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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드 Jan 16. 2024

Stranger than Fiction

언제 죽을지 안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여기에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해롤드 크릭, 국세청에서 일을 하고 매일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간다. 모든 평일에 해롤드 크릭은 그의 32개의 치아를 양 옆으로 38번 위 아래로 38번 합쳐서 76번 씩 닦고 정확히 8시 17분 버스를 가까스로 탄다. 정확한 시간동안 점심을 먹고 정확한 시간동안 커피를 마시고 정확한 시간에 잠을 잔다. 이렇게 조금은 병적으로 보이는, 아니 사실은 정말로 병이 있어보이는 이 남자에게 어느날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76번의 칫솔질을 하던 해롤드 크릭은 '오늘도 76번의 칫솔질을 한다'라고 말하는 자신의 삶을 내레이팅 하는 어느 여성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처음엔 미친 것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정확히 자신의 행동을 내레이팅만 하는 목소리에 해롤드 크릭은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의문의 내레이터는 해롤드의 죽음을 암시한다. 해롤드는 패닉에 빠진다. 내가 죽는다니 왜? 어떻게? 언제? 해롤드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첫 번째로 찾아간 사람은 당연히 정신과 의사였다. 정신과 의사는 해롤드 크릭의 설명을 듣고 담담하게 말한다. 정신분열증이네요. 해롤드 크릭은 반박한다. 이렇고 저렇고 저렇다니까요. 정신과 의사는 다시 대답한다. 그러니까 그게 정신분열입니다. 해롤드 크릭이 자신이 정신분열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마지막에 꺼낸 이야기는 자신의 일상을 내레이팅 하는 그녀가 자신보다 훨씬 나은 문장으로 굉장히 문학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풀어낸다는 점을 어필한다. "그렇다면 힐버트 교수를 한 번 만나보도록 해요." 정신과 의사는 문학교수를 해롤드에게 추천해준다. 


   정신과 의사의 소개로 해롤드는 힐버트 교수를 찾아간다. 하지만 힐버트 교수도 해롤드를 정신병자 취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게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쫒겨날 지경이 되었을 때, 해롤드는 그녀가 했던 한 가지 표현을 꺼내어 말한다. "그는 거의 알지 못했다.(little did he know)", 힐버트 교수는 그 문장에 해롤드의 말이 헛소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느날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소설가의 내레이팅을 통해 알게 된 사나이의 이야기인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Stanger than Fiction)의 줄거리이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정해진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때까지의 삶에서 벗어나는 틀에 박힌 삶에서 정말로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해롤드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정말로 재밌으니 한 번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각 종 영화나 소설같은 곳에서는 죽음을 선고 받고 극적으로 삶이 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여준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 지,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곤 한다. 


   그런데 사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 누구도 이러한 삶의 조건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된다. 

   *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당연한 죽음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긴 하지만


   자신이 언제 죽을 지 알게 된 주인공들은 그 때부터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고,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것에 맞추어 용기를 낸다. 죽음은 지금까지의 삶을 재구성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삶에서 죽음을 자주 상기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그것은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그리고 우리를 더욱 용기있게 만들어 준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우리가 결국에 소유할 수 있는 것이란 결국 '나' 밖에 없기에
잃을 것도 결국은 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죽음을 선고받을 헤롤드에게 힐버트 교수는 말한다. 그냥 다 잊고 나가서 네 삶을 살라고.

you just forget all this and go live your life."

나는 이 대사가 참 좋았다.

The fear of death follows from the fear of life. A man who lives fully is prepared to die at any time.   - Mark Twain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터 온다. 현재를 충실히 사는 사람은 언제나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 - 마크 트웨인

  

   현재를 충실히 사는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이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하고 있을때 따라온다. 언제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 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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