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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Feb 14. 2023

축구와 건축의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가 마드리드를 싫어하는 이유(Feat. 가우디)

1. 마드리드가 아니라 바르셀로나로 떠난 이유


저는 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중 유럽을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많이 가봤습니다. 여권 뒷면에 찍혀있는 국가 도장 중 절반 이상이 유럽 국가들입니다. 프랑스 파리는 세 번, 이탈리아 로마는 네 번, 그리고 영국 런던은 무려 여덟 번이나 가봤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페인은 유럽 여행을 그렇게나 많이 가는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저의 여행 취향이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보다 한 번 가봤던 곳 중 좋았던 곳을 더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스페인은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2018년 여름,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베리아 반도는 유럽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대서양과 맞닿아있고 남동쪽으로는 지중해를 품고 있는 지역으로, 과거 대항해시대에는 두 나라 모두 세계를 누비는 해양왕국이었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색적인 기후가 나타납니다. 바로 지중해성 기후인데요.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는 비가 적게 오는데 비해,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이곳은 여름은 매우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많이 옵니다. 그래서 여름의 강렬한 햇빛과 건조한 기후 덕분에 이곳에서는 포도, 오렌지, 레몬과 같은 과일들이 맛이 좋고 잘 자란답니다.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국가들에서 와인이 유명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죠. 또한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이 쓰이는 올리브기름을 만드는 올리브 나무도 이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 잘 자랍니다.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 나무


자 이제 스페인로 떠나기로 어느 도시로 가는 중요겠죠. 보통 새로운 으로 여행을 할 때 처음에는 그 나라의 수도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도가 그 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다 보니 볼거리도 가장 많기 때문이겠죠. 스페인의 수도는 마드리드니다. 하지만 저는 2 도시이자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도시 바르셀로나 매력에 끌렸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습니다. 우선 바르셀로나에는 'FC 바르셀로나'라는 세계적인 축구팀 연고지입니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 CF' 역시 세계적인 축구팀이긴 하지만, 뭔가 마드리드 중앙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카탈루냐 지방을 대표한다는 'FC 바르셀로나'팀이 좀 더 끌렸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손꼽히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던 팀이기도 하고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라는 계적인 건축가의 름다운 작품들이 거리 곳곳에 가득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처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가우디의 필생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도 저를 바르셀로나로 이끌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중심 거리 라람브라

또한 바르셀로나는 제가 좋아하는 소설책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 배경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을 함께 여행하기에도 드리드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여름이 막 시작되려고 하는 여름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훌쩍 떠났습니다.



2. 바르셀로나는 왜 마드리드를 싫어할까?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 탔습니다. 비행기  밖으로 유럽이 품은 바다, 지중해와 프랑스와 스페인의 자연적인 국경이  피레네 산맥이 이네요.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북동부에 위치한 까탈루니아 주에 주도입니다. 북쪽으로는 피레네 산맥, 동쪽으로는 지중해와 맞닿아있는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중앙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에서 바라본 지중해와 피레네 산맥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국내 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지역으로 단순히 경제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독립적인 자치권을 갖고 있었으며, 문화, 언어, 역사가 남다르다는 것에 자긍심이 뛰어납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운동을 하려는 요구가 많다고 해요. 특히 스페인 중앙 정부의 수부인 마드리드와는 앙숙의 관계인데, 이는 스페인 프리메라 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전,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로 표출됩니다.


엘 클라시코 더비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호날두 이전까지 포르투갈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루이스 피구'의 이적 사건입니다. 2000년 시즌을 앞두고 FC 바르셀로나의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루이스 피구가 숙적 레알 마드리드 CF로 전격 이적을 한 것이죠.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도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텐데 팀의 최대 라이벌이이자 카탈루냐 지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마드리드 지역을 상징하는 팀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극도로 분노했습니다.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처음으로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누 캄프에서 벌어지는 엘 클라시코 더비. 성난 바르셀로나 팬들은 그에게 '배신자' '유다'와 같은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부었고, 심지어 운동장으로 돼지 머리를 잘라서 집어던지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카탈루냐 지역 사람들은 스페인의 다수 민족인 카스티야인과 자신들을 구별하고 하나의 독립 국가를 세우기를 꿈꿉니다. 당연히 마드리드 중앙 정부를 이를 좋게 보지 않겠죠. 그래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간의 사이는 좋지 않고, 그 감정의 대리전을 축구로 하고 있는 셈이죠. 카탈루냐의 주를 상징하는 깃발은 빨간 선과 주황선이 여러 번 교차하는 디자인인데, 이 깃발에 파란색 삼각형 하얀 별을 추가한 것이 바로 카탈루냐 독립을 상징하는 '에스텔라다'입니다.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집집마다 이 깃발들을 걸어놓는데 까탈루니아 독립을 좀 더 강경하게 지지하는 사람은 이 '에스텔라다'를 걸어놓는다고 합니다.

까탈루니아 깃발과 에스텔라다 깃발


카탈루냐의 독립을 상징하는 깃발이 번갈아 걸려있는 골목을 지나 카탈루냐의 심장과도 같은 축구팀 FC 바르셀로나, 바르샤의 홈구장 누 캄프로 향했습니다. 누 캄프는 8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축구경기장으로 아쉽게도 7월은 아직 리그가 개막하지 않은 시점이어서 경기는 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실제 축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락커룸과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인터뷰하는 프레스 센터와 실제 축구 경기를 펼치는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경기장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휘황찬란하게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우승 트로피들이 눈을 사로잡았어요. 트로피들이 전시되어 있는 뒷면에는 바르샤를 거쳐간 수많은 레전드 선수들이 유럽의 최고의 팀에만 허락된다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 이어'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는 사진이 걸려있었죠.  모습이 바르샤가 진정한 명문팀임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락커룸과 프레스 센터를 지나 푸른색 그라운드로 나왔습니다.  캄프 관중석에는 'Mes Que Un Club'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습니다. 클럽  이상이라는 의미로 바르샤의 자긍심을 보여주고 있는 단순 명료한 문구입니다. 직접 경기를  보내는 대신 객석에 앉아서 VR기기로 실제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캄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습니다. 실제 이곳에서 경기를 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상상해 봤어요.

누 캄프에 당당히 새겨진 클럽 그 이상



3.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가우디


FC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바르셀로나에서 절대 빠질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인데요. 바르셀로나는 축구와 가우디 덕분에 먹고산다는 말이 절대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매년  세계적으로 그가 건축하고 설계한 작품들을 감상하려 수많은 관광객이 바르셀로나에 찾아옵니다. 그가 디자인한 건물과 공원, 성당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있었겠지만, 저는 조금  깊게 그에 대해 알기 위해서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투어는 버스를 타고 주요 장소에 들러서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는 전형적인 형식이 아니라 가이드와 여행객들이 함께 바르셀로나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어요. 가이드는 바르셀로나와 까탈루니아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바르셀로나에서  사가면 좋은 상품들과 현지인 맛집들을 추천해 주는  가우디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포인트 장소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적절한 배경음악을 틀어주며 음악과 여행이 아름답게 어우러질  있도록 해주었죠.

까사 바뜨요 내부 모습


가이드 투어는 가우디의 초창기 작품인 가로등에서부터 바르셀로나의 부호 구엘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만들었다는 구엘 공원으로 이어졌습니다. 구엘 공원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인체공학적으로 만든 야외 의자가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의 집을 연상하는 까사 비요뜨에는 직접 들어가서 안에 들어있는 각종 가구와 내부 장식을 봤어요. 가우디가 강조한 원과 곡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은 가우디가 활동하던 당시, 선과 면을 강조하던 모더니즘 양식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중심거리, 라람브라(La Rambla)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까사 밀라는 멀리서도 '누가 봐도 가우디 작품!'이라고 외칠 만큼 그의 디자인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전 작품인 까사 비요뜨에 비해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 면이 더욱 눈에 띄었죠. 근처 식당에서 새우가 들어간 빠에야로 점심을 해결하고 이제 가우디의 혼이 담긴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습니다.

까사 밀라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가이드는 투어의 하이라이트답게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 도착하자 잠시 걸음을 멈춘 후에 우리에게 자신이 뒤를 돌아보라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며 신의 명령을 어기고 뒤를 돌아봤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처럼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지하철 개찰구를 나왔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음악이 절정에 치닫는 순간, " 이제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세요."라고 가이드가 외쳤습니다. 눈을 뜨자 거대하면서도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생전 경험해보지 못했던 건축물이 아득한 전율로 다가왔서요. 아주 잠시 넋이 나간듯한 어지러움을 느낀 것은 단지 지중해의 따가운 햇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겠죠?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자신의 마지막 위대한 작품으로 남기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 놀라운 건축물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한창 짓던 도중 가우디는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의 유명세에 비해 너무도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아무도 이 위대한 건축가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고 해요. 그는 결국 숨을 거두었고, 바르셀로나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건축가로서는 매우 허망한 죽음이었습니다.


비록 가우디는 끝내 자신의 계획을 이루지 못하였지만, 후대 예술가들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우디가 직접 지은 성당의 전면과 건축가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가 만든 후면의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가우디가 디자인한 전면은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는 듯 물결치고 있는 무늬가 인상적인데, 그런 불규칙스러움 속에서도 신선한 규칙과 탁월함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후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후면은 전면과는 달리 상대적인 직선을 강조하면서도 부드러움이 인상적이었어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전면과 후면의 모습 (좌: 가우디 작품, 우: 후대 건축가 작품)


그렇게 전면과 후면의 모습, 성당 내부와 첨탑 위를 둘러본 , 성당이 비치는 호숫가에 앉아서  동안 멍하니 가우디의 유작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가우디는  성당을 지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과연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성당을 완성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 이름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대성당일까?' 성당 전면에 가우디의 표현주의 형식으로 새겨진 예수 수난 일대기 파사드를 바라보며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을 보고, 역시 바르셀로나 곳곳에 남아있는 안토니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걸었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했습니다. 아마도 직접 축구 경기를 보지 못하였고, 가우디 필생의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된 것 역시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비록 스페인은 제가 유럽 중에 가장 나중에 여행한 국가였지만, 누 캄프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성된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꼭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다음 여행지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2026년에 완공되었을 때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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