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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룩 KLOOK Nov 28. 2017

제13화. 여기가 이꾸라 천국

이꾸라가 무한 리필되는 일본의 호텔

여기가 이꾸라 천국. 이꾸라가 무한 리필되는 일본의 호텔


생선의 알을 이용한 요리라고 하면, 알탕 밖에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알을 품고 있던 생선이 뭔지도 당연히 몰랐었다. 성인이 되자 알게 되는 생선의 수도, 접하게 되는 생선알 요리의 개수도 늘어났다. 철판을 이용한 요리의 말미엔 날치알 비빔밥이 기본이고, 얼마 전부턴 어란(숭어알)이 들어간 파스타를 즐겨 먹게 됐다. 많은 생선알 요리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게 된 음식이 있는데, 바로 ‘이꾸라 イクラ’다. 투명한 주황색의 탱글탱글한 모양에 씹으면 톡 하고 터지는 재밌는 식감이 매력적인, 연어의 알로 만든 요리다.



‘이꾸라’라는 단어가 연어알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정확히 말해 이꾸라는, 연어 혹은 송어(연어과에 속하는 바다 물고기)의 알을 낟알로 염장한 요리를 뜻한다. 일식집에서 접하는 게 보통이라 일본의 전통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러시아가 그 기원이다. 러시아어로 물고기의 알을 뜻하는 단어인 이크라(ikura)의 일본식 발음이 바로 이꾸라다. 러일 전쟁 때 러시아를 침략한 일본 병사들에 의해 일본으로 전파됐다고 하는데, 러시아인이 먹던 알이라고 해서 한때는 캐비어로 유통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크라의 영어식 표현은 red caviar 이고 캐비어를 이크라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이다. 한국에선 공수하기가 쉽지 않은 생선이다. 녀석이 품고 있는 알 역시 국내 일식집에선 꽤 비싼 식자재에 속한다. 그런데, 홋카이도에선 흔하디 흔한 음식이란 사실이 놀랍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아주 특별한 식자재가 아닌, 젓갈이나 김치와 같은 느낌이랄까? 홋카이도에서도 러시아에 가장 가까운 하코다테에선 집집마다 이꾸라를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김장하는 법을 배우듯, 하코다테에선 이꾸라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게 당연하다는 얘길 현지인에게서 들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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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삿포로- 도미인 아넥스 & 도미인 프리미엄 호텔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호텔! 하면 곧장 떠오르는 곳이 바로 도미인(Dommy inn) 계열이다. 체인화 된 비즈니스호텔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도미인 호텔은, 서울의 강남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분포해 있다.


도미인 호텔들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제법 널찍한 대욕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조식이나 석식 등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는 점이다. 가격 대비 방이 조금 좁을지도 모르겠지만 더없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내와 더불어 비즈니스호텔의 표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본디 비즈니스호텔이란 출장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화려함을 버리는 대신 음식과 욕장에 집중한 도미인 호텔에선, 다음날 일정을 위한 피로 해소를 완벽히 할 수 있었다. 야식으로 제공되는 요나기 소바도, 관광으로 지친 투숙객에게 선사하는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배려 같았다.


삿포로 시내에는 두 개의 도미인 호텔이 있다. 도미인 삿포로 아넥스와 도미인 삿포로 프리미엄이다. 두 호텔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크게 다를 건 없다. 프리미엄이 좀 더 넓다고는 하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닌 듯싶다.

 


조식은 도미인 프리미엄의 1층 레스토랑에 있다. 생각보다 넓진 않은데, 음식의 종류가 정말 많다. 이꾸라와 단새우는 기본이고, 낫토에 김, 각종 생선구이와 두부, 어묵까지... 한국의 여느 해산물 뷔페 못지않다. 심지어 기가 막히게 맛있다. 뷔페식이라고 하면 질보단 양을 떠올리게 돼 있지만, 이곳은 질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요리사들부터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그 이른 아침임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을 맞는다.


식사시간은 6시 경부 터인데, 되도록 빨리 가길 추천한다. 음식의 개수는 많지만 레스토랑 자체는 그리 크지 않으므로, 조금만 늦게 가도 앉을자리가 없다. 특히 단체 관광객들이 많을 때엔 식사를 여유롭게 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삿포로 도미인 호텔의 위치는 삿포로 역보다는 스스키노 역에 가깝다. 상점가가 밀집해 있는 다누키코지의 6쵸메에 위치해 있다. 삿포로 tv타워나 오도리 공원, 그리고 스스키노 번화가와 가까워 삿포로 관광객들에겐 최적의 호텔이라 불린다. 삿포로 역까지의 거리가 있긴 하지만, 택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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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보리베츠 마호로바 호텔


노보리베츠는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도시다. 지옥계곡이 그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온천을 찾는 일본 현지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그래서 정말 많은 숙소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마호로바부터 시작해서 같은 계열인 하나유라, 마호로바만큼이나 큰 다이이치 타키모토칸, 고급 료칸인 타키노야까지... 크고 작은 숙소가 많아 결정장애에 빠진 분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한다. 마호로바는 일반 호텔이 아닌 온천호텔이다. 온천호텔이란 말 그대로 대욕장(온천시설)을 갖춘 호텔을 얘기하는데, 노보리베츠에서 가장 큰 대욕장을 가진 온천호텔이 바로 마호로바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현지인들에게도 꽤 인기가 좋은 곳이다. 마호로바에 가기 전날 방문했던 오타루 료칸의 매니저에게 마호로바라는 호텔을 아냐고 물어봤다. 그는 당연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호텔 중 하나입니다. 대욕장이 정말 최고죠. 싱싱한 게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요.’

정말 그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다음 노보리베츠 방문 시에도 마호로바를 선택할 거다. 넓은 대욕장과 만족스러운 저녁 뷔페는 정말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물론 룸 컨디션이 대단히 좋진 않았다. 비데까지 설치된 욕실은 맘에 들었지만, 방 내부에선 오래된 호텔의 느낌이 났다. 



물론 그것이 불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래서 오래된 호텔이란 수식어를 전통 있는 호텔이란 단어로 정정하고 싶지만, 아무튼 최신식 룸 컨디션을 기대하고 방문한 사람은 100프로의 만족까진 못 느낄 듯싶다. 침대가 있는 양실이 아닌 화실 다다미방을 선택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난 기왕이면 화실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저녁 식사 후 방에 돌아오면 이부자리가 깔려 있는 감흥 정돈 느껴줘야 일본 여행을 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


아!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기왕이면 고층에 있는 방을 요구하라는 거다.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요구를 하자. 창문으로 보는 노보리베츠의 전경과 저녁 하늘이 정말로 일품이다. 재밌는 건 창문에 ‘까마귀를 조심하세요’라는 알림 문구가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까마귀들이 방 안까지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게 궁금해서 창문을 꽤 열어놨었는데 아쉽게도(?) 들어오지 않았다. 


방에서 어느 정도 피로를 풀었다면, 마호로바의 하이라이트인 대욕장과 석식을 경험할 차례다. 대욕장은 1층과 2층의 두 개가 있는데 여느 온천과 마찬가지로 남녀탕의 구분이 시간대로 나뉜다. 체크인 시 받는 안내문에 성별 이용 시간대가 적혀 있으니 필히 숙지하고 이용하도록 하자. 욕장은 두 곳 모두 최고다.  기본적인 탕의 개수는 비슷하지만, 야외 노천탕의 크기와 미끄럼틀의 유무가 다르니 둘 다 경험해 보길 권한다. 미끄럼틀은 아동용 같긴 한데 성인도 이용할 수 있는 크기다. 사람이 없을 때 타보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그냥 사우나의 확장판이겠지 뭐 특별하겠어?’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유황온천의 꼬릿한 향기와 함께 신기할 정도로 여독이 풀려버리고 피부까지 매끈해지는 기분을 반드시 만끽해 보길.



온천을 즐겼다면 이제 식당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줄 차례다. 이곳의 식당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리버티’는 기본으로 예약이 되는 식당, ‘그린 테라스’는 인당 1000엔 정도의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기왕이면 그린테라스로 예약하길 권한다. 그래야 대게와 털게, 홋카이도의 넓은 벌판을 뛰어다니며 자란 소의 육질 좋은 스테이크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음식의 양 차이는 정확히 비교해 보지 않았지만, 리버티는 그린테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더 좁고 복잡했다. 맛있는 메뉴(앞서 말한 북해도의 특산물)에는 늘 줄이 서 있기 마련. 제한된 식사시간 내 만족스러운 식사시간이 보장이 안 된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수면과 식사인데, 굳이 황금 같은 저녁시간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욘 없지 않은가. 1000엔에 조식과 석식 모두가 포함돼 있으니, 식사 당 500엔 정도만 더 지불하는 셈이다. 커피 한잔의 가격으로 훨씬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지, 굳이 그 돈을 소비하지 않을지는 당신의 몫이다.



아무튼 이곳의 뷔페는 소위 ‘역대급’, ‘인생 맛 집’의 수준이다. 밥, 우유, 두부, 김, 젓갈, 감자, 낫또, 참치 뱃살, 대게, 털게, 단새우, 연어, 이꾸라, 오징어, 어묵, 스테이크 등... 양도 많지만 맛 또한 기가 막히다. 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추천이다. 삿포로에서 굳이 게 무한리필 집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다. 2시간여의 식사 시간 동안 지칠 만큼 게를 제공해 준다.



그런데, 오늘 글의 주제인 이꾸라는 어디에 있냐고? 뷔페에서 주목받는 위치가 아닌 그저 그런 도입부에 놓여 있었다. 마치 한국 뷔페에 있는 김치나 김가루처럼, 그 위치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그런 대우를 받고 있는 녀석이 보기 안쓰러워 이꾸라를 가득 채워 넣은 해산물 덮밥을 3그릇이나 만들어 먹었다. 아... 그리워라.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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