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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Oct 22. 2023

굿 모닝

Close your eyes and I'll kiss you

Tomorrow I'll miss you

Remember I'll always be true

And then while I'm away, I'll write home everyday

And I'll send all my loving to you


한 번 듣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몸을 들썩이며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가 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나오는 선곡 리스트에 이 곡이 포함되어 있나보다. 비틀즈의 all my loving. 노래가 나오자 옆에서 아침을 먹던 주인 아저씨가 노랠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close your eyes and i’ll kiss you to-morrow i’ll miss you… 옆엔 아가가 앉아서 유튜브로 동요가 나오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왼쪽에선 팝음악이, 오른쪽에선 동요가 작게 나오고 있었고 아저씨의 귀와 입은 동요에 쏠려있었는데 이 노래가 나오자마자 어찌할 수 없다는 듯이 노랠 따라부르신다. 흥겹게.


마침 나도 브런치를 먹으면서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며 아무도 안들리게 가사를 읇조리고 있었기에 그의 노랫소리가 반가웠다. 손님을 신경쓰랴. 지금 내가 흥겨운데. 하는 것 같았다. 풋 웃음이 나왔다. 그마음 충분히 알아요. 그 순간 그는 모르지만 우린 연결성을 갖게 된 것이다. (혼자만의 생각)


밖에 자리가 많지만 안은 좁은 카페인데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좁은 가게안 통로로 커다란 유모차가 지나가기도 하고 한쪽 구석에 아기와 아저씨가 앉아있기도 했다. 자주 유모차를 밀고 바람을 쐬러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유모차가 지나갈때 밀리는 의자를 잡아주었더니 그 덕에 우리는 아기와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say hi~' 'hi~~' 아기와 눈맞춤을 하고 인사까지 하다니 기분 좋은 일이다. 거의 행운이다.


커피는 초콜렛처럼 고소하고 쓰고 달다. 이 집을 찾는 주된 이유이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그 맛, 저절로 여기 커피는 정말 맛있어요 라고 외치고 싶다. 음악도 대부분 취향이고. 그러나 저 all my loving은 약간 의외의 선곡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이 난다.


브런치를 다 먹고 남편과 나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신청해둔 책이 있기에. 어쩌다보니 남편에게 Emily Dickinson을 전도했고 어느날 자발적으로 그는 그녀의 시를 필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책린이이다. 공부는 잘했지만 교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읽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자기 전에 읽는 책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지금은 아들러 심리학에 거의 도취되어 있다.


신청해둔 책 다섯권이 잘 도착해있었다. 나는 생색내듯이 당신 책이야 하며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내밀었다. 오 dick! 이게 그의 첫마디였다. 어휴~~ 잘 읽을 수 있을까.


차를 몰고 오고 가며 신호등이 없는 작은 횡단보도에서 건너려는 사람들을 본다. 차를 멈추니 사람들이 건너며 눈짓을 보낸다. 당연한 건데도 고맙다는 듯 웃는 표정과 알아주는 손짓을 보낸다. 어쩌면 남편이 손을 흔들어 천천히 지나가시라고 먼저 신호를 줬는지도 모른다. 일종의 수신호같은 것. 나는 그가 그런 수신호를 보낼때마다 속으로 감탄 혹은 감동하곤 한다. 우리가 차 안에 있을 때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입장일때나 마찬가지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여유, 배려, 사회성, 적절함. 그런 걸 잘 못하는 나는 그저 차 안에서 지켜보거나 길을 건널땐 조금 바삐 뛰는 척 하는 걸로 내 성의를 전할 뿐이다. 횡단보도에서 나와 같이 종종걸음으로 속도를 내는 척 건너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와 함께 길을 건너며 고맙다는 웃음을 짓는 사람들을 보며, 여자친구를 보호하듯 몸을 살짝 그쪽으로 돌리고 우리에게 수신호로 잠깐 멈춰달라고 하는 청년을 보며 마음속에 애정이 피어나는 것을 느낀다.


아침에는 굿모닝이란 인사가 적격이다. 그것은 하루를 좀 더 낫게 만들어준다. 카페 주인 언니에게서 들은 그 인사를 소중히 간직해본다. 다음에는 하우 워즈 유어 모닝? 이란 물음에 그저 굿이라고만 하지 말고 하우 워즈 유어스? 내지는 하우 아 유? 로 질문을 돌려줘야지. 넋놓고 있으면 잊어버리는 일들이다.


오늘 만난 사람들의 미소와 음악이 모두의 마음에 물들길 바라며.


비틀즈 - all my loving

https://youtu.be/TSpiwK5fig0?si=iVQ66fyzBMzIVh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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