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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룩 KLOOK Jan 09. 2018

17화. 같으면서 다른 샌드위치들

아시아 여러 나라의 로컬 샌드위치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를 묻는다면 꼭 빠지지 않는 게 샌드위치와 햄버거다. 빵만을 평소에 즐겨 먹진 않는데, 빵과 빵 사이에 뭔갈 넣어 먹는 음식은 참 맛있다. 재료만 잘 선택한다면 꽤 건강식이 되기도 한다. 탄수화물과 지방, 그리고 단백질 및 야채가 적절히 조합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군것질 거리도 학교 앞 작은 문방구(아카데미 문방구라는 이름이었다)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햄버거였다. 햄버거 빵에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넣어 파는 것이었는데, 폭신한 빵과 달콤한 아이스크림과의 조화가 어찌나 맛깔나던지. 언젠가 싱가포르 여행에서도 비슷한 음식을 사 먹어 본 적이 있었다. 클락키에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였는데, 개인적으론 아카데미 문방구의 아이스크림 햄버거가 100배는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사 먹으며(아이스크림 햄버거를 떠올리며)든 생각이 있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의 차이가 뭐지?


햄버거(hamburger) 

1. [같은 말] 햄버거 스테이크(서양요리의 하나).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빵가루와 양파, 달걀 따위를 넣고 동글납작하게 뭉쳐 구운 음식

2. 햄버거 스테이크와 야채 따위를 둥근 빵에 끼운 음식


버거(burger)

1. 동의어 hamburger 

2. -bur・ger [합성어에서] 버거(여러 재료를 다져 햄버거처럼 납작하게 만든 것) ex) cheeseburger, veggie burger, beanburger 


샌드위치(sandwich)

1. 얇게 썬 두 조각의 빵 사이에 버터나 마요네즈 소스 따위를 바르고 고기, 달걀, 치즈, 야채 따위를 끼워 넣은 음식.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밤을 새워 노름할 때 식사 시간이 아까워 고안해 냈다는데서 유래한다.

2. 무엇인가의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의만을 놓고 보면 샌드위치가 상위 개념이 아닐까 한다. ‘샌드위치> 버거> 햄버거’ 정도랄까. 햄버거는 소고기 패티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 형식의 요리, 다양한 패티를 활용해 햄버거 빵(번) 사이에 넣으면 ~버거, 빵 사이에 뭔갈 넣어 먹으면 샌드위치, 그럼 파니니는? 베이글은? 결국 재료를 감싸고 있는 빵의 종류 차인가? 윽...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방전이 돼 버렸다. 그냥, ‘굳이 카테고리를 나눌필요 없잖아. 뭐든 맛있으면 된 거지. 햄버거와 샌드위치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주자고.’며 골치 아픈 생각은 접어 버리기로 했다. 마냥 시간낭비를 한 건 아니었다. 우연히 깨닫게 된 게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미국에서 각 나라로 전파된 미국의 음식이지만, 샌드위치는 조금 다르다는 거다. 세계에는 각 나라의 개성이 드러난, 수많은 종류의 로컬 샌드위치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여행지인 베트남, 마카오, 일본의 로컬 샌드위치 맛집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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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의 반미

반미(bánh mì)는 베트남식 바게트(baguette)를 반으로 가르고 햄, 채소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다. 본디 베트남어로‘바게트 빵, 식빵’을 뜻하는 단어가 반미인데, 이젠 그 빵에 각종 재료를 넣은 샌드위치 로더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인 바게트가 베트남에서도 보편적인 이유는 1883년부터 1945년까지 프랑스 식민 시대를 거쳤기 때문이다. 이때 베트남은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베트남을 대표하는 샌드위치인 반미가 바게트로 만들어진 이유도 이 때문인 듯하다.


반미는 베트남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지만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서 선정한 <세계 길거리 음식 베스트 10>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노점이나 가판대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데, 필자 역시 베트남 여행 중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로 거리에 즐비한 반미 수레였던 것 같다. 하지만 위생상태상 거리의 반미는 쉽게 도전해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워낙 파는 곳이 많으므로 맛집을 지정하기도 애매하다. 그래도 인상 깊었던 한 곳을 야기해보자면 호이안의 반미 프엉이다.


반미 프엉은 이미 잘 알려진 맛집이긴 하다. 그래서 현지인 및 관광객으로 붐벼서 줄이 꽤 길다. 반미라는 음식의 특성상 굳이 그곳에서 먹을 필요는 없으니, 종업원에게 포장할 거라고 얘기하면 줄을 서지 않고도 금방 구매할 수 있다. 들어가 있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참 많아 헷갈릴 거다. ‘비프&계란’이나 ‘치킨&치즈’ 반미가 초보자도 무난히 시도해볼 만한 메뉴인데, 개인적으론 계란이 들어있는 반미를 즐겨먹는 편이다. 반미 특유의 소스 맛이 고소한 계란과 참 잘 어우러진다. 풍부한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다양한 속 재료가 들어있는 스페셜을 고르는 것도 좋다. 스페셜이라고 해봤자 2천 원이 되지 않으니까.


반미는 베트남 여행객들이 간식처럼 사 먹곤 하지만, 한 끼 식사로도 문제없는 영양식이다. 만약 식사시간에 맞춰 반미 프엉을 방문한다면 반미뿐 아니라 다른 메뉴를 시켜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이 곳의 모닝글로리 볶음(팍붕파이뎅)은 방콕의 여느 맛집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이 끝내준다. 


반미프엉 Tiệm BánhMìPhượng

2B Phan Châu Trinh, Cẩm Châu,HộiAn, QuảngNam 560000 베트남

TEL : (84) 90 574 37 73

운영 시간 : 매일 오전 6:30 ~ 오후 9:30 



2. 마카오의 주빠빠오

ⓒflickr. sstrieu

베트남에 반미가 있다면 마카오엔 주빠빠오가 있다. 바게트 빵 사이에 뭔갈 넣어 먹는 음식이란 점에선 동일하지만, 주빠빠오는 반미와는 달리 상당히 심플하다. 그 어떤 소스나 야채도 없이 빵 사이에 돼지고기만 넣어 먹기 때문이다. 마카오 현지에서 주빠빠오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들은,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든 순간 상당히 의아해진다. 이게 뭐지? 그냥 돼지갈비 한 덩이를 빵 안에 넣은 게 그렇게나 유명하다는 주 빠빠오라고?? 하지만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그 의문은 말끔히 사라지고 만다. 고소한 바게트 빵과 맛있게 구운 돼지갈비의 조화만으로 충분한 맛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400년 넘게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된 역사가 있는 마카오는, 중국과 포르투갈은 물론 아프리카와 인도의 영향을 받아 풍부한 음식문화가 형성됐다. 특히 마카오에서 먹어봐야 할 게 빵이다. 본디 빵이라는 단어가 포르투갈어인 ‘팡’이 일본을 거쳐 ‘빵’이 된 만큼, 마카오의 빵엔 오리지널 ‘팡’의 풍미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빵과 돼지고기만으로 이뤄진 주빠빠오가 그렇게나 맛있는 이유 역시, 빵 자체의 맛이 한몫하는 것 같다. 그래서 주빠빠오 맛집을 찾아가려면 맛있는 빵을 쓰는 곳을 고르면 된다.


어디에서 사 먹든 사실 큰 차이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잘 알려진 주빠빠오 가게는 ‘TAILEI Loi KEI(타이레이 로이케이)’다. 1968년에 오픈해 역사가 꽤 있는 집인데, 최근에는 여러 분점까지 낼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주빠빠오를 들고 환히 웃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로 만들어진 홍보간판이 인상적인 집인데, 주빠빠오 전문 집답게 메뉴가 다양하다. 가장 기본 메뉴인 Pork Chop Bun를 많이 선택하지만, 기호에 따라 다양한 토핑이추가된 메뉴를 고르면 된다. 


개인적으론 이곳보다 Sei kee cafe(세기 카페라고 읽는다)의 주빠빠오를 더 추천한다. 여느 음식점이 그러하듯 분점화 됨에 따라 타이레이 로이케이의 맛이 옛날만 못해져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세기카페의 주빠빠오가 좀 더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고(그래 봤자 몇 천 원 차이긴 하지만), 빵도 훨씬 부드러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딱딱한 바게트의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타이레이로이케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겠지만, 가끔 딱딱한 빵 때문에 입천장이 까졌다는 등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꽤 봤다. 안에 들어가 있는 돼지고기 역시 세기 카페의 것이 좀 더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 


세기 카페는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그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 탓에 굳이 주빠빠오를 먹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해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기 카페에선 다양한 음식 및 디저트를 파는데, 누들과 에그 샌드위치도 맛있으니 도전해 보길 권한다. 만약 돼지고기가 싫다면 지빠빠오(돼지가 주빠, 닭고기가 지빠)를선택해도 된다. 어차피 같은 양념으로 구운 맛이니까.


타이레이로이케이 Tai Lei Loi Kei 大利來記 

Taipa Rua Correia da Silva35號, 마카오 (본점)

TEL:(853)28827150

운영 시간 : 매일 오전 8:00 ~ 오후 6:00

본점 외 지점이 많음. 지점별 운영시간이 다르므로 홈페이지 http://www.taileiloi.com.mo/ 확인할 것.


세기 카페 Sei Kee Cafe 世記咖啡外賣店 

1 Largo dos Bombeiros, 마카오

+853 6569 1214

오전 11:00 ~ 오후 7:00 화요일 휴무



3. 일본의 가츠샌드

ⓒflickr.rapidliner

빵과 고기만으로 이뤄진 심플한 샌드위치라면 일본의 가츠샌드(かつサンド)도 빼놓을 수 없다. 가츠샌드란,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돈가스를 식빵 사이에 넣어 먹는 음식이다. 이젠 우리나라의 일본 돈가스 전문점이나 일식 주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된 만큼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등 각 지역별 가츠샌드 맛집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편의점의 가츠샌드도 꽤 맛이 좋을 정도니, 가츠샌드를 처음으로 만든 가게를 한 번쯤은 방문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곳이 바로 도쿄의 이센혼텐(井泉本店)이다. 우에노(우에노로 검색하면 흔히 등장하지만 실 주소는 우에노 옆의 유시마다)에위치한 이센 혼텐은, 1930년(쇼와 5년) ‘젓가락으로 잘라지는 부드러운 돈카츠’를 모토로 오픈한 돈카츠 전문점이다. 이때부터 가츠샌드를 만들어 팔게 되며 유명해졌는데, 1950년대엔 백화점에 출점하게 되며 더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이곳에서 수행한 사람들이 각자 가게를 창업하고 그 가게들이 또 유명한 맛집이 될 정도로, 돈카츠의 원조격 가게로도 유명하다. 


히레(안심)카츠와 로스(등심)카츠 둘 다 유명하지만, 가츠샌드에는 기름기가 전혀 없는 히레카츠가 들어간다. 스시집마냥 기름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내부에서 만들어진 요리답게, 정말로 깔끔&담백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사실 식빵 안에 돈카츠가 들어 있는 가츠샌드라고 하면 텁텁한 맛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의 가츠샌드는 너무나 부드럽다. 적당히 폭신한 빵도 그렇고, 잡내 하나 없는 돈카츠 역시 사르르 녹는다. 젓가락으로 잘라지는 부드러운 돈카츠라는 명성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감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늘 최고는 아니다. 대부분 얘기하는 것이 바로 ‘맛은 있는데 이 가격을 주고 먹을 정도는 아니지’라는, 가성비에 대한 지점이다. 히레카츠 정식이 1,850엔, 로스카츠정식이 1,350엔, 9개 들이 가츠샌드 가격이 1,350엔(6개는 900엔)이니 한 끼 식사 가격치곤 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돈카츠의 원조 가게라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흔히 한 끼 식사로 떠올리는 분식집‘돈가스’라는 생각 대신, 양질의 고기를 깨끗한 기름에 적절하게 튀겨 만든 ‘요리’의 하나라고 생각을 해 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 않을까? ‘그래 봤자 돈가스, 그래도 돈가스’라고 가볍기 얘기하기엔 몇십 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이곳의 장인정신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구수한 장국과 어우러진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츠샌드 및 돈카츠의 맛을 경험하려면, 가성비 얘긴 잠시 접어두고 맛있게 그 맛을 즐기면 좋을 듯싶다.


이센 혼텐(井泉本店) 

도쿄도 분쿄구 유시마 3-40-3

東京都文京区湯島3-40-3

Tel :(81)03-3834-2901

월, 화, 목~토요일 11:30~20:50 / 일요일, 공휴일 11:30~20:30 / 수요일 휴무(공휴일을 경우에는 영업)

https://www.isen-honten.jp/

*가끔 홈페이지에서 가츠샌드 쿠폰을 발행하기도 하니 확인할 것.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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