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상품화와 스펙터클, 역공간, 디즈니화, 소비의 심미화, 거버넌스
안녕하세요. 이제 어느덧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세계 문제와 미래사회 9주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도시에 대한 모든 것의 3번째 시간이자 마지막 시간입니다. 도시에 대한 모든 것 첫 번째 시간에는 도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두 번째 시간에는 도시의 내부구조를 주로 다루었다면 세 번째 시간에는 도시의 경제와 문화를 조금 더 깊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굉장히 생소한 용어와 학자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가 현재 살고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다분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면서 조금 깊이 생각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이들어서 이번 주 주제로 다뤄봤습니다.
도시공간이 상품화된다는 것은 자본의 끊임없는 이윤창출을 위해 공간이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잉 축척의 위기를 벗어나 자본 회전 속도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물리적 자본축적 환경에 자본투자를 하는 공간적 돌파와 상품 소비공간을 세련되게 꾸며 소비를 가속화시키는 문화적 돌파 등이 있습니다. 도시공간의 상품화 과정은 판매와 구매 및 소비행위가 이루어지는 소비공간에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간은 이제 단순히 소비를 촉진시키는 수준을 벗어나 직접 공간 자체가 소비되기 시작합니다. 소비공간은 미학적 차별성을 강조하게 되고 이를 위해 사람들의 욕망을 활용합니다. 자본의 새로운 전략은 공간 자체를 상품화시켜 소비하도록 함으로써 이윤의 확대 재생산을 달성하고 상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필요의 원칙이 아니라, 백화점, 쇼핑몰과 같은 상품 판매 공간의 미학적 세련미를 강조하는 욕망의 원칙에 의해 지배됩니다. 즉, 욕구에서 욕망이라는 문화적 전략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욕망의 창출 기제로 등장하는 것이 도시 스펙터클입니다. 스펙터클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광경이나 볼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그 이면에는 총체적인 경제 사회 구성체의 논리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디보르는 스펙터클을 이미지가 될 지경까지 축적된 자본으로 바라봅니다. 이러한 스펙터클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도시공간에서 대량 생산되고 대량 소비되는 이미지입니다. 포스트모던 건축물이나 상업광고 등의 상업 스펙터클이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장소를 잠식해 나가고 있고, 이는 또다시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일상생활 전반에 침투함으로써 도시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펙터클의 축적물로 환원되고 있습니다. 영상문화의 시대로 변모한 현대 도시의 대중문화 현상도 이러한 스펙터클의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상품화와 스펙터클의 동원은 대중 주체들의 라이프스타일 창출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됩니다. 대중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일상 소비생활에서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상품의 효용성과 사용가치를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하는 상품의 내용보다는 겉모습, 즉 이미지입니다. 그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어떠한 스타일의 사람으로 보이는가 하는 것이고, 그 스타일이란 나는 누구인가 보다는 나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자기표현 양식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근원입니다. 이러한 삶의 스타일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바로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매체입니다. 이렇게 시각 이미지에 호소하는 광고의 욕망 자극 효과는 도시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건축물, 거리 자체까지도 하나의 이미지 소비공간이 됩니다. 주요 타깃이 되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적합한 분위기를 갖추고, 느낌과 이미지로서 그들에게 다가갑니다. 이러한 소비공간이 모여 형성되는 거리 자체는 또 하나의 소비공간이 되면서 거리를 구성하는 상점과 건물들의 배치, 간판, 심지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까지도 하나의 소비의 대상이 됩니다. 즉, 거리 자체가 소비되는 것입니다.
공공공간이 자본의 사적 공간에 의해 침해되고 있는 현실은 공간 상품화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대도시의 도심을 거닐다 보면 편안하게 쉬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카페처럼 돈을 지불해야만 제한된 휴식 공간을 잠시나마 점유할 수 있습니다. 소킨, 미첼, 그래엄과 마빈 등 많은 학자들은 자본에 의한 사적 공간의 확대 속에 의사소통의 장이자 담론의 장인 공공공간이 점점 사라져 가는 현실에 대해 많은 비판을 제기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도시경관을 장악하게 되면서 도시의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이르바 사적인 공공공간이 등장하며 공공공간, 즉 대중들에게 제공된 공공공간이면서 사적으로 소유되고 관리되는 공간이 매우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적 공간의 확대와 공공공간의 축소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공공간의 사적 공간의 경계 소멸과정을 일컫는 개념이 역공간(Liminal space)입니다. 여기서 '역'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지만 또한 어느 누구의 영역도 아닌 것을 의미합니다. 역공간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문화와 경제를 가로지르고 결합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대도시의 소비공간이 이러한 역공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즉, 소비문화경관은 노동의 공간도 문화적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소비의 공간도 아닌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소비공간에 문화공간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공간의 역성을 재현해내고 있는 거리축제, 대중교통수단에 존재하는 상업광고, 지하철 역과 연계된 백화점, 그리고 가상공간인 인터넷 창에 도배된 각종 상업광고들 역시 모두 역공간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학술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 광고, 문학과 같은 대중적 재현 양식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도시 경관과 관련된 포스트모더니즘은 사각형의 모던 건축이 아닌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반영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신고전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때로는 상이한 모티브를 차용하여 절충적으로 혼합하는 양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특히, 현대 건축은 소비, 쾌락주의, 이윤 추구를 특징으로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결과 포스트모던 도시에서는 기호와 이미지가 더욱 중요시됩니다. 이런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실제 세계의 이미지를 모방하는 허구적 구성물을 실제 시계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시뮬라크라'라고 명명했습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은 광고와 대중매체를 통해 '초현실성'을 생산하고, 이러한 과현실성이 지배하는 공간을 '초공간'으로 명명했습니다. 디즈니랜드는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가장 전형적인 초현실성을 보여주는 실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즈니랜드는 애국주의, 전통적 가족의 가치, 기업의 자유를 극찬하면서 불순물이 정제된 세계관을 표현함으로써 현실의 문제점들, 폭력, 갈등, 착취 등을 얼버무립니다. 이와 같이 의식적으로 환경을 창조해내는 것을 이미지 공학이라고 합니다.
소킨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시대의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테마 공원이 되어감에 따라 세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제공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러한 도시 공간을 비지리적 세계라고 지칭합니다. 이 결과 현대 도시의 다양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은 문화의 아주 얕은 표면만을 보여주며, 이를 '디즈니화'로 부릅니다.
위치재(positional good)는 오늘날 소비자의 우월성을 잘 나타내는 개념이지만,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소비라는 행위는 이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더 이상 출신이 위치를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은 상품의 소비를 통해 다양한 정채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소비의 심미화라고 합니다. 즉, 점차 생산이 증가하는 것은 실체가 있는 사물이 아니라 미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음악, 영화, 영상과 같은 비물질적 대상입니다. 또한 사물에 있어서도 기호와 이미지,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잭슨과 수트리프는 '정체성은 소비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확인되고 경합된다'라고 말합니다. 즉, 사람들은 특정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차별화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새로운 주체 위치를 드러내 보이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소득, 계급, 민족적 배경과 같은 전통적 요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소비하는가에 따라 정의된다는 것입니다.
캠벨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기 환상적 쾌락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 소비주의의 정신이 태동했다고 본다. 사람들은 자기 환상적 쾌락주의로 인해 새로운 것이 항상 그 이전의 것보다 더 큰 충족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일련의 사물에 매혹되어 끊임없이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낭만적 자본주의'는 프로테스탄트의 노동 윤리가 아니라 꿈과 환상이 이끄는 과정에 토대를 두는 것입니다.
낭만적 자본주의는 전후 경제적 호황과 신용카드의 보급에 힘입어 꽃을 피웠고, 사람들은 소비 패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생활양식을 자유롭게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즉, 대중적인 소비가 아닌 개인화된 소비 패턴을 통해 자신의 독특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업들은 상품의 디자인, 틈새시장 마케팅, 상표의 이미지를 통해 사물에 환상을 입히고, 환상에 환상을 덧입히며 소비를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도시성장 연합이란 민간 자본이나 공공 자금에 의한 투자를 유인하여 도시의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간의 파트너십을 의미합니다. 교외화로 중산층이 중심 도시에서 빠져나가고 교외지역은 자체 시정을 형성하여 독립함으로써 중심 도시는 재정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도시들은 시당국-상공인-노동자 3자 연합의 도시성장 연합을 결성하여 중앙정부에 개별 도시 지원을 요청하고 주택 공급과 도시 재생 프로그램을 추진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주요 수혜자는 주로 대기업과 개발업자 및 공공기관이었으며, 거주자들은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도시 기업가주의는 도시정부의 자치권 강화로 관료주의적 형태에서 벗어나 민간·공공 투자유치를 위해 마치 기업가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등장과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시 간의 치열한 투자유치 경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도시 재정에서 사회 복지, 공공 서비스 지출이 우선적으로 감축되었고, 도시 정책에 상공인의 이해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도시 정부와 민간 자본이 합작하여 도시 활성화를 위한 재생 프로그램을 추진하였고, 도시는 장소 마케팅을 통하여 산업 유치를 위한 위락 지구 조성, 고급 주거지 형성, 오피스 파크 조성 등에 적극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도시 정치의 여러 양상들을 도시 거버넌스라고 하며, 거버넌스는 일종의 정치적이고 경제적 조정 양식으로서 다른 말로는 통치 체제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도시에 대한 모든 것에서는 인구의 90%이상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 많은 내용들을 다루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알고 있고, 관심 있고, 좋아하는 내용들을 위주로 주제를 정하였기 때문에 도시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지는 못 하였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거주, 문화, 경제 등의 다양한 문제와 현상들을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주에는 인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봅시다. 이상 수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