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13년 전 서랍 속에서 발견한 여행의 의미

by 지리는 강선생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여기에서 '여행'이란 단어는 딱 한 가지 형태의 여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의 여행은 대학생들의 로망인 배낭여행부터 도보여행, 오지여행, 전국 도시여행 등 시간과 여유가 되는 한 다양한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다. 모든 일에 계기가 있듯이 나의 이런 여행에 대한 사랑에도 이유가 있다. 때로는 학업에 대한 부담,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니게 된 계기는 나의 첫 여행에서부터이다.


처음으로 돈을 모아서 스스로 계획하고 떠난 여행은 캐나다 유학 시절 여름 방학 때 거의 즉흥적으로 시작되었다. 전 학기 동안 두 가지 파트타임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캐나다 동부로 떠났다. 차이나타운의 무너질 것은 같은 숙소에서부터, 때로는 길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던, 어찌 보면 가난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이렇게 여행을 처음 경험하면서 나는 자유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무엇에도 속하지 않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 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교감을 했으며, 다시 그런 인연들에 속하지 않고 또 다른 장소로 떠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진정한 여행의 묘미, 자유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기억이란 매우 정확한 듯해도 때로는 혹은 거의 대부분 그 당시의 주관적인 감상들만 기억되곤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여행에 대한 좋은 기억도 이와 같이 왜곡된 기억일 수 있다. 사실 여행에 대해 기억을 되뇌어 보면 항상 유쾌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급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계산할 때 돈이 모자라서 짐을 맡기고 급히 찾아오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숙소 하나 찾기 위해 몇 시간이나 길에서 허비하기도 했다. 또 국경을 넘으면서 환전을 잘못하여 가뜩이나 빠듯한 여행일정에서 한동안 눈앞에 환전소 간판만 아른거리기도 했다. 이처럼 여행은 나에게 처음의 기대와는 너무도 다른 여러가지 상황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또 다른 매력적인 우연 속에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 그 순간순간 나의 생각과 기분, 과거에 대한 회상, 미래의 계획들을 적는 습관이 있다. 혼자 식당에 가서 음식을 기다리면서 혹은 펍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시며 작은 수첩과 나의 상념들을 교환한다. 이는 내가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마음이 맞는 친구와 떠나는 여행의 이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익숙한 장소의 사람들과 익숙한 것들을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여행에서의 외로운 습관은 여행의 기술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는 말처럼 새로운 상황과 장소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이 당시 나의 고민과 걱정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 생각의 산파는 정체되어 있던 머릿 속 생각을 일깨워서 보다 더 발전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여행은 단순히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는 관광의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여행의 의미는 낯선 곳에서 다양한 것들과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 속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들을 경험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나를 소유하거나 내가 소유하는 것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새로운 장소 속에서 자극을 받아 새로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발산시키는 그런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지금도 나를 여행 배낭을 메고 떠나는 꿈을 꾸게 만드는 달콤한 유혹이고, 나의 여행의 의미이다.



여행이 부르는 노래: 출발 - 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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