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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그민 Sep 05. 2021

ㄱ. 전면 등교는 개뿔

멈춰진 세상은 다시 움직이는 가

드디어 1차 접종을 했다.

그리고 2021년 9월이 되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제법 쌀쌀해졌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아직 집에 있다.


이번 학기에는 아이들 전면 등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고3 학생들 접종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살짝 기대했던 마음이 점점 커졌던 모양이다.

2020년 3월부터 했던 기대와 실망을 이번 학기에도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라고 비유하는 것에 약간의 죄책감이 있었다. 하지만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새해가 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좌절을 해가면서 마음이 시들어가는 모습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접종이 진행되면서 '다음 학기에는 정상화되려나' 하는 기대가 일어나지만

 아직 아이들에 대한 접종 일정은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으니 섣부른 기대는 접어두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톡방에 대화가 시작되었다. 

묵묵하게 등교 개학을 기대했던 동지들이었다.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들을 학교로 내몰아가는 인정머리 없는, 모성애를 상실한 엄마라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기대도, 의지도 상실한 '이젠 말할 기운도 없다'는 엄마들이었다. 


2021학년도 2학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20년에 경험했던 대 혼란은 아니었다.

하나뿐인 컴퓨터에 두 명의 아이가 접속해서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도 정리되었고, 

아침마다 두 아이 사이를 오가며 온라인 접속하여 출석을 체크해야 하는 전쟁도 

아이들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네 번째 개학을 맞이 한 현재의 감정은 <두려움>이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백신 접종을 마쳐도 마스크를 쓰는 생활은 계속될 것을 예상하는 것처럼 

백신 접종을 마쳐도 아이들의 학교 생황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이 올라왔다.


온라인 개학을 한 아이가 말했다.

"이제 등교 수업하는 날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예전엔 어떻게 매일 학교에 갔었던 걸까... 

학교 나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 그냥 학교 안 가고 집에서 수업만 들으면 되는 거 아닐까?"

나름 공부 습관, 생황 습관이 잡혀있고 학교 생활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자부했던 아이들이었다.

예전에 당연했던 등교 수업이 이제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되었다. 

당연시 여겼던 가치들이 흔들려가고 있다. 

학교에 가지 못하니 친구를 만나기가 힘들어졌고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도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아동 청소년기에 또래관계의 경험을 상실한다는 것은 사회성 발달뿐 아니라 

개인 정서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이들이 점차 이 부분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본다는 것도

 부모로서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의 생활을 <수용소>에 비유할 만큼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우리가 어떠한 노력으로도 이 현실을 바꾸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어제 경험했던 하루와 거의 일치하는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는 방법 밖엔 없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같은 일상에서 

작은 다름을 찾아내며 의미를 찾아가는 노력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정해진 기간을 채우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주는 만족감에서는

모든 노력을 다해 어렵게 얻은 것의 성취감이 주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현재 경험하는 

어느 하나 쉬운 것 없는 일상에서 

반드시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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