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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Apr 05. 2024

지리적 중심과 현상적 중심에 대한 이야기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대한민국 서울

2장 '여기가 근본이지'에서는 다양한 의미로 중심인 도시들로 여행을 떠나봤습니다. 고대 로마제국의 중심으로 유럽 문화의 기반을 다진 이탈리아 로마,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근대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영국의 수도 런던, 그리고 유럽의 정중앙에 위치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온 보헤미안의 도시 체코 프라하까지. 마지막으로는 전 세계 K-컬처 열풍의 중심에 서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까지 살펴봤습니다.


네 도시들의 키워드인 '중심'은 크게 지리적 중심과 현상적 중심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지리적 중심은 위치적으로 어떠한 공간에 가운데 위치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수도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와 같은 현상적으로 명백하게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지만, 지리적 중심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위도와 경도로 4분할하여 계산해 보았을 때 강원도 양구가 됩니다. 또한 오랜 기간 유럽과 아시아의 가운데 위치하면서 무역과 문화의 다리 역할을 담당하였던 서남아시아가 중동(middle east)으로 불리는 것도 지리적 중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좌) 대한민국의 정중앙 양구, (우)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중동

지리적 중심과 달리 현상적 중심은 경제, 역사, 문화와 같이 구체적인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거나 발전한 곳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탄생지이자 카바 신전이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는 종교적 현상으로 보았을 때 이슬람 세계의 중심입니다. 메카는 현상적 중심이 가장 잘 나타나거나 발전된 곳을 비유적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열이 강하게 나타나는 강남을 '교육의 메카'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것이지요.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 대치동

'보헤미안의 고향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를 '유럽의 중심'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체코가 현상적으로 유럽을 대표하기 때문이 아니라 체코가 지리적으로 유럽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유럽의 지도를 살펴보면 체코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처럼 바다에 인접하고 있지 않는 내륙국입니다. 물론 그러면 '스위스, 오스트리아도 유럽의 중앙 아니냐?' 혹은 '경도와 위도를 정확하게 계산하면 유럽의 중심이 정말 체코가 맞는가?'라고 반할 수도 있습니다.


체코는 냉전시대 서쪽의 자본주의와 동쪽의 공산주의 국가들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소비에트 연방 시절 공산주의 국가에 포함되긴 하였으나, 체코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하였고 그 덕분에 동구권 국가 중 가장 자본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입니다. 즉, 체코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유럽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 중심에 위치한 체코


이와 비슷한 사례로 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멕시코를 들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지리적으로 구분하면 미국과 캐나다가 위치한 북아메리카와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남아메리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좁곳에 위치한 파나마 운하를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멕시코는 파나마 운하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북아메리카로 분류합니다.


반면 아메리카 대륙을 문화적 현상으로 구분하면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개신교를 믿는 앵글로 아메리카와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가톨릭을 믿는 라틴 아메리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를 현상적으로 보면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가톨릭을 믿는 히스패닉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멕시코는 지리적으로는 북아메리카에 속하고 현상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에 속하는 아메리카의 중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멕시코는 미국 국경을 맞대고 있고, 미국, 캐나다와 함께 USMCA라는 경제 공동체에 속해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경제 공동체 USMCA


'세상의 중심이었던 그곳'에서 살펴본 영국의 런던 역시 경도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지리적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템즈강이 내려다보이는 런던의 동남부 언덕에 위치한 그리니치 천문대 바닥에는 경도의 기준점이 되는 본초 자오선(prime meridian)이 그어져 있습니다. 물론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특정 지점을 기준이라고 정할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본초 자오선을 세계 표준으로 정할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했고, 그 덕분에 경도의 기준이 그리니치 천문대로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리적 중심지로만 취급하기에는 런던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영국은 산업 혁명의 발상지 영국의 수도이면서 현대 금융이 시작된 곳입니다. 은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bank가 된 것은 런던의 bank 지역에서 최초로 은행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지역은 시티 오브 런던으로 불리며 한동안 세계 최고의 금융 중심이었고, 현재에도 런던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또한 런던은 막대한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인 프리미어 리그가 펼쳐지고 곳이기도 하며, 뮤지컬과 브릿팝으로 상징되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좌) 그리니치 천문대의 본초 자오선, (우)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바라본 시티오브런던


하지만 중심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지리적 중심지보다는 현상적 중심지에 더 많이 사용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에서는 이탈리아 로마를 역사적 중심지로 바라봤습니다. 로마는 유럽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면서 유럽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로마 제국의 중심이었습니다. 물론 현재 유럽의 어원 에우로페(Εὐρώπη)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페니키아 공주이름인 만큼 그리스 문화가 유럽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군대로 최초로 전 유럽을 하나의 국토로 통일하였고,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공인하며 유럽인들을 하나의 사상으로 통일시킨 로마제국이 유럽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유럽 각 국가들의 언어와 문화는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유럽이라는 공동체 의식의 시작은 로마 제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을 지배했던 로마제국


2000년 전 유럽의 중심이 로마였고, 100년 전 세계의 중심이 런던이었다면 21세기 현재 세계의 중심지는 누가 뭐래도 미국 뉴욕입니다. 뉴욕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월스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이 유입되는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거대한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동상이 랜드마크인 이곳에는 세계 시가 총액 1, 2위를 다투는 뉴욕주식거래소와 나스닥이 위치하고 있고,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거대한 규모의 투자 은행과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습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가 시작된 곳도 바로 이곳 월스트리트입니다.

(좌) 월스트리트의 랜드마크 돌진하는 황소, (우) 세계 시가 총액 1위 뉴욕주식거래소

뉴욕은 세계 경제의 중심지답게 어마어마한 경제규모를 자랑합니다. 미국의 도시 중 하나인 뉴욕시의 GDP가 바로 위에 있는 캐나다의 국가 전체 GDP와 비슷합니다. 이처럼 소득과 구매력이 높은 뉴요커들이 거주하는 뉴욕은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고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맨해튼 섬 중앙에는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타임스퀘어가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이곳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이색적인 광고판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연극 공연장들이 화려한 네온사인을 밝히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들이 뉴욕을 방문합니다. 뉴욕은 런던, 도쿄와 함께 세계화 시대에 중심축 역할을 하는 세계도시입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

20세기 후반 미국 중심의 문화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는 미국 대중문화로 동질화되었습니다. 마이클 잭슨과 같은 미국의 팝스타와 디즈니를 비롯한 영화,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 미친 영향은 지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OTT 플랫폼의 영향으로 문화 부분에 있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균열의 핵심이 바로 오징어 게임, 기생충과 같은 드라마, 영화 산업에서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K-컬처입니다.


한류로 불리던 K-컬처는 초기에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였고, 이후 BTS를 비롯한 K-Pop 가수들이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와 같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콘텐츠에 매력을 느낀 전 세계인들은 드라마에 등장한 치맥과 같이 한국인들의 음식과 생활 방식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거리와 골목을 여행하고 싶어 합니다. 물론 아직 서울을 세계적인 문화의 중심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K-문화가 한때의 유행이 아니고, 이제 전성기로 달려가는 시점에 서울이 전 세계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력 또한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좌) 서울의 중심지 체계, (우) 서울의 랜드마크들


유럽을 지배하며 영원할 것만 같던 로마제국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절대 지지 않을 것만 같던 대영제국도 점점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언젠가는 1인자의 자리에서 내려올 날이 올 것이며, 변방에 위치한 작은 나라도 언젠가는 중심에 설 날이 올 것입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의 중심은 변합니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중심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면서 앞으로 어떤 국가나 도시가 그 중심을 차지할지 예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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