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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Aug 23. 2023

이웃, 음악

밤, 어느집인지 모르겠지만 하와이안 풍의 음악이 동네에 울려퍼진다. 그것은 가정용 노래방기계에서 나오는 것인듯 한데 오늘같은 평일에도 작동하고 있다. 외모 역시 목소리만큼 아름다울 것같은 여인의 목소리가 쿵 쿵 짝- 쿵 쿵 짝-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들려온다. 나이는 서른 중반쯤으로 추정된다. 리듬은 언제나 일정하지만 결코 하나의 노래는 아니다. 왜냐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저 노래는 곡조만큼은 바뀌기 때문이다. 우리 옆집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가까이 들릴 수가 없다. 몇 년 전에 유행했을법한 팝 뮤직 리스트를 틀어놓고 따라부르던 그녀일까. 우리 동네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다. 집 주변으로 돌아가며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들리는데, 가끔은 나도 서툰 피아노 솜씨로 바흐며 모차르트를 뚱땅거릴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저 음악은 태평양 섬나라인 이 지역에 어울리는 음악이라 딱히 이질감이 없기에 아무도 반대할 수 없을 듯하다. 흔하게 들려오는 인도, 하와이, 중국 음악... 아직까지 케이팝은 동네에서 들려오지 않지만 마트나 쇼핑몰에선 쉽게 들을 수 있다. 온화한 날씨만큼이나 사람들 마음이 여유로운 건지 가끔 새벽까지 둥둥 울리는 음악과 함께 파티를 즐기는 이웃에게 참다참다 찾아가 한마디했다는 일화는 들을 수 있어도, 평일 저녁에 울려퍼지는 노래방기계 소리정도에는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특히 주말에는 좀 시끄럽더라도 참고 넘어가 주는 분위기. 이런 분위기는 인내심을 길러준다기보단 너무 자주라 그냥 귀찮아서 포용하게 되는 능력을 갖게 해준다. 게다가 이런 좁은 동네에서 조금 시끄럽다고 해서 이웃에게 불평을 했다간 두고두고 이웃과의 대면이 껄끄러워질 수 있다. 이것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다. 그날, 새벽 세시가 되도록 떠들썩했던 그 가족들과 우리 가족은 사이가 좋았었다. 불만을 표시하기 전까진 모든게 좋았단 말이다. 그 이후에도 겉으론 아무 문제없었지만, 서로 내심 미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여 조금 껄끄러워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 사는 이 집으로 이사를 서두르게 된 데는 그 이유도 한 몫한다. 이렇게 적는 동안에도 하와이안 풍의 느긋한 음악은 울려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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