하고

영국 양도받은 뉴 암스테르담은 훗날 뉴욕으로 발전합니다.  

악마의 거래를 선택한 네덜란드는 차츰 왕좌의 권위를 잃어가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육두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