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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Feb 05. 2024

스톡홀름 편의점에는 맥주를 안 판다고?!

[낭만 여행기] 스웨덴 스톡홀름

아침에 눈을 뜨니 피오르에서 만난 일본인 아유미에게 메시지가 와있다. 지금 스톡홀름에 있으니 같이 여행을 하자는 것. 며칠 전 그냥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메시지를 보내주다니, 반갑고 고마웠다. 그녀와는 바사 뮤지엄에서 만났다. 바사는 스톡홀름에서 출항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서 침몰해 버린 배인데, 박물관에는 이 배를 건져 올려서 전시해 놓았다.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지니고 있는 한국과 일본 출신 여행객들은 "이게 뭐가 자랑이라고 이렇게 박물관까지 해놓았냐!"며 실소를 지었다.


이어서 '감라 스탄'이라는 스톡홀름 구시가지로 향했다. 서유럽, 동유럽의 모습과는 또 다른 북유럽만의 매력적인 경관이 나타났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니 마치 중세시대 유럽의 마을 속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목들이 이어진 대 광장에는 과거 한자동맹의 흔적이 남아있는 증권 거래소 건물을 비롯하여 대성당과 왕궁 건물이 웅장하게 서있었다. 현대적인 도시 스톡홀름에서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감라스탄은 마치 서울 도심 속 창덕궁의 모습처럼 여행자들에게 여유롭게 다가왔다.


저녁시간이 되어 나름 큰 도전을 하기로 했다. 바로 북유럽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를 이미 경험한 후 혼자서는 도무지 고급 레스토랑을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스웨덴이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물가가 싸다는 점과 둘이 메뉴 한 개씩 시키면 그나마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스톡홀름에서 꽤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촛불이 켜져 있는 아늑한 식당 내부에 들어서자 능숙한 웨이터가 우리에게 자연스레 "something to drink?"를 물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장 싼 메뉴가 5만 원. 바로 물이었다. 물은 당연히 무료로 제공되는 국가에서 온 둘은 결국 물을 시키지 않기로 했다.

요리 몇 개에 30만원 넘는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


메인 메뉴 가격을 보니 그대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청어요리가 15만 원, 미트볼이 10만 원이다. 나가려고 하는 찰나 식전 빵이 우리 앞으로 나왔고, 이제 나갈 수도 없다. 청어요리와 미트볼을 하나씩 시켰고, 양이 부족할 것 같아서 감자 수프를 하나 추가했다. 청어 요리는 정말 비리기도 했지만 양이 정말 작았다. 미트볼은 딱 네 조각이 나왔는데, 한 조각에 2만 5천 원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한입 베어 물기가 무서웠다. 딱딱한 호밀빵에 퍽퍽한 감자수프를 찍어서 먹으니까 목이 막혔으나 물은 5만 원이다! 그렇게 딱딱하고 목 막히는 식사는 30만 원이 넘는 영수증을 받고 나서야 겨우 끝이 났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거금을 쓴 우리는 속이 탔고 자연스레 맥주가 생각났다. 그래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갔지만, 맥주가 없다! 다른 편의점에 가봐도 상황은 똑같았다. 편의점 직원에게 왜 술이 없냐고 물어보니 스웨덴은 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서 정해진 리커 스토어에서만 술을 판매한다고 한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먹기 위해 걷고 또 걸어서 스톡홀름 역 근처에 있는 리커스토어로 갔고, 드디어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획득할 수 있었다. 물도 없이 목마른 식사를 한 후에, 한여름에 1시간을 걷고 땀 흘린 후에 마시는 맥주는 지금까지 마셨던 그 어떤 맥주보다도 짜릿하게 시원했다. 그렇게 우리는 스톡홀름 중앙역 바로 앞에서 신나게 '건배'와 '간빠이'를 외치며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를 안 파는 스톡홀름 편의점




본 여행기는 제가 쓴 여행 에세이 '여행이 부르는 노래'의 에피소드 중 일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음 이야기 혹은 전체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여행이 부르는 노래'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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