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여행기] 미국 하와이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다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보다 하와이를 가는 사람이 많은 일본에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면 좀 더 저렴하지 않을까?' 많은 해외 항공 사이트를 찾아본 결과 일본 오사카에서 하와이 호놀룰루까지 가는 왕복 항공권을 10만 원대로 구했고, 그렇게 인천에서 오사카로 간 후 다시 호놀룰루로 이어지는 하와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왕복 3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도대체 왜 일본에서 하와이를 가는 것이 저렴할까? 하와이에 도착한 후 호놀룰루 시내를 걸으면서 빼곡히 들어선 스시, 라멘집들과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일본어와 일본인들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하와이에서는 19세기부터 플랜테이션 농업이 활성화되었는데 다수의 아시아인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했고, 그중 일본인 비율이 4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이후 하와이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살게 되었고, 일본에서 하와이로 방문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 저렴한 것이다.
우선 여행자의 로망인 오픈 스포츠카를 빌려서 오아후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아후 섬은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의 화산섬이다. 숙소가 있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출발하여 진주만을 잠시 들러 과거 진주만 공습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리고 섬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달렸다. 오하우 섬 북쪽 해변에 위치한 노스쇼어비치는 서핑족들의 천국이면서 '하와이 새우 트럭'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푸드 트럭에서 큼지막한 새우를 버터와 마늘에 노릇하게 볶는 향이 해변에 퍼지고 있었다.
열대기후와 화산지형은 하와이를 미국 본토와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으로 만들어 주고, 이 덕분에 하와이는 다양한 영화 촬영지로서 매력을 갖는다. 오아후 섬 동쪽 해안에 위치한 쿠알로아 랜치는 굵직하게 파인 협곡과 열대 우림, 그리고 광활한 평원이 인상적인 곳이다. 특히 영화 '쥐라기 공원' 촬영 배경을 둘러보는 투어가 인상적이었다. 초원을 지나며 초식 공룡 떼가 티라노 사우르스를 피해 달려가는 장면이 떠올렸다.
하와이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헤드로 향했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분화구로 그 모습이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정상에 오르면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기다리던 와이키키 해변으로 뛰어들 시간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해수욕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와이키키 해변은 규모가 매우 작았다. 그 이유는 수많은 호텔과 음식점, 쇼핑몰들이 해변가에 건설되면서 해변에 모래를 공급해 주는 사구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의 파괴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기대가 컸던 와이키키 해변이 점점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하와이의 인사말인 ‘알로하’는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을 지닌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하쿠나 마타타’와 일맥 상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열대 기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 언어에 공통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하다 보면 앞으로 태평양 한가운데 지상낙원 하와이는 그 아름다움을 잃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