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Appetit!” 서빙을 마친 직원이 이렇게 말하고 간다. 실제로는 처음 들어보는 인삿말이다.
우리는 프랑스에 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프랑스 식당에 갔다.
프랑스 음식점 Le Chef.
딸은 프랑스 음식뿐 아니라 여러나라의 음식에 관심이 많다. 특히 고급스러운 음식들..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부모와는 또 다르다. 딸은 약한 식이장애를 겪은 터라, 음식을 조금밖에 먹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에 자신은 음식을 적은 양을 최대한 질 좋은 것으로 섭취해야한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 덕분에 우리 부부도 그런 미식의 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이 프랑스 식당에 방문하는 건 두번째이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1. 달팽이 요리 (에스까르고)
- 비오면 마당에 속출하는 그 달팽이와 아주 비슷했다.
먹을 만한 속살이 너무 적었다. 달팽이 껍질은 엄청 크고 동그랬는데 전용 포크로 찍어서 나온 건 너무 조그마했다. 쫄깃하지도 않고, 특별한 향도 없고, 같이 나온 소스와 빵을 곁들이니 그나마 먹을만했다. 딸은 아주 좋아했다.
2. 연어 그라브락스
- 날것을 간간하게 소금에 재운 것 같은 네모난 연어 필레위에 알수없는 허브가 잔디깎아놓은 것마냥 잘게 뿌려져있었는데 그 맛은 김이나 파래같은 어떤 해조류를 연상시켰다. 배불러서 남겼다.
3. 어니언 수프
- 환상의 맛이었다. 감칠맛이 폭발하는 게 뭔지 알것 같았다. 갈비찜 맛이 살짝 나는 건 기분탓이겠지. 양파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보다. 신기하게 고기맛도 나고, 바게트 빵같은 것이 두 조각쯤 그 안에 빠져있었고 그 위에는 녹은 치즈. 가장 만족감을 준 요리였다.
4. 스테이크와 칩스
- 그날의 런치 메뉴였다. 달팽이도, 연어도, 어니언 수프도 불필요하게 높은 가격도 싫어하는 남편의 호응 최고. 남편은 거의 이것만 먹었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시켰지.
같이 주문한 음료는 그냥 평범했다. 토마토 쥬스, 진저비어, 커피.
“Everything’s fine? Miss and Madame?”
직원분이 지나다 친절하게 물어봐준다.
난 Miss 밖에 못 들었는데 딸아이가 뭐라고 대답을 한다.
나는 그냥 웃어보였다. (못 알아들어도 일단 웃는 게 버릇이 되었다)
Madame이라 불리기는 처음인 것 같네. mam, darling, love까진 들어봤어도. 이런말을 들을때면 그에 맞게 행동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예약을 하지 않아서 남는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문 옆이었다. 사람들이 오고 갈때마다 바람이 들어와 추웠다. 두꺼운 나무문이 잘 닫히지 않아서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끔 손수 문을 닫는 수고를 해야했지만 전반적으로 맘에 드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