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젊은이에게 전하는 인생 이야기
지은이: 김석용
프롤로그: 이 길 끝에, 네가 있다면
세상은 예고 없이 우리를 밀어낸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너를 가장 약한 순간에 찾아온다. 너도 언젠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을 만큼 지친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때, 누군가 곁에 있어 조용히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
이 책은 그런 말을 건네고 싶어서 시작되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지금 너의 두려움과 불안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버티는 모든 순간이 너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 길을 함께 걷는 작은 손잡이이기를 바란다.
1장. 세상은 너를 안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버텨라
세상은 너를 안아주지 않는다. 그건 처음부터 그랬다. 누구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따뜻한 품속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 태어났을 때 울음을 터뜨린 건, 세상이 따뜻해서가 아니라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고독하게 시작되는 존재다.
살아보니 알겠다. 기다림 없이 안아주는 사람은 드물고,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는 더 드물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괜찮아, 수고했어, 고생 많았지.” 하지만 그런 말조차 듣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들이 훨씬 많다. 그런 날에는 자신에게 조차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고 잠드는 날이 많다.
그래서 버텨야 한다. 안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어깨를 기대어 줄 이가 없어도, 허공에 쓰러지지 않는 중심을 가진 사람으로. 버틴다는 건 무릎 꿇지 않는다는 뜻이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일이다. 그것이 진짜 강함이다.
나는 요양원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을 만난다. 그들의 삶은 고통의 흔적이자, 버틴 시간의 증거였다. 누군가는 기억을 잃고, 누군가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 안에는 오래도록 자신을 지켜온 마음이 있었다. 말없이 눈을 감고 누워있는 그분들의 얼굴에서 나는 배운다. 지금 이 순간도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젊은 너에게 말하고 싶다. 세상이 널 안아줄 거란 기대는 접어라. 대신, 너는 너를 버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너는 너를 구할 수 있다.
2장. 삶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다
누군가는 너에게 말할 것이다. "이게 정답이야. 이렇게 살아야 해." 책도, 뉴스도, 심지어 가까운 가족들도 각자의 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정답은 없다. 태도만이 존재한다.
인생은 문제집이 아니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리는 이야기다. 하루를 대하는 자세, 사람을 대하는 마음, 실패를 품는 법, 기쁨을 오래 간직하는 습관. 그것이 인생을 결정짓는다.
태도는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조차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견디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때로는 견딘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태도다. 외면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자세.
내가 본 진짜 멋진 사람들은, 항상 단정한 태도를 가졌다. 상황을 탓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 길을 걸었다. 그런 이들은 늦게 피어도 깊었다. 결코 조급하지 않았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오래도록 향기를 남겼다.
너도 그럴 수 있다. 오늘도. 늦었더라도, 지금부터. 태도는 언제나 지금부터 바꿀 수 있다. 지금의 너로 충분하다.
3장. 기다림은 인생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세상은 속도에 열광하지만, 인생은 기다림으로 깊어진다. 빠름을 찬양하는 사회 속에서, 기다림은 마치 낙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의미 있는 것은 언제나 기다림 끝에 온다.
누군가를 이해하기까지, 용서가 찾아오기까지, 상처가 아물기까지, 사랑이 완성되기까지.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줄이면 깊이도 사라진다.
나는 기다림의 품격을 알고 싶었다. 요양원에서, 느린 발걸음을 따라 걷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의 눈빛에는 ‘기다림의 연륜’이 담겨 있었다. 하루하루 쌓아온 침묵과 인내, 그것이 곧 삶이었다. 느림 속에 담긴 진심은 조급함 속의 성과보다 오래 남는다.
성장은 대체로 조용하고, 사랑은 대체로 천천히 익는다. 조급한 기대는 실망을 부르고, 빠른 판단은 오해를 낳는다.
너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잘 기다린 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믿는 방식이며, 사랑을 믿는 태도이다.
4장. 나 자신에게 가장 정직하라
거짓 없이 산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일이다. 특히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건 더 어렵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는 친절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가혹하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것, 네가 두려워하는 것, 네가 감추고 있는 것. 그것들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정직은 아프지만, 결국 나를 구한다.
나는 글을 쓰며 나 자신에게 매일 묻는다. "정말 이것이 너의 진심이냐?" 그 질문은 때로 날카롭고, 때로 나를 흔든다. 그러나 그 물음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스스로의 길을 걷고 있다.
세상은 외면을 장려한다. 포장된 말, 포장된 이미지, 포장된 관계. 하지만 결국, 가장 큰 힘은 정직함에서 온다. 나를 속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짜 용기가 생긴다.
너도 묻고 또 물어라. 너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너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거짓 없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요하지만 강력한 저항이다.
5장. 결국은 사랑이다
인생은 복잡해 보여도, 결국은 사랑 하나로 돌아간다. 수많은 갈등과 갈림길 속에서, 결국 남는 건 ‘사랑했느냐’는 물음이다.
사랑했던 기억, 사랑받았던 순간, 사랑하느라 버텼던 시간. 그것이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을 지킨다.
사랑은 거창한 게 아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있어주는 것, 사소한 말을 기억해주는 것, 떠날 수 있는 순간에도 머물러주는 것. 그런 순간들이 쌓여 인생이 된다.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면, 그게 정답이다. 누군가를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를 다시 사람답게 만든다.
에필로그: 내일을 살아갈 너에게
나는 지금도 매일을 버티며 산다. 글을 쓰고, 돌보고, 걷고, 웃고, 때론 울며.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다. 때론 지치고 때론 흔들려도, 이 길이 나의 길임을 안다.
너도 그럴 것이다. 어떤 날은 버겁고, 어떤 날은 길이 안 보이고. 어떤 날은 도무지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멈추지 말자. 네가 멈추지 않는 한, 삶은 계속된다.
너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 그리고 너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세상은 너를 안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버텨라.
그리고 언젠가, 너도 누군가를 안아주는 사람이 되길. 그날이 오면, 이 모든 날들이 의미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은이 소개
저는 전문 작가 글쓰는 김석용입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요양보호사로서, 작가로서, 매일 쓰고 버티고 또 사랑합니다. 일상의 순간에서 글감을 찾고,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울림 있는 문장을 적어내려 갑니다.
이 책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오늘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이 글이 작은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버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