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수익의 70%가 소속사 몫

- 계약서 워딩의 비밀

by 송혜미

연예인 계약서를 처음 받아든 신인이 가장 먼저 찾는 숫자가 있다.


수익 배분 비율.


"저 30% 받는 거 맞죠?"

맞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숫자가 매출의 30%를 보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제 계약에서 중요한 건 30%라는 숫자 뿐 아니라 그 위에 적힌 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30%인데, 왜 통장에는 0원이 찍힐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데뷔 2년 차 아이돌 멤버가 상담을 왔다.

음원도 나왔고 광고도 찍었고 팬미팅도 했다.

그런데 정산서는 매번 같았다.


"당기 수익 발생 없음."


수익 활동은 계속 있었는데 정산 결과는 늘 0원이었다.

계약서를 다시 살펴봤다. 수익 배분 조항 바로 위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수익 배분은 제반 비용 공제 후 순수익을 기준으로 한다."


이 문장 하나로 30%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순수익'


계약서에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단어가 있다.


'순수익.'


총매출에서 비용을 뺀 것이 순수익이다.


문제는 비용의 정의다. 그 비용을 누가, 어디까지 정하느냐. 소속사가 계약서에 공제 비용으로 넣는 항목은 보통 이런 것들이다.


트레이닝 비용 숙소 비용 식비 의상 비용 헤어·메이크업 비용 앨범 제작비 뮤직비디오 제작비 홍보·마케팅 비용 해외 활동 경비 매니지먼트 수수료 등등


이 항목들이 모두 비용으로 잡히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광고 하나로 5,000만 원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자.


현장에서 들어간 스타일링, 이동, 숙박, 에이전시 수수료를 다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거의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0(사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의 30%는 0이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30%라고 써 있지만 실제로는 정산이 나오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방식이다.

이건 매니지먼트사의 잘못도 아닌 계약인 것이다.


=그래서 계약서에서 반드시 봐야 할 것


정산 조항을 볼 때는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비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가


계약서에 이런 표현이 있으면 생각해볼 수 있다.


"제반 비용, 관련 경비, 필요한 모든 비용"


이런 문장은 사실상 무제한 비용 공제를 허용할 수도 있는 문장이다. 어떤 비용이 공제되는지 항목이 구체적으로 열거된 계약서가 많아지는 이유이다.


둘째, 트레이닝 비용과 선급금 구조


연습생 시절 들어간 비용을 데뷔 후 수익에서 회수하는 구조를 선급금 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총액이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공제되는지 상한선이 있는지. 연습생 시 들어간 비용의 정산은 어떻게 되는지.


이 경우 데뷔 후 몇 년이 지나도 순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멤버 간 비용 분배 방식


그룹의 경우 비용이 어떻게 나뉘는지도 중요하다. 겉으로는 팀 비용을 멤버 수로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정 멤버의 개인 활동 비용이 팀 전체 비용으로 처리되거나 팀 공동 비용이 일부 멤버에게 집중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실제 분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정산서는 '주는 것'이 아니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정산서는 소속사가 알아서 주는 문서가 아니다. 아티스트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는 소속사가 분기별로 정산 내역을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개의 계약서는 순수익 발생 전까지는 정산서의 의무가 없기도 하다.


정산서의 의무가 있는 경우,

여기서 말하는 정산은 단순한 통보가 아니다.


"이번 분기 수익 없음."


이 한 줄로 끝나는 문서는 정산서라고 보기 어렵다.


정산서에는 최소한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수익 항목/ 수익 금액/ 공제 비용/ 최종 정산 금액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한다.


정산서가 이상하다면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


정산서를 받았는데 숫자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다음 순서로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는 회계 자료 열람 요청이다.

정산서의 근거가 되는 자료, 즉 어떤 비용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소속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 분쟁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정산 패턴을 확인하는 것이다.

비용이 매 분기 비슷한 수준인지 특정 시점에 비용이 갑자기 급증했는지 수익이 있는데도 순수익이 계속 0으로 처리되는지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회계 오류일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내가 맡았던 사건 중에는 회사 운영비 일부가 아티스트 비용으로 처리된 경우도 있었다. 사무실 임대료, 직원 인건비(경우에 따라 아티스트 비용이 될 수도 있긴 하다.) 등 비용들이 아티스트 관련 경비로 잡혀 있었다. 정산서만으로는 알 수 없었고 회계 자료를 확인하고 나서야 드러난 구조였다.


계약서에서 숫자만 확인하면 안되는 이유


연예인 계약서를 볼 때 사람들은 대부분 수익 배분 비율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실제 분쟁은 거의 항상 그 숫자 위, 혹은 그 외의 문장에서 시작된다.


같은 문장도 회사와 아티스트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차이가 결국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는 날인 전에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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