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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저녁, 그 사이의 여백

에세이

by 화려한명사김석용

나무와 저녁, 그 사이의 여백

해 질 녘의 선물

겨울의 끝자락, 오후의 시간이 저녁으로 물들어 가는 순간은 마치 하루가 마지막 선물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사진 속 나무들은 겨울의 흔적을 간직한 채 서 있다. 앙상한 가지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하다. 이 장면을 바라보며, 나무와 하늘 사이의 빈 공간이 주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텅 빈 듯, 채워진 풍경

나무는 언제나 거기 서 있다. 아무 말 없이 계절을 견디며 자기 자리를 지킨다.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의 나무는 어쩌면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잎사귀로 가리지 않은 순수한 실루엣, 그리고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 이 사진은 그런 나무와 저녁 하늘이 빚어낸 조화다.

하지만 이 사진의 진짜 주인공은 빈 공간이다.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 나무 아래 드러난 여백. 그것은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득 차 있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빛은 우리에게 빈 곳이란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텅 빈 듯 보이는 시간이 있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느껴지는 순간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숨어 있다. 그것은 조용한 성찰의 시간일 수도, 혹은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여백의 미학

사진 속 풍경은 말한다. 비어 있는 공간은 공허함이 아니라 여유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나무의 가지 끝에 걸린 붉은 하늘처럼, 우리 삶의 빈 여백은 새로운 이야기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다. 오늘 하루의 끝에서, 이 장면을 떠올려 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겨울 저녁의 나무들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여백을 통해 빛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여백은 삶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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