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용캉우육면
소주군과 소맥양의 사연
오빠, 해장에는 얼큰하고 매콤한 빨간 국물이 최고야~
그럼 속 버려. 난 구수하고 묵직한 하얀 국물 떠먹고 싶은데.
긴급 상황입니다. 여자친구와 싸움이 벌어졌어요. ‘내일 해장에는 어떤 음식이 좋을까?’라는 주제로 말이죠. 한국이라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만... 불행히도 저흰 현재 대만을 여행 중입니다.
아! 그전에 저희 소개를 먼저 해야겠네요. 전 반주로 먹는 소주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소주군(남. 26세)입니다. 여자친구는 소맥제조의 일인자로 알려진 소맥양(여, 24세) 이고요. 그녀와 전 여행 동아리에서 만났습니다. 가명에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가까워졌죠. 대만은 사귄지 1년 된 기념으로 결정한 여행지입니다. 모든 것이 무난히 흘러갔어요.
용캉우육면 먹으러 대만 갈 때, 누구보다도 쓸모있는 앱 클룩(klook)
그런데 이곳, 바로 101타워 35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가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여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유명하잖아요? 혹시 여기 와 보셨나요? 와보셨다면 아마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을 지도 모르겠네요. ‘여길 오려고 그 난리법석을 떨었다니!’ 라고 말예요. 대만시내를 내려다보며 황홀경에 빠진 것도 잠시였어요. 우린 90분밖에 안 되는 제한시간의 3/4를 해장에 대한 논쟁으로 허비해버렸죠. 바로 그 사실이 그녀를 더 화나게 만들었겠죠. 그녀는 여전히 빨간 국물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 네. 저도 마찬가지고요. 전 술 먹고 다음날 매운 걸 먹으면 속이 더 아프거든요. 언제 또 대만에 와볼 수 있을 거라고... 아픈 배를 움켜잡고 온전히 관광을 즐길 수는 없잖아요? 저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 어이없는 고민 상담이라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절실합니다! 알려주세요!
칼럼니스트의 추천
웃다뇨. 소주군의 절실한 감정상태가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그 고민 잘 알죠. 양보하면 그만일 듯한데 그 쉬운 양보가 은근히 되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존심을 버릴 수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그게 뭐 엄청나게 큰 일이라면 모를까 작은 상황에서까지 굳이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는 거 말이죠.
맞아요. 연인과의 싸움은 단순하고 사소할수록 무서운 법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더라도 당장은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별 거 아니라는 생각에 그 회복에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죠. 하지만 그 엄청나게 작고 사소하기만 했던 씨앗이 살아남아, 불신과 나태함이라는 양분을 먹으며 무럭무럭 성장하는 법입니다. 결국 그건 작은 틈을 엄청 크게 벌려놔 이별이란 골짜기를 만들어내곤 하죠.
이런 사소한 싸움의 대부분 원인은 선택으로 인한 갈등입니다. 연애는 선택의 연속이죠. 어디로 여행을 갈지, 무슨 영화를 볼지, 그리고 소주군의 상황처럼 어떤 메뉴를 먹을지에 대한 것 까지 말이죠. 혼자서 선택을 해오던 인간이 누군가와 함께 공통의 선택을 만들어 나가는 행위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당연히 갈등이 생기는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연설이 좀 길었네요. 일단 소주군에게 중요한건, 지금 처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거겠죠? 매운 국물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맵지 않은 고기국물을 좋아하는 소주군이 동시에 만족할 만한 해장국집을 찾는 것!
그런 상황일수록 되도록 검증된 맛집을 찾아 가는 게 좋습니다. 골목 깊숙히 숨겨진 특별한 맛집을 데려가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간, 오히려 핀잔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로 이번 추천은 꽤 간단히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주 유명한 곳이거든요. 아마도 대만 여행을 위해 맛집을 조사했을 때 메모해 놨던 곳일겁니다. 1963년에 오픈을 한 이후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용캉제에 위치한 ‘용캉우육면’이거든요.
용캉우육면 먹으러 대만 갈 때, 누구보다도 쓸모있는 앱 클룩(klook)
우육면은 소고기와 사골을 넣고 오래 끓인 육수에 면을 넣은 대표적인 중국 요리입니다. 그리고 용캉우육면은 타이페이에서 가장 유명한 우육면 집중 하나죠. 이연복 셰프가 극찬한 맛집으로도 유명하더군요. 언제나 방문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있는 집이긴 하지만, 메뉴 자체가 단촐해서 회전율이 좋습니다. 거기에 꽤 넓은 2층까지 있어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요. 맛 도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특별히 이곳을 추천한 이유! 그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메뉴 때문이죠. 바로 하얀 우육면의 존재!
당연히(?) 우육면이라 하면 매콤한 빨간국물의 우육면(홍소우육면)을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이곳에 파는 하얀 국물의 우육면도 맛이 좋아요. 사실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행지에서 겨우 한 번 방문하게 가게에서 대표메뉴 외의 메뉴를 주문하기 쉽지않죠.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들은 대부분 빨간우육면을 먹더라고요(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만 방문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 여기서 파는 하얀 우육면의 존재 때문에 소주군에게 이곳을 추천하는 거예요. 빨간 우육면은 웬만하면 다 맛있더라고요(면세점의 레토르트 우육면도 맛있습니다). 그런데 하얀 우육면 만큼은 여기가 참 맛있더라고요. 이 곳이라면 여자친구가 원하는 빨갛고 매콤한 국물도, 소주군이 원하는 육향이 진한 뽀얀국물도 함께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1인 1우육면의 공식을 앞세우고, 꼭 방문해 보면 좋겠네요!
거기 메뉴판에 있는 대통밥(?)도 꼭 먹어봐요. 빨간 우육면의 그 국물로 밥을 찐 것 같은데, 향신료를 좋아한다면 엄청 반길만한 맛 이예요. 출입구 쪽에 반찬들이 층층별로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고민하지마세요. 시킬 수 있는 것들이니까. 저도 처음에 방문했을 땐 그게 뭔지 몰라서 못 먹었는데, 현지인들을 테이블을 보면 다들 몇 개씩 골라서 먹더라고요? 이후에 갔을 땐 몇 개 주문해서 먹었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접시에 담아줘요. 메뉴당 40NT 정도하니 3~4개 정도 시켜서 먹어보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사소한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면 연인사이의 재점검이 필요할 거예요. 그건 더 많은 선택의 순간을 함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단 얘기고, 그건 초기에 가졌던 커다란 호감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관계가 지속되기 어렵단 말이거든요. 지금까지가 기초단계였다면 이제부턴 실전으로 넘어가는 거죠.
결혼을 하기 전에 여행을 꼭 떠나 봐란 말이 있어요. 결혼은 아주 긴 연애이고, 연애와 여행에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선택이란 거죠. 선택에서 끝나서 선택에서 끝나는 게 바로 연애거든요. 여행을 떠나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찰해 보면,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 어떤 선택들을 해 갈지 눈에 보여요. 두 사람은 이미 한 번의 여행을 떠났네요. 아마 앞으로 수많은 크고 작은 여행을 함께 하게 되겠죠. 매 선택의 순간 지금처럼 고민하고 싸우면 안 돼요. 지치거든요. 어느 것 하나 절대적 인건 없으니까, 늘 유연한 자세로 대화를 많이 해봐요. 지금껏 당신이 해 왔던 선택 외에, 다른 길을 걸어보는 재미를 느끼는 쪽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나 혼자서 걸을 땐 보지 못했던 걸 같이 보면서 걷는 것. 그게 바로 연애의 가장 큰 재미니까요.
연애만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용캉우육면 먹으러 대만 갈 때, 누구보다도 쓸모있는 앱 클룩(k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