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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Oct 24. 2017

오! 질투를 조심하세요!

오셀로, 질투는 나의 힘 in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오! 질투를 조심하세요! 질투는 먹잇감을 비웃으며 조롱하는 초록 눈의 괴물입니다.‘ 사랑을 믿는 한 남자가 질투에 사로잡혀 점점 이성을 잃어갑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미쳐가는 마음을 끈질기게 주시하는 초록 눈을 가진 괴물의 시선...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관능적인 비극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연극 '오셀로'가 현대적으로 각색되어 돌아왔습니다. 지난 19일, 초연이 열리고 있는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을 찾았습니다. 




작년과 금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년을 기념하며 그의 수많은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한 ‘ROMEO- THE씻김’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퍼포머 그룹 '파란달'이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 ‘오셀로’를 선보였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연극 오셀로, 원작과 비교해서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오셀로,  치명적인 인간 드라마



파란달의 ‘오셀로-질투는 나의 힘’은 원작자 셰익스피어의 고전적인 대사들을 현대 우리말의 구조와 운율에 맞게 각색했습니다. 작품의 배경 또한 17세기 사이프러스 섬에서 현대의 한국(서울)으로 바뀌었습니다. 물질 문화와 성공 신화가 판치는 현대 도심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 드라마인 셈인데요. 원작의 기본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질투'와 '시기심' 등을 보다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연극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시놉시스     

브라밴쇼 그룹의 딸 데스데모나는 오셀로 그룹의 오대표(오셀로)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대표의 나이와 폭력적인 배경 등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을 감행한다. 한편 오대표의 오른팔인 이실장(이아고)은 원하던 조직의 미래전략팀장 자리를 마이클(캐시오)에게 빼앗긴 데에 앙심을 품고 오대표와 마이클 두 사람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이실장의 계략으로 술에 취해 마이클은 실수를 하고 격노한 오대표는 팀장 인사를 보류한다. 그리고 이팀장은 오대표의 귓속에 오대표의 아내와 마이클과의 관계에 대해 슬쩍 의심을 흘리는데......




마이클(캐시오), 데스데모나, 오대표(오셀로), 이실장(이아고) (왼쪽부터)
데스데모나와 오대표(오셀로)


저는 초연 당일 김형일 배우의 '오셀로'와 김태린 배우의 '이아고', 최예윤 배우의 '데스데모나', 조성호 배우의 '마이클' 연기를 관람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었습니다. 특히 악역 이아고를 열연한 조성호 배우의 '피도 눈물도 없는'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섭게 고뇌하며 파멸로 치닫는 오셀로의 내면을 연기한 김형일 배우의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천진난만한 여성의 비극을 보여준 데스데모나 역의 최예윤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셀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



연극 오셀로를 한 줄의 단신 기사로 요약한다면, '의처증에 걸린 한 남자가 빚어낸 가정 비극... ' 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과 연극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오대표(오셀로)는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공정하려고 애썼고, 스스로에게는 가혹했습니다. 이실장(이아고)의 교묘한 술수가 있었지만, 비극의 결정적인 동인(動因)은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요? 극 중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거짓을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에 닿아있습니다. 


연극 '오셀로-질투는 나의 힘'은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원작 속의 갈등이 현대인의 상승 욕구와 불안한 심리로 변주되며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부제는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을 차용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극 '오셀로-질투는 나의 힘'은 오는 11월 5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8시에, 주말에는 4시와 7시에 무대에 오릅니다. 전석 3만원입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에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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