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 배송 서비스 이용하기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대체로 즐겁다. 비극은, 어디까지나 ‘대체로’일 뿐 ‘늘’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더 많이 싸우게 된다거나, 그래서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 이별 한 친한 후배가 그런 케이스다. 뭐가 그리 안 맞아서 헤어지게 됐냐고 물으니, 단순하다면 아주 단순한 거였단다.
“여행 도중에도 좀 자주 싸웠었죠. 그 친구는 무계획 즉흥파고, 전 철저한 계획파거든요. 애초에 성향이 달랐으니까 싸울 수밖에 없었죠. 발길 닿는 대로 가보자. 계획 한 곳만 들리기에도 시간이 없다. 뭐 그런 걸로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어요. 물론 제 고집만 피운 건 아니에요. 여자 친구의 요청에 따라 힘들게 예약한 레스토랑도 취소하고, 발길 닿는 대로 따라다녀 보기도 했어요. 문제는 마지막 날 터졌죠.”
이들의 여행지는 삿포로였는데, 출국 시간이 좀 애매했단다. 계획 세우길 좋아하는, 다시 말해 만약의 상황에 대한 걱정을 좀 더 하는 후배는, 그냥신치토세 공항에서 시간 보내길 제안했단다. 그곳에도 쇼핑거리나 먹을거리가 많으니 안전하게 미리 가있자는 의견이었다. 여자친구의 의견은 달랐단다. 굳이 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냐는 거였다. 결국 후배는 삿포로 시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단 여자 친구의 제안을 따랐다. 그런데... 빵빵하고 무거운 캐리어가 문제였다. 둘은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을 찾으러 다녔으나 삿포로 역 내에 있는 보관함은 이미 꽉 차 있었단다. 겨우 발견한 빈 보관함엔 이 커플의 거대한 캐리어가 들어가지 않았고, 또다시 발견한 보관함은 잔돈을 바꾸러 다녀온 사이 다른 사람이 차지해 버렸다. 두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는 한계치를 향해 점점 치솟고 있었고, 결국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허비하게 된 원인이 누구에게 더 있느냐에 대한 문제로 큰 말다툼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같은 게이트로 입국하긴 했으나... 결국 헤어지고 말게 된 두 사람.
상당히 안타까운 이별 이야기였다. 물론 캐리어 문제가 아니라 할지라도, 두 사람에겐 언젠가는 터질 응어리들이 곪아 있었을 거다. 그래도 캐리어 보관 문제가 이별로 치닫게 된 시발점이었단 사실은 좀... 그랬다. 그래서 그 후배와 술잔을 기울이며 낸 결론이 있다. 바로 수하물 배송 서비스를 숙지하고 있자는 거였다. 응?? 왜 결론이 그쪽으로 가는 거냐고?
이 커플의 이별 얘기를 들은 대다수의 여성들은 아마, ‘상황이 어찌 됐든 여자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게 제일 필요했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할 거다. 하지만 우리 수컷들의 결론은 달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단 결론을 내린 거였다.
수하물 배송 서비스를 통해 캐리어를 미리 해결했다면? 그게 아니라 해도 미리 빈 사물함을 확보했다면? 미리 잔돈을 바꿨었다면? 뭐 이런 현실적인 해결책을 강구해낸 것이다. 기왕 철저한 계획파라면 빈틈없이 계획을 세워서 문젯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게 그 술자리에 모인 남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여행객들 중엔 후배 커플과 비슷한 불편함을 겪어본 사람들이 꽤 있을 거다. 나 역시 그랬다. 체크인도하지 않은 호텔에 매번 캐리어를 맡기기도 애매하고, 잠깐 보관할 거라면 보관함에 드는 돈이 아깝기도 하고, 캐리어가 크거나 개수가 많아서 보관함에 다 들어가지 않을 땐 사설로 보관해주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귀찮거나 찜찜하기도 하다. 이렇듯 여행 첫날과 마지막 날의 캐리어 운용이 참 애매할 때 구세주와 같은 게 수하물 배송 서비스인 것 같다.
수하물 배송 서비스란, 말 그대로 입·출국 시 캐리어를 안전하게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또 호텔에서 공항까지 캐리어를 보내는 맞춤형 퀵서비스라고 보면 될 듯싶다. 도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호텔이나 공항뿐 아니라 원하는 지하철역까지 배송을 해주기도 한다. 무겁게 짐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서비스지만, 아직은 널리 상용화되진 않았다. 그래서 신규 스타트업 업체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 최근 오사카를 다녀온 친구가 추천한 업체는 LuggAgent라는 곳이다. 친구는 간사이 국제공항(KIX)에서 수하물을 보관할 장소를 찾던 중 발견했다고 하는데, 꽤 만족스럽게 이용을 했다고 한다.
이용 예약을 미리 할 필욘없다. 여행 스케줄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이들 업체 역시 여행객들의 편의를 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이용하려는 전날 예약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정오 12시 전에 짐을 맡기면 당일 저녁에 찾아갈 수 있다. 홈페이지나 콜 센터 전화를 통해 보다 자세한 이용시간과 방법·장소를 검색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서울·부산·제주에서 자유로이 이용 가능하다. 호텔뿐 아니라 에어비앤비 숙소까지도 배송을 해주니 꽤 편리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이용하기에 앞서 문제가 되는 건 업체의 신뢰성일테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생소한 업체의 배송 서비스에 나의 캐리어를 맡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스타트업 업체답게, 홈페이지를 그렇게 대단히 꾸며놓지도 않았다. 한국어 페이지가 다소 직관적이지도 않기에 아마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럴 땐 클룩과 같은 신뢰성 있는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해외여행 갈 때 유용한 수하물 배송 서비스, 클룩 KLOOK에서 알아보기
LuggAgent와 비슷한 업체로 세이펙스(SAFEX)라는 곳도 있다. 이 곳도 마찬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직접 방문을 해서 이용해야 한다는 게 조금 다르다. 이용을 하려면 인천공항과 서울역, 홍대입구의 트래블 센터 혹은 스토어에 방문을 해야 한다. 이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송이 아닌 보관을 목적으로 할 때다. 대체로 번화가 역사에 있는 물품 보관함은 다 차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이펙스의 스토어를 이용하면 편하다.
후배 녀석이 이런 서비스들을 알았더라면,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연애를 지속하고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미래를 염두하고 있는(결혼을 생각하는) 연인 사이라면, 여행을 떠나보는 건 반드시 추천한다.
늘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고 해도 결혼은 데이트와 다르다. 나 홀로 준비를 해서 함께 만나는 게 데이트라면, 결혼은 그 준비 과정까지 전부 함께 하는 거다. 준비라는 건 곧 수많은 선택들의 집합이다. 나 혼자 해왔던 선택을 함께 해 보는 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동반자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살아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대한민국 정서상 동거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거다. 그럴 때 바로 여행이 대체제가 되는 거다. 삶도 선택의 연속, 여행도 선택의 연속이니까. 물론 1박 2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3박 4일 이상, 길면 길수록 좋다.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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