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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룩 KLOOK Apr 13. 2018

전 남친에게 연락오게하는 방법, 야끼소바 맛집

일본 맛집, Okonomiyaki Momiji (お好み焼 もみじ)

 

얼마 전,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재밌는 글을 하나 봤다. 헤어진 전 남친에게서 문자를 받았다는 여자유저의 사연이었다. 남녀가 주고받은 문자 대화의 내용은 이랬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 대학

 

 정말로 맛집 정보가 궁금했을까? 그걸 구실 삼아 전 여친에게 연락해본 구남친의 찌질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저들의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는 객관적인 팩트 하나는 분명하다. 그녀와 그가 함께 방문했다는 야끼소바 가게는 웬만한 곳 보단 맛있을 거란 것! 물론 그가 이번 방문에서도 지난번과 같은 만족도를 느낄 거란 보장은 없다. 당시엔 뜨거웠던 사랑이 감미료가 되어 줬을 테니 말이다. 아! 새로운 여자 친구와 함께 가는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려나? 그런 거라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현 여친을 위해 전 여친에게 맛집을 물어보다니!!  


 아무튼. 상상의 나래는 그만 접기로 하고. 


@celio _ Instagram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에 등장한 야끼소바 맛집은 오사카의 ‘모미지(もみじ)’다. 모미지는 일본어로 '단풍'을 뜻한다. 붉은 삼선에 단풍잎이 음표처럼 걸쳐진 간판이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이 가게는,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중 하나다. 미슐랭가이드 빕구르망에 등재되면서부터 관광객들에게 더 유명해졌는데, 닛폰바시역에서 다니마치큐초메역으로 걸어가다 보면 위치해 있다. 지하철을 타고 갈 경우, 다니마치큐초메 전철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센니치마에 거리를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야끼소바(やきそば)’라는 음식은 단어 그대로 ‘볶음면’이다. 우리나라에선 딱히 볶음면에 대체할 수 있는 요리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야끼소바는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자 축제에서 항상 지지 않는 음식으로, 일본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벚꽃 시즌엔 꽃놀이를 가서 생맥주와 야끼소바의 기가 막힌 궁합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yummyjapan

 모미지의 야끼소바는 정말 맛있다. 적당히 짜고 은근히 달콤하기도 한 소스에 잘 볶은 면· 양배추· 돼지고기· 해산물과 같은 재료에선 따끈한 김이 나면서 침샘을 자극하는 불향이 솟아오른다. 이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싼 반숙계란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가쓰오부시,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뿌려지는 파래가루와 소스! 그 모든 걸 한입에 털어 넣고 시원한 맥주로 입을 헹궈주면 천국이 따로 없다. 특히 이곳의 면은 다른 가게의 야끼소바에 비해 굉장히 쫀득하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사실 모미지는 야끼소바 맛집이 아니라 오코노미야끼 맛집이라는 것이다.  


 

@食べログ

 오사카는 오코노미야끼의 원조 도시답게 수많은 가게들이 있고, 어딜 가든 기본 이상의 맛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모미지가 오사카 내 오코노미야끼 맛집 중 최고냐는 질문엔,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다 준 그 커플을 비롯한 몇몇은 그렇다 말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저으며 ‘나니와노유메’나 ‘오머니’와 같은 또 다른 맛집을 언급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곳 모미지가 대단한 건, 누군가에게 물어도 맛집 랭킹 3위안엔 반드시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만큼 맛의 편차가 없이 언제든 기가 막힌 요리를 제공한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건 커다란 철판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볶음요리와 부침 요리가 만들어진다. 철판 앞에 앉아 직원들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는데, 그 행운의 주인공은 5~6명 정도가 전부다. 나머지 손님들은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테이블의 수도 그리 많지는 않아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게 앞이 북적댄다. 일본어를 아예 못 해도 괜찮다. 이곳엔 100% 한국어 메뉴판이 있기 때문이다. 간장양념을 베이스로 하는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 외에도 버터·소금구이 등 다양한 철판 요리 메뉴가 있다. 어떤 메인메뉴를 시키든 오이무침을 시키길 추천하는데, 깨소금과 참기름을 적당히 섞은 아삭한 오이 맛이 일품이다. 

 

@Bram Kristofer Tan


 조리 직후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개인용 철판에 조금씩 덜어서, 시원한 맥주 한 모금과 먹는 모미지의 오코노미야끼의 맛은 정말 최고다. 동일한 재료를 쓰는 철판 요리이니만큼 야끼소바와의 맛 비교는 참 어렵지만, 아무튼 뭘 시켜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 굳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개인적으론 야끼소바다. 어차피 같은 밀가루라 하더라도, 모미지에서 만드는 야끼소바의 면은 그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굳이 전 여자친구에게 물어 볼 만큼.  


 

 그런데 면의 배합률과 진한 소스의 재료도 궁금하지만, 모미지를 찾았던 그 전남친의 심리가 더 궁금하다. 어차피 ‘오사카, 오코노미야끼, 맛집’ 세 키워드만 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인데. 굳이 왜 문자를 보냈을까. 두 사람은 혹시 다시 연애를 시작해 추억의 모미지를 방문하고 있진 않을까?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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