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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May 11. 2023

남부 프랑스의 여유로운 휴양 도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의 보석, 니스(Nice)

미국의 하와이,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대한민국의 제주도,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섬이라는 점을 들 수 있어요. 그리고 본국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후가 비교적 따뜻하다는 점도 있겠네요. 그래서 이 섬들은 미국, 일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휴가는 기본 한 달 이상 다녀온다는 바캉스의 민족,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휴양지는 어디일까요? 많은 유럽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날씨가 맑고 화창한 지중해 도시로 떠납니다. 이번에는 그중 지중해에 맞닿은 남부 프랑스 프로방스알프코트가쥐로에 위치한 휴양도시 니스(Nice)로 떠나볼게요.



1. 지중해의 대표 휴양 도시, 니스


파리에서 출발한 고속열차 TGV를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빠르게 달렸습니다. 파리를 조금만 벗어나자 도시의 흔적은 서서히 사라지고 창밖으로는 끝없이 넓은 들판과 그곳을 여유롭게 노니는 소떼들이 수없이 많이 보입니다. 역시 유럽 제1의 농업국가 프랑스 답네요. 기차가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을 지나면서부터 점점 키 작은 관목이 눈에 띕니다. 보아하니 이제 본격적으로 지중해성 기후로 들어선 거겠죠. 서늘하고 습한 겨울과는 대조적으로 뜨겁고 건조한 여름이 특징인 지중해성 기후에서는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 적합한 포도, 오렌지, 올리브가 잘 자랍니다. 그래서 남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성 기후에서 질 좋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유명한 거죠.

지중해의 푸른 보석, 니스 해변

어느덧 차창 밖으로는 남쪽의 파란 바다, 지중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차는 남부 프랑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 가장 큰 도시 마르세유를 지나 종착역 니스에 도착했습니다. 7월 말, 바캉스 시즌이 한창인 니스빌(Nice Ville) 역 안에는 지중해의 대표 휴양도시를 막 도착한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습니다. 분명 시끌벅적하긴 하지만 니스역에서는 파리 지하철의 어지러운 혼잡함보다는 왠지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일상의 피곤에서 벗어난 휴양지 특유의 쉼과 여유 때문이겠죠?

남부 프랑스 바캉스의 관문, 니스 빌(Nice Ville) 역


니스(Nice) 지명의 유래는 과거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적을 상대로 이긴 후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영어로 ‘좋다’라는 의미의 형용사 Nice와 동음이의어인 니스는 기후가 정말로 좋아서 ‘나이스한 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니스는 처음부터 프랑스 영토는 아니다고 해요. 1860년 토리노 조약으로 프랑스로 양도되기 이전까지 제노바 공화국, 사보이아 공국 등 이탈리아의 영향권에 있었습니다. 더욱이 이탈리아 통일 영웅 주세페 가리발디의 고향이 바로 니스입니다. 그는 니스를 다시 이탈리아로 되돌리려고 했으나 프랑스의 저지로 실패했습니다. 이와 같이 니스는 오랜 기간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다 보니 프랑스 본토와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실제 현재도 이탈리아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경도시 멍통과는 불과 20km밖에 되지 않습니다.



2. 마세나 광장을 지나 I LOVE NICE!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 도시답게 니스 거리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 싱그러운 여유가 가득합니다. 좁은 골목을 한 발짝만 나서니 양쪽으로 커다란 전차가 다니는 쟝 메드쌍 대로가 나옵니다. 폭이 20미터는 훌쩍 넘는 이 거리를 따라 니스 해변으로 걸어갔습니다. 노란 전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길 오른편에는 프랑스 특유의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건축물 노트르담 바실리크 성당이 우뚝 서있습니다. 물론 니스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면서 웅장한 건축물이지만 주변의 화려한 명품 숍들에 둘러싸인 가톨릭 성당의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당과 명품 숍을 지나 해변 쪽으로 걷다 보니 고급 레스토랑도 점점 많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프랑스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라파예트 백화점도 보입니다.

양쪽으로 커다란 전차가 달리는 쟝 메드쌍 대로


쟝 메드쌍 대로의 끝은 마세나 광장으로 이어집니다. 마세나 광장에는 7 대륙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기둥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기둥 위에 각각 사람 얼굴의 흉상이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밤이 되면 각각의 흉상에 형광색 불빛이 들어오며 광장의 조명 역할을 합니다. 광장을 조금 지나면 유럽의 여느 분수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아폴로 분수대가 나옵니다. 역시나 유럽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젤라또를 들고 분수대 근처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다양한 버스킹 공연이 한창입니다. 저도 분수대 옆에 걸터앉아 잠시동안 음악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겨봅니다.

마세나 광장에 위치한 아폴로 분수와 버스킹


다시 일어나 해변으로 걷습니다. 좁은 골목을 잠시 지나니 따스한 지중해의 햇살과 공기가 살며시 느껴집니다. 드디어 휴양도시인 니스의 상징인 니스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새파란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해변의 모래는 작은 자갈이 조금씩 섞여있지만 발에 닿는 촉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숙소에서부터 입고 온 수영복 위에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던지고 지중해의 바다에 몸을 던집니다. 바다에 누워 지중해가 비친 하늘을 바라보며 느근한 여유를 즐겨봅니다. 해수욕을 마치고 해변가에 있는 산책로를 걷습니다. '영국인의 산책로'라 불리는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니스 공항에서부터 캐슬 힐까지 5km 정도 뻗어있습니다. 이 산책로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난 후 잠시 벤치에서 쉬는 사람부터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보드를 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해변 반대편에는 오션뷰를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바가 줄지어 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니까 불빛이 점차 화려해지고 신나는 음악이 들려옵니다.

해변 안쪽의 고급 레스토랑 거리


해변길을 거닐다 니스의 랜드마크 'I LOVE NICE'사인이 위치한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문득 이곳이 마치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 공원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느 랜드마크처럼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 줄을 서있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여유롭게 석양이 지는 니스 해변을 바라봅니다. 한때 여행은 여러 도시를 다니며 바쁘게 다니면서 다양한 것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한 도시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여유롭게 지내는 여행도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니스 같은 휴양 도시에서는 바쁘게 다니기보다는 여유롭게 걷고, 먹고, 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남부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달빛에 여유롭게 취해갑니다.

니스의 랜드마크 I LOVE NICE



3. 니스 구시가와 주변 도시들


다음 날 니스라는 도시가 처음 시작된 곳, 구시가 쪽으로 갔습니다. 확실히 구시가의 거리는 역 근처 쭉쭉 뻗은 대로와는 대조적으로 좁고 불규칙한 것이 특징입니다. 마치 베네치아의 미로 같은 좁은 골목처럼 이곳 니스의 골목도 소박하면서도 빈티지한 매력이 있습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이 좁은 골목의 그늘에 가려져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쿠르 셀레야 마켓은 구시가에 위치한 시장으로 ‘니스 꽃시장’으로도 불립니다. 이곳에서는 상인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향기로운 꽃과 과일, 채소를 팔고 있고,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서는 신선한 현지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인데요, 특히 쿠르 셀레야 마켓에서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빵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니스에서 가장 유명한  젤라또 가게가 이곳 구시가에 있다고 해서 찾았습니다. 오픈하자마자 갔는데도 벌써부터 줄이 서있네요. 사실 젤라또 하면 이탈리아이지만, 왜 여기 남부 프랑스 니스에 젤라또? 하고 의문이 들었는데요. 저는 그 이유를 지도를 보고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니스는 이탈리아와의 국경 도시 멍통과 불과 2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니스가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되겠네요. 좁은 구시가 골목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꼬마 아이들이 앞을 지나면서 부러운 듯 저를 쳐다봅니다.

니스 꽃시장으로 불리는 쿠르 셀레야 마켓


지중해 주변의 남부 프랑스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곳 니스도 물가가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그 이유는 니스가 관광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 니스에 숙소를 정하면 주변의 유명한 도시들로 여행하기에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우선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칸(Canne)이 니스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곳이 바로 칸이죠. 제가 칸을 방문했을 때는 또 다른 대한민국의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칸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은 시기였습니다. 세계 영화의 메카, 칸 영화관에 걸린 한국 영화 포스터를 보니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니스의 동쪽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도시 국가 모나코 공국이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불과 20분 거리에 위치한 모나코는 가파른 절벽에 위치하고 있지만 억만장자들이 모여드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곳입니다.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의 좁고 가파른 길은 F1 시즌이 개막하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킷으로 변하고, 해변 주변에는 고급 요트와 저택이 넘쳐납니다. 이 밖에도 향수로 유명한 그라스도 니스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합니다.

아기자기한 골목이 예쁜 향수의 도시 그라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왔으니까 니스에서의 마지막 밤은 와인과 치즈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프랑스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충분히 맛있고 매력적인 와인과 치즈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프랑스 여행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마트에서 2019년 산 보르도 와인 한 병과 콩테, 까망베르 치즈를 사들고 숙소로 향합니다. 숙소는 널찍한 발코니가 있는 펜션으로 잡았어요. 발코니 벤치에 앉아 샹송을 들으며 와인에 치즈를 곁들이 남부 프랑스의 여유로운 휴양도시, 니스에서의 여행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렇게 지중해의 밤공기를 마시며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해봐야죠.

여유로운 지중해의 밤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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