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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Jun 14. 2023

하와이를 가장 저렴하게 가는 방법

미국에서 아시아인이 가장 많은 주 하와이에 대한 이야기

1. 태평양 가운데 화산섬 하와이


미국의 주는 저마다 친근하게 불리는 별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의 별명은 1848년 금이 발견된 이후 골드러시로 인하여 Golden State입니다. 날씨가 따뜻한 휴양지 플로리다 주의 별명은 Sunshine State이고요. 그리고 가장 나중에 미국에 편입된 알래스카 주의 별명은 마지막 국경이란 뜻의 The Last Frontier입니다. 그럼 The Aloha State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의 주는 어디일까요? 바로 오늘의 주제인 하와이 주입니다. 하와이에서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모두의 인사말로 쓰이는 알로하는 거의 대부분의 긍정적인 의미로 다 통용된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은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화산섬, 하와이로 떠나봅시다!


하와이는 미국의 50개 주 중 하나로 가장 남쪽, 그리고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유일하게 열대 기후(최한월 기온 18도 이하)가 나타나고, 가장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미국의 주 중에서 표준시가 가장 빠릅니다.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화산섬으로 빅 아일랜드(하와이 섬), 마우이, 오아후, 몰로카이, 카우아이 등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크기는 이름에 맞게 빅 아일랜드가 가장 크지만, 하와이의 주도인 호놀룰루가 위치한 오아후 섬에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와이를 여행하면 와이키키 해변과 다이아몬드 헤드와 같은 유명한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는 오아후 섬으로 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와이의 주요 섬들



2. 일본과 하와이의 관계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이 비행기 티켓이죠.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우리나라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가까운 나라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하와이를 가는 수요가 많다면 비행기 티켓 가격이 좀 더 저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죠. 여행을 준비하면서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 법칙을 생각해 냈습니다. 여러 해외 항공 사이트를 찾아보았고, 결국 일본 오사카에서 하와이 호놀룰루까지 가는 왕복 항공권을 10만 원대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간 한정 특별 프로모션 가격이었지만 인천-오사카 왕복 티켓 가격의 절반 밖에 하지 않는 가격으로 하와이를 다녀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우선 인천에서 오사카로 간 후 비행기를 갈아타고 호놀룰루로 이어지는 하와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왕복 3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말이죠!

여행지로 하와이를 매우 선호하는 일본인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들겠죠. 도대체 왜 일본에서 하와이를 가는 것이 이렇게나 저렴할까?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왜 일본인들은 하와이로 많이 갈까? 하와이에 도착한 후 호놀룰루 시내를 걸으면서 빼곡히 들어선 스시, 라멘집들과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일본어와 일본인들을 보면서 그 의문은 더 깊어졌습니다. 사실 하와이는 1897년 미국으로 편입되기 이전부터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와이에서는 19세기부터 플랜테이션 농업이 매우 활성화되었는데 그중 다수의 아시아인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1900년 기준 아시아인의 비중이 60% 가까이 되었고, 그중 일본인의 비율은 40%로 절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현재도 하와이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많은 주입니다.

아시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하와이


이렇게 많은 수의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일본인의 유입을 촉진합니다. 보통 낯선 곳으로 이주하는 것은 많은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만약 그곳에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이 살고 있으면 아무래도 그곳으로 이주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주거, 직업, 교육 등 초기 정착하기 위한 정보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고,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에 소속된다는 안정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같은 민족 공동체가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인구 이동이 더욱 촉진되는 현상을 연쇄 이주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19세기부터 하와이에는 다수의 일본인들이 살고 있었고, 이로 인해 추가적으로 새로운 일본인들이 유입된 것입니다. 그래서 하와이에는 일본들이 많이 살고 있고, 가족과 친구를 방문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상당히 저렴하다고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는 하와이에 일본군은 1941년 진주만 공습을 합니다. 진주만은 하와이 오아후 섬에 위치한 만으로 진주를 채취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1900년대 초반 미국의 태평양 진출과 함께 이곳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미국이 일본에 가한 경제 제재를 이유로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하와이 진주만 습격을 강행하였습니다. 주력 전함 4척이 파괴되었고 사상자가 무려 3,500여 명 발생하는 등 미국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일본이 패망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진주만 공습 이후 하와이를 비롯한 미국 내 거주하고 있던 일본계 이민자들에 대한 박해는 심해질 수밖에 없었죠. 일본에게는 다행히도 1945년 종전 이후 곧바로 발발한 한국전쟁은 그들에게 호재로 작용하였고, 소련과의 냉전 체제로 일본은 미국의 막대한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받는 긴밀한 파트너로서의 자격을 갖게 됩니다. 이후 일본과 미국은 여러 부침을 겪긴 하였지만 현재까지도 경제적, 정치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하와이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 진주만 공습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회복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입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파괴되는 미국 전함들


3. 다양한 매력을 지닌 하와이


하와이는 렌터카의 천국입니다. 미국 답게 널찍한 도로와 주차 시설을 갖추고 있고 휴양지답게 매너 있고 여유 있는 운전자들 덕분에 운전하기 매우 편합니다. 하지만 또한 하와이도 미국의 한 주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그래서 어찌 보면 렌터카 없이 여행하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여행자의 로망인 오픈 스포츠카를 렌트하여 오아후 섬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오하후 섬과 제주도는 비슷한 면적을 갖고 있고, 화산섬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과 미국 각 국가의 대표적인 휴양지이기도 하죠. 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진주만을 잠시 들러 과거 진주만 공습의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그리고 오아후 섬을 가운데로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렸습니다. 오하우 섬 북쪽 해변에 위치한 노스쇼어비치는 서핑족들의 천국입니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높아서 서핑하기 제격인 곳이죠. 하지만 이곳 노스쇼어비치가 서핑으로만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 바로 최근 한국에도 해수욕장에 많이 생기고 있는 '하와이 새우 트럭'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푸드 트럭에서 큼지막한 새우를 버터와 마늘에 노릇하게 볶아서 밥과 나오는 요리는 단순하지만 제가 지금껏 먹어봤던 새우 요리 중에 최고였습니다. 역시나 원조는 다른가 봅니다.

노스 쇼어에 위치한 원조 하와이 새우 트럭


열대기후와 화산지형은 하와이를 미국 본토와는 차별되는 이색적인 자연경관을 볼 수 있게 합니다. 특히 하와이가 다양한 영화 촬영지로서 매력을 갖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중 스티븐 스필버그의 대작 '쥐라기 공원', 로맨틱 코미디 '첫 키스만 50번째', 그리고 '콩 스컬 아일랜드'의 촬영지인 쿠알로아 랜치로 향했습니다. 오아후 섬 동쪽 해안에 위치한 쿠알로아 랜치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차를 타고 5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굵직굵직하게 깊게 파여있는 협곡이 인상적인 쿠알로아 산맥과 열대 우림과 광활한 평원, 그리고 곳곳에 위치한 조그마한 해변까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쿠알로아 랜치는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무비 사이트 투어, 지프를 타고 정글을 탐험하는 정글 지프 투어, 4륜 ATV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ATV 투어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중 영화 쥐라기 공원 촬영 배경을 둘러보는 무비 사이트 투어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거대한 초원을 지나갈 때는 마치 수많은 초식 공룡들 떼가 티라노 사우르스를 피해 달려가는 장면이 떠올랐고, 노란색 배경에 검은색으로 티라노 사우르스 형성이 그려진 Jurassic Park 간판 앞에서 쥐라기 공원 OST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쿠알로아 랜치



4. 하와이의 상징, 와이키키 해변


하와이를 상징하는 곳은 단연코 와이키키 해변입니다. 와이키키는 하와이 말로 '용솟음치는 물'이란 뜻으로 과거부터 휴양지로 유명했습니다. 현재 와이키키 해변 주변에는 수많은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쇼핑을 위한 명품샵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 중 하나인 와이키키 해변에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와이키키 해변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헤드로 갔습니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분화구입니다. 길이는 1000m가 넘지만 높이는 200m가 약간 넘는 다이아몬드 헤드는 가운데가 움푹 파인 분지 지형으로 그 모습은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합니다. 이 거대한 분화구는 많은 사람들의 하이킹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정상에 오르면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다이아몬드헤드 하이킹 코스의 시작점


이제 드디어 기다리던 와이키키 해변으로 뛰어들 시간입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모래의 양이 무척 적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은 세계적인 해수욕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의 경포 해수욕장이나 해운대 해수욕장보다 해수욕장의 규모 역시 훨씬 작았습니다. 사실 해수욕장(사빈)의 모래는 그 뒤에 있는 모래 언덕(사구)에서 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공급받습니다. 낮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해풍에 의해서 사빈의 모래가 사구 쪽으로 가고, 반대로 밤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육풍에 의해 사구의 모래가 사빈으로 이동하며 서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죠. 그런데 와이키키 해변은 모래를 공급해 주는 사구가 사라졌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호텔과 음식점, 쇼핑몰들이 줄지어 건설되어 있죠. 또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으로 와이키키 해변의 해안 침식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해변이 관광지로 개발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뒤에는 건물들이 들어서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 점점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름다운  관광지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유명해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결국 그 아름다움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와이키키 해변 바로 뒤에 위치한 쇼핑 거리


하와이의 별명이면서 인사말인 ‘알로하’는 어떻게 보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을 지닌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하쿠나 마타타’와 일맥 상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열대 기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언어에 공통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와이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이면서 특히 신혼부부들의 여행지 1순위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이지만, 지금처럼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하다 보면 앞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지상낙원 하와이는 그 아름다움을 잃어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와이키키 해변의 모래를 바라보면서 10년 후 하와이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와키키키 해변의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한 구조물인 그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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