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leis Jul 02. 2023

Play life beautifully

아름다운 연주라는 것, 그리고 삶

시모어 번스타인의 책을 읽는다. <Play Life More Beautifully> 우리나라에 나온 번역서 제목은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보여줬던  그의 연주가 너무 아름다웠기에

그의 글도 찾아 읽어보고 싶었다.  


사실 그의 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대형서점에서 마주친 그의 책을 홀리듯 사와서 탐독한 적이 있었다.  <자기 발견을 향한 피아노 연습>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나 여기에서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재능과 우리 자신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그러므로 연습을 통하여 우리의 재능을 꽃피우려 노력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있고 꼭 필요하다는 거다.  


나는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연습은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꼭 드는 곡을 만났을 때, 나는 그 곡에 내 전 존재를 의지하다시피하여 연주하고 또 연주했다  그것이 연습은 아니었던 것이, 처음 칠 때부터 나는 그 멜로디에 영감을 받았고 그 곡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고, 그럼으로써 일어나는 감정들과 함께 전개되는 연주는 아무리 서툴더라도 어떤 의미에선 이미 완성된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연주 속에서 모든 필요한 기교와 기술, 악상과 감정표현은 저절로 무르익어 갔고,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내 몸안에 있는 그 음악을 그냥 끄집어 내기만 하면 되었다.  


이렇게 순수한 열정에서 하는 일들은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사뿐히 뛰어넘고 극복하게 만드는데, 물론 모든 일이 다 그렇진 않다. 그 일이 우리가 아무리 사랑하는 일일지라도  

언젠가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야 하는 한계점이 온다.  

그러기 위해 규칙적인 연습과 그것을 위해 계획하는 일들, 그 시간을 내기 위해 희생하는 것들, 그리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에도 묵묵히 견뎌내는 미덕, 이런 모든 연습과정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재능을 추구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습관들이 실제로 재능과 무관한 다른 삶의 부분들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고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루라도 피아노를 치지 않고 넘어간다면, 아니 무슨 사정으로나 얼마간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온전히 내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  -  이 깨달음은 실제로 겪고 나서야 얻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외국에 나와 살게 되었을 때, 한동안 칠 일이 없다고 여겨서 악보들도 모두 팔아버리고 왔을 때, 몇 개월이나 피아노 건반에 손이 닿는 느낌을 잃고 살았을 때 였다. 그 외에도, 뭔가 우선 순위에 밀려서 피아노 연습 따위는 사치라고 느껴졌을 때, 나는 그 사치가 없이는 어떤 중요한 일도 제대로 착수할 수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