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했으리. 베트남에도 사막이 있을 줄은.
베트남에도 사막이 있었다
“너 베트남 다녀온 거 맞아?”
“응, 베트남 갔다 왔지.”
“근데 이게 베트남 사진이야?”
“베트남 사진 맞는데?”
“진짜?”
사막이었다. 정말로 그 황토색 모래로 이뤄진 사막. 낙타 대신 지프차를 타고선 똥폼을 잡고 있는 친구만 제외하면, 평소 상상하던 사막의 풍경에 딱 들어맞는 사진이었다. 결이 고운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는 크고 작은 모래언덕, 걷고 또 걸어도 모래밖에 보이지 않는 그런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기껏해야 쌀국수를 먹는 사진이나 보여줄 줄 알았던 친구가 보여준 몇 장의 사진에, 내 마음은 쉴 새 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로 베트남이라고? 이집트나 사우디에 가지 않아도 이런 사막을 볼 수 있다고?
“무이네란 곳 이야. 정확히는 사막이 아니라 사구라는 거지. 생각보다 크진 않아.”
무이네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소년만화에서 주인공을 돕기 위해 극적으로 등장하는 스페셜리스트의 이름 같달까... 올해 꽤 여행을 다녔었지만, 뭔가 2% 부족하단 걸 느끼던 차였다. 그 아쉬움에 종지부를 찍어줄 곳이 바로 무이네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보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무이네를 여행하기 위한 정보를 찾아보게 됐다.
여느 베트남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무이네 역시 휴양지다. 베트남 남동부에 위치한 빈투언 성의 판티엣 구인데, 호치민에서 자동차를 타면 약 4시간이 걸려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10km에 이르는 해변을 따라 리조트 호텔과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어 12월에서 5월 사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파도가 괜찮은 편이라 서핑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무이네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는 역시 모래언덕인 사구(Sand Dune)다. 사막(Desert)과는 다른 개념으로, 사막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사구를 방문하기 위해선 흔히 지프 투어를 이용한다. 지프 투어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 사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화이트 샌드 듄’과 ‘레드 샌드듄’이다. 단어 그대로 흰모래가 있는 곳이 화이트 샌드듄, 붉은 모래가 있는 곳이 레드 샌드듄이다. 레드 샌드듄의 모래는 빛에 따라 노란색으로도 보여 옐로 샌드듄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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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샌드듄이 좀 더 사막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선 라이즈 투어’, ‘선 셋 투어’ 중 하나를 선택해 사구를 방문하는 게 보통이다. 레드 샌드듄에선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인다는 게 색다른 매력이다. 하늘, 바다, 그리고 모래. 육해공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천혜의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무이네에는 '피싱 빌리지(Fishing Village)'라는 곳도 있다. 둥근 바구니처럼 생긴 전통 배 '퉁'이 개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바다에 떠 있는 걸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퉁’을 타고 그물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베트남 사람들의 고기잡이 모습을 보는 것도 인상 깊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무이네에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항공, 버스, 기차, 그리고 렌터카를 통해서도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이네로 가는 직항노선은 없으므로,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과 같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하노이에서는 꽤 먼 거리이지만 호치민에서는 자동차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래서 항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형 밴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베트남 지리에 능통한 사람이 아닌 이상 렌트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다. 생각보다 도로 사정이 열악하므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기 때문이라나.
무이네는 다른 도시들과 연계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호치민-무이네-나트랑 과 같은 식으로 코스를 짜는 거다. 여느 휴양지에 비해 아직은 개발이 덜 된 곳이기 때문에, 지프 투어를 하루하고 나면 딱히 볼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리조트의 가격은 다낭이나 호치민, 하노이와 같은 주요 휴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 리조트 내에서의 휴양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무이네를 단독으로 여행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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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에서 가장 유명한 지프투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출을 볼 수 있는 선라이즈 투어, 그리고 일몰을 볼 수 있는 선셋 투어, 그리고 내륙 투어다. 뭘 선택하든 가는 곳은 비슷비슷하다. 화이트 샌드듄, 레드 샌드듄, 바닷가 계곡 안쪽의 요정의 샘과 리틀 그랜드 캐니언 등이다. 화이트 샌드듄에서는 4륜 오토바이를 타는 액티비티가 인기 있고, 레드 샌드듄에서는 샌드 보드를 권하는 현지 상인들이 많다고 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전부 경험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샌드보드가 너무 궁금했다. 모래를 눈처럼 탈 수 있다니! 그런데 친구가 그런 내게 귀띔했다. 샌드보드라 해서 거창한 스노보드를 생각하면 실망이 크다고. 보드보다는 널빤지 썰매에 가깝단다. 큰 기대 없이 경험하면 재밌을 테지만 잔뜩 기대하고 가면 실망하게 되는 곳이라고 했다.
동남아의 대부분 여행지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화려함 보단 소소한 풍경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즐거운 여행이 된 달까? 부족한 걸 더 채우기 위해 가는 여행지가 유럽이나 미국이라면, 동남아는 그 반대인 것 같다. 뭔갈 내려놓고 온다는 기분으로 가면 좋은 그런...
아무튼 올 겨울, 눈 대신 모래를 밟아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 널빤지든 쌀포대든 뭐든 좋으니, 신나게 모래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와 봐야지!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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