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글쓰기가 업인 사람이 아닙니다. 고등학교에서 세계지리, 한국지리, 여행지리, 그리고 사회문제탐구를 가르치고 있는 지리교사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늘어나서 제법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작년 9월 여행 에세이 ‘여행이 부르는 노래’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제가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라고 어디 가서 이야기하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저 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동안 수업시간에 했던 여행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서 책이라는 묶음으로 펼쳐본 것입니다.
작년에 책을 내지 않았다면 이런 의뢰도 없었겠지
그런데 점점 글을 써야 하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재작년까지 했었던 '새교육'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세계로 떠난 지리 선생님들’에서는 저 혼자 여행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서 큰 부담은 아니었지만, 작년에 ‘여행이 부르는 노래’ 책을 집필할 때는 초고 작성부터 1차, 2차, 3차 교정 작업을 거치면서 글쓰기, 정확히는 출판이란 것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 실감 했습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제가 경험했던 것들 중 가장 힘든 일 두 가지가 바로, 출판 교정 작업과 영상 편집입니다.
작년 수학여행 도중 의뢰를 받은 월간 독서평설 ‘도시를 걷는 인문학’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논술 잡지에서 제가 ‘도시를 걷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매달 글을 쓰는 겁니다. 그동안 다녀왔던 여행지를 그저 여행기 형식으로 담담하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인문학적 배경과 스토리를 여행기와 엮어서 풀어야 하니까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3월 26일 현재 5월 호 원고까지 제출되었고, 6월호 원고를 구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다 보면 한 달 내내 원고를 제출하기 직전까지 그 도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새로운 원고를 매달 쓰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또 하나! 2주 전 새로운 글쓰기 연재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무려 주간지입니다. 아 물론 매주 글을 쓰는 것이면 제가 거절했을 텐데 격주로 글쓰기를 하면 됩니다. 그리고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은 1600자 내외. 대략 A4 용지 조금 넘는다고 보면 됩니다. 고3 담임이면서 학기 초 새로운 업무와 수업준비를 해야 하고, 이미 하고 있는 글쓰기 연재도 있고, 유튜브도 해야 하고, 특강 의뢰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연재를 맡는다는 것이 좀 무리일 수 있다는 걱정도 됐지만, 의뢰가 들어온 곳이 작년에 나에게 처음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었던 지역 마트이지 주간지 ms투데이였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님들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이 지역 잡지 ms투데이를 보더라고요. 저한테는 별 것 아닌 수고로움이지만 제 얼굴과 이름이 나온다는 것에 특히 학생들이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이 이 제안을 수락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처음 저를 발견해준 고마운 지역 주간지 'ms투데이'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연재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새로운 글을 기획해야 합니다. 아 우선 연재 제목을 정해야겠군요. 담당 기자님께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를 원하셨습니다. 남녀노소와 대중적이라는 단어에서 불현듯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가 떠올랐어요. '낭만'이라는 단어가 어감도 좋고 최근 이 단어가 강원도 교육계에서 이슈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칼럼 제목을 '낭만 여행기‘로 정했습니다.
낭만이란 과연 무엇일까?
2주에 한 번씩 글을 써야 하고 또 원고 분량이 1600자로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여행의 서사와 낭만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한 회의 분량에서 여행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2편 혹은 3편이 시리즈 형식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티베트 여행기를 2편으로 연재를 한다든지, 유럽 여행기를 3편으로 나누어서 연재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또한 연재를 확정하기 전에 기자님께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여행을 이미 다녀왔던 곳들에 대한 내용은 몇 년 전부터 책이나 잡지, 인터뷰를 통해 이미 어딘가에서 쓰거나 이야기한 내용들이라고요. 그래서 그 내용들을 약간씩 변경해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뭐 한마디로 사골을 또 우린다는 것이죠. 어쩔 수 없습니다.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이 본업이 작가가 아니듯 여행 가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마도 그 첫 번째 사골 여행지는 저의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이자 낭만이 살아있는 티베트가 될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나의 여행 사골이 되어준 고마운 티베트
'낭만 여행기' 연재를 확정 짓고 나서 드라이브를 하며, 찜질방에서 사우나를 하며, 헬스장에서 벤치를 들면서 앞으로 연재하게 될 국가나 도시들을 머릿속으로 한번 쭉 나열해 봤습니다. 일단 티베트는 퍼밋과 관련한 출발하기 까지의 어려움과 칭짱철도의 구입과 라싸에 도착, 그리고 우연히 춘천 형을 만나는 장면까지를 1편으로 하고, 조캉사원과 포탈라궁, 그리고 빙하 호수인 암드록쵸로 가는 택시까지 모으면 총 2편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여행 칼럼 제목이 낭만 여행기니까 첫 유럽 여행에서의 에피소드인 'Love story in Italy'도 빠질 수는 없겠네요. 이렇게 하나둘씩 쓰다 보면 어느새 작년에 썼던 여행 에세이 '여행이 부르는 노래'나 지금 연재하고 있는 '도시를 걷는 인문학'처럼 익숙해지고 틀이 잡힐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사골, Love story in Italy
아무튼 오늘 이렇게 여기 브런치에 출사표 비슷한 글을 쓴 이유는 4월부터 새로운 연재를 또 하게 되었고, 스스로 혹은 공식적으로 글쓰기 마감의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의 브런치에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여기는 저의 특강이나 글쓰기 준비를 하는 서재 같은 곳이어서 공식적으로 발표되거나 출판되기 전 말과 글이 선공개되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2주간 간격으로 업로드될 '낭만 여행기'와 월간으로 공개되고 있는 '도시를 걷는 인문학'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