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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May 08. 2017

청춘, 쓸쓸하고 찬란하신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시회 in 디뮤지엄




‘삼포 세대, 오포 세대, 난 육포가 좋으니까 육포 세대…’ 요즘 젊은 세대를 노래한 가요를 듣노라면 ‘웃프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청춘과 포기.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공공연한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쯤 되니 청춘의 진짜 얼굴이 궁금해집니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우리에게 청춘이란 무엇일까요?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시회를 찾습니다.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展은 자유, 반항, 순수, 열정으로 대변되는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조명하는 비주얼 전시회입니다. 소수 젊은 층의 하위문화를 의미했던 유스 컬처가 최근 힙합 문화의 대중화와 맞물려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전시회는 이러한 뜨거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섹션에서 거칠고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감성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요, 뒷골목 아지트를 연상시키는 설치물과 어두운 조명, 그루브 넘치는 음악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PART 1_ 청춘과 유스 컬처




첫 번째 섹션은 청춘들의 고뇌와 일탈을 생생하게 표현한 사진과 영상, 그래픽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미국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래리 클락(Larry Clark), 거리에서 질주하는 스케이트 보더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라이언 가르쉘(Ryan Garshell), 파티를 즐기는 청춘의 솔직하고 적나라한 폴라로이드를 선보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대시 스노(Dash Snow), 러시아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스 컬처 신드롬을 일으킨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그리고 네온 텍스트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는 이광기(Kwangkee Lee) 등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의 관심이 유독 뜨거웠던 작품은 이광기의 네온 텍스트인데요, 도발적이면서 재치가 넘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네요.



이광기의 작품 전시 전경


영국 작가 로저 메인(Roger Mayne)은 1900년대 영국 런던의 도심과 빈민가 지역을 기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의 작업들은 십 대라는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할 무렵 청소년들의 모습들을 기록한 중요 자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같은 영국 작가인 데렉 리저스(Derek Ridgers)의 작품 또한 많은 이목을 끌었는데요, 영국의 클럽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다양한 성향의 하위문화와 그 은밀한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관심에서 소외된 십 대들의 방황과 비주류 문화에 대한 작가의 솔직하고 담백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외에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담아낸 ‘젊음’이라는 특별한 순간들은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위태롭고 무기력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가능성이 상상을 자극합니다. 사진 속의 강렬한 청춘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로저 메인(Roger Mayne)의 작품 전시 전경


데렉 리저스(Derek Ridgers)의 작품 전시 전경

데렉 리저스는 스킨헤드 족부터 펑크, 페티시스트, 뉴로맨틱스, 테디 보이, 모즈 등 영국 유스 컬처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더그 드부아(Doug Dubois)의 작품 전시 전경. 2015년 사진 시리즈‘My Last Day at Seventeen’

2015년 사진 시리즈‘My Last Day at Seventeen’ 는 아일랜드 남부의 항구 도시에서 2009년에서 2014년까지 5년 동안 촬영한 결과물로서 아일랜드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니콜라 브륄레 (Nicolas Brulez)의 작품 전시 전경

이 작품은 타투(Tatoo)를 통해 표출하는 자아를 담고 있습니다. 유스 컬처에서 문신은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꾸준히 착용되어 왔습니다.


치 모두(Chi Modu)의 작품 전시 전경

치 모두(Chi Modu)는  스눕독, 투팍, 비기 등 전성기를 누린 힙합 뮤지션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습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는 영상 작품 또한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입니다. 현재 유스 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웨덴 출신 10대 힙합 아티스트 영린(Yong Lean)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린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에서 유행한 아이콘이나 인터넷 초기의 이미지들을 되살려낸 복고풍의 뮤직비디오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인 행보에서 오늘날의 유스 컬처가 보여주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린 영상 작품의 반대편에는 보일러 룸(BoilerRoom)이 선보이고 있는데요, 보일러 룸은 언더그라운드 음악 공연 현장을 생중계하는 온라인 기반의 음악 방송입니다. 유스 컬처만의 소통 채널을 스스로 개척하여 만들어낸 사례로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디제이 니나 크라비츠(Nina Kraviz)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비트에 저절로 몸이 들썩였는데요. 마치 전시장 속 작은 클럽의 분위기였습니다.


(전반) 니나 크라비츠(Nina Kraviz)와 음악방송 보일러 룸.   (후반) 영린(Yong Lean)의 작품.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람하는 영상 작품은 늘 매혹적입니다~





PART 2_ 청춘과 눈부신 순간들




두 번째 섹션에는 한결 밝은 감성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청춘이 한껏 피어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채로운 인물사진이었습니다. 젊은 나체를 꾸밈없이 드러낸 과감한 포즈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두 번째 섹션에서는 꽃처럼 활짝 피어난 청춘에 대한 순수한 기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키워드는 사랑, 우정, 일상과 대자연 속에서의 자유인데요. 관람객들에게 마치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네요. ‘지금,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잊지 마세요’


400여 장의 다채로운 인물 사진으로 구성된 ‘졸업앨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피사체들은 모두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을 갖고 있는 20대들입니다.



젊음을 더욱 눈부시게 해주는 것은 우정과 사랑이겠지요. 덴마크 이탈리아계 작가 파올로 라일리(Paolo Raeli)는 가까운 친구들의 일상을 즉흥적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청춘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로드트립을 하면서 청춘의 해방감과 쾌락적인 자유를 포착한 작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주변 사람들의 일상 속 청춘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낸 앤드류 리먼(Andrew lyman), 쓸쓸하고 몽환적인 청춘의 모습을 여성의 시선으로 포착한 러시아 작가 마샤 데미아노바(Masha Demianova) 등  다양한 작품들이 고유한 개성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작품들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아름다우면서 언뜻 나르시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랄까요, 청춘의 시간 속에서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파올로 라엘리(Paolo Raeli)의 작품 전시 전경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사계절 시리즈

화면을 가득 채운 자연과 사람이 있습니다. 자연을 만끽하는 청춘의 에너지와 낭만으로 가득합니다.



앤드류 리먼(Andrew lyman)의 작품 전시 전경



디아나 템플턴(Deanna Templeton)의 수영장 시리즈

친한 친구가 수영하는 모습을 즉흥적으로 수백 장 찍었다고 합니다. 형상과 빛을 통해 인간의 가장 순수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샤 데미아노바(Masha Demianova)의 작품 전시 전경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순간에도 존재할 청춘. 아름답지만 위태롭고, 한없이 불안하지만가능성이 내재되어있는 청춘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창조적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네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 내면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유스(Youth)를 돌아보는 건 어떨는지요. 한번 관람한 티켓을 소지하시면 언제든지 재관람이 가능합니다. 사진 촬영도 자유롭습니다. 대림미술관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방문하시면 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展은 오는 5월 28일까지 전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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