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보고, 만나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그 속에 항상 음악이 있었고,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여행이 부르는 노래'로 정했습니다. '여행이 부르는 노래'에는 각각의 여행마다 어울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읽다 보면 여행, 그 순간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겨울 무렵, 약 한 달간 '여행이 부르는 노래' 초고를 작성했습니다. 원래의 기획 의도를 살리기 위해 글을 작성하는 것과는 별도로 각각의 에피소드별로 적절한 노래를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첫 번째 여행'이나 '소주와 재즈는 No Promlem'처럼 에피소드 중에 노래가 직접 등장하거나, 아예 여행 자체의 목적이 가수인 경우(흐린 명동 하늘을 보며 Oasis를 꿈꾸다)에는 곡 선정이 어렵지 않았지만, 한 편의 여행기와 가장 어울리는 곡을 찾는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선곡을 할 때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십여 년 전의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 글자씩 적어 내려 가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노래를 한 곡씩 선곡해봤습니다.
작년 2월 말쯤 1차적으로 마무리된 '여행이 부르는 노래' 초고에는 총 37개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달 전쯤부터 1년 간 묵혀두었던 원고를 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퇴고와 더불어서 비슷한 에피소드는 합치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분리하고, 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나 내용은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에피소드는 총 30, 노래도 30곡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브런치북을 만들고, 제목도 붙이고 나서 내가 쓴 책의 내용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문득 그 노래들이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선곡한 노래는 국내 노래가 많을까? 아니면 해외 노래가 많을까?' '어떤 장르의 음악이 가장 많을까? '어떤 가수의 노래가 가장 많을까?'
자기가 쓴 책을 자기 스스로 분석한다는 게 어찌 보면 좀 웃기고 황당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런 책을 썼다는 자체가 그다지 평범한 행동은 아니었기에, 제가 한 번 책에 등장하는 노래를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여행이 부르는 노래에 수록되어 있는 30곡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행이 부르는 노래 Play lists
1. Everything happens to me - Duke Jordan
2. Little Baby - No brain
3. 소주 한 잔 - 임창정
4. No Problem - Duke Jordan
5. 크리스마스니까 - 성시경
6. 춘천 가는 기차 - 김현철
7. H에게 - 015B
8. The whole nine yards - Yoshimata Ryo
9. Yesterday once more - Carpenters
10. 가족사진 - 김진호
11. Love tropicana - Sister MAYO
12. Spread your wings - Queen
13. 내 탓은 아니야 - 권나무 14. 첫 펭귄 - 015B
15. 배낭여행자의 노래 - 신치림
16. 월량대표아적심 - 등려군
17. 그날을 기약하며 - 정성화
18. 걷고, 걷고 - 들국화
19. Hotel California - Eagles
20. 여수 밤바다 - 버스커버스커
21. Opera Carmen Prelude - Bizet
22. Electricity(Musical Billy Elliot) - Elton John
23. Stand by me - Oasis
24. Glory Glory Man United - Official MU Anthem
25. Don't look back in anger - Oasis
26. Bohemian Rhapsody - Queen
27.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 이적
28. All around the world - Oasis
29. Socker - Kent
30. Robinson - Spitz
여행이 부르는 노래로 선곡된 30곡을 국가, 장르, 가수 별로 분석해봤습니다. 여행에 관련된 노래인만큼 각각의 노래가 어느 나라의 음악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음악이 많이 선정되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가수, 음악가의 노래가 많은지도 분석해봤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노래는 13곡(43.3%)의 한국곡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자랐고 가장 많은 시간 살아온 곳이 대한민국이어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노래가 영국 곡(7곡, 23%)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평소 국내 가요를 제외하고는 미국 음악을 들을 기회가 가장 많을 텐데, 세 번째를 차지한 미국 곡(4곡, 13%)을 제치고 영국 노래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니까요.
그 이유는 제가 영국과 런던을 너무나 사랑하고, 영국 맨체스터 출신 밴드 Oasis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박지성 선수가 출전한 경기를 직관했고, 영국이 뮤지컬의 본고장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이처럼 저를 포함해서 누군가 어떤 국가를 좋아한다면(장소애, Topophilia),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 도 있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처음 '여행을 부르는 노래'를 기획했을 때는 포함되었다가 제외되었던 에피소드 '아니메, 나의 사춘기에게'의 내용처럼 제가 10대 때부터 좋아했던 일본의 문화들,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들도 영향을 미쳐서 일본 음악이 총 3곡(10%)을 차지했습니다.특히, 처음으로 간 콘서트이자 가장 많이 간 콘서트가 일본 밴드 Spitz의 공연이라는 점도 일본 노래의 비중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외에 성스러운 호수, 티베트 암드록쵸를 보러 가는 길에 택시에서 들었던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중국곡), 힘겨운 도보여행을 끝마치고 KTX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떠오른 비제의 카르멘 덕분에 선곡된 오페라 카르멘 서곡(이탈리아) 등이 있었고, 에피소드의 배경이 스웨덴인 '스톡홀름 세븐일레븐에는 맥주를 안 판다고?!' 는 스웨덴 출신 밴드곡(Socker - Kent)를 선곡했습니다.
다음으로 선곡된 음악의 종류, 장르를 분석해봤습니다. 장르는 국가와 상관없이 락, 포크, 재즈/뉴에이지, 뮤지컬/오페라 등으로 분류해봤습니다. 국내 가요 분류가 조금 애매했는데 느리고 감성적인 노래는 발라드, 미디엄 템포이거나 빠른 곡은 팝으로 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 곡, 응원곡 등도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장르는 락입니다. 10곡으로 33.3%나 차지했는데, 아무래도 영국 출신 밴드 Oasis나 Queen의 곡이 많이 포함되어서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첫 번째 여행'편에서 19살의 힘들었던 저를 힘차게 달래주었던 '노브레인의 Little baby', 황야의 무법자가 떠오르던 개발 전 세종의 모습이 떠오르는 'Eagles의 Hotel California'도 락 장르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발라드(6곡, 20%)가 차지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성적인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발라드도 여행과 꽤 잘 어울리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기타 하나 메고 감성 젖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포크가 4곡(13%), 캐나다 토론토와 영국 런던에서부터 저의 플레이 리스트에 담겼던 재즈와 뮤지컬 장르도 각각 3곡(10%) 씩 차지했습니다.
그 외에 온몸으로 배우는 열대기후 편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주제곡 'Love tropicana', 올드 트래포드에서 경기를 직관하며 들었던 우렁찬 맨유 응원가 'Glory Glory Man united'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이 부르는 노래' 플레이 리스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가수는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 Oasis입니다. 제가 워낙 영국을 좋아하기도 하고, 단지 Oasis 노래를 듣기 위해 영국 맨체스터로 갔었던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그 밖에도 역시 영국 출신 밴드 Queen도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저를 재즈로 입문시켜준 미국 재스 뮤지션 Duke Jordan과 시대를 앞서가는 감성을 지니고 있는 한국 밴드 015B도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여행을 하면서 들었던 기억에 남는 BGM이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이어폰을 귀에 꼽고 여행의 순간에서 들었던 음악을 들어보세요. 분명 여러분을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서 아침에 눈만 떠도 설레었던 여행의 그 순간으로 데려가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