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세상은 너를 안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버텨라
지은이: 김석용
프롤로그: 안아주지 않는 세상 앞에서
세상이 항상 따뜻하진 않다. 때로는 너를 밀어내고, 때로는 너의 등을 돌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네 존재가 투명해지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나는 마음속으로 되뇐다. “그래도 버텨야 한다.”
이 책은 위로가 아니라, 진심 어린 동행을 건네는 기록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온 당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응원의 방식은 글뿐이다. 안아주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서로를 안아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이 책을 너에게 건넨다. 단단한 말들, 조용한 문장들, 그리고 부드럽지만 깊은 온기로.
세상은 결코 우리의 고단함을 대변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고단함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쓴다. 버틴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에 다정한 손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같은 고개를 넘고 있는 존재들이기에.
1장. 외로움은 출발선이다
처음부터 모두가 함께하지 않는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고요한 외딴섬에 남겨둔다. 어떤 날은 네가 혼자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질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말 한마디 건넬 이가 없고, 그 어떤 위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외로움은 때로는 거대한 파도처럼 너를 덮칠 것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혼자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음속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진짜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선다는 것, 그건 분명 약한 것이 아니라 단단해지기 위한 준비다. 의지할 이 없는 시간은 너를 더 깊고 넓게 만든다.
내가 요양원에서 만나는 어르신들도 오래도록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해왔다. 그들의 침묵은 고독의 시간이 얼마나 깊은지 말해준다. 그리고 그 시간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삶의 내공이 되어 있었다. 그들을 보며 나는 배운다. 외로움은 곧 인생의 시작점이라는 것.
지금 너의 외로움이 언젠가 누군가의 따뜻한 말을 품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외로움은 반드시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이 되기 위한 여정이다.
2장. 인정받지 않아도 빛나는 사람
우리는 자주 누군가의 인정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잘했다는 말, 고맙다는 한 마디, 네 덕분이야— 그런 말들이 얼마나 우리를 살게 하는지 잘 안다. 하지만 모든 날이 그런 말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가 없다고 해서 네가 옳지 않은 건 아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낸 하루, 그것이 바로 너를 빛나게 한다. 조용히 쌓은 시간은 언젠가 반드시 너의 편이 된다.
나는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삶에서 진짜 빛을 본다. 이름 없이 오래된 현관을 닦는 손, 무릎 아픈데도 아침밥을 짓는 어머니의 손, 늦은 밤 조용히 퇴근하는 택배기사의 뒷모습. 그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삶을 가장 반듯하게 살아내는 이들이다.
빛이란 건 결국, 외부에서 비추어지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너의 고요한 성실함, 묵묵한 하루들이 언젠가는 누군가의 빛이 된다. 인정은 때로 오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은 오래 간다.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인정하게 된다.
3장. 무너지지 말고, 쉬어라
우리는 늘 버텨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산다. 참아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완전히 무너져버릴 위험에 빠진다.
무너지기 전에 잠시 쉬어도 된다.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짜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먼저 나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한 발 물러서는 일이 나약함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은 가장 단단한 용기다. 쉼은 나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다.
요양원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쉼의 가치를 배운다. 하루 종일 움직이던 분이 오후 햇살 아래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세상과 화해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그 고요한 모습이 나에게도 쉼을 건넨다.
당신도 잠시 쉬어도 좋다. 그 쉼은 결코 멈춤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숨 고르기다. 누워서 하늘을 보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지금 이 순간만은, 나를 위해 쉴 수 있다.”
4장. 말없이 버틴다는 것
말로 다 할 수 없는 날들이 있다. 설명하려 해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생각들. 그런 것들을 품고 살아가는 날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조용히 버티는 법을 배운다.
말없이 견딘 날들이 결국 너를 만든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시간들, 조용히 흐느끼던 밤, 그런 순간이 쌓여 네 마음에 깊이를 준다. 말이 없다고 해서, 존재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고요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졌다.
나는 요양원의 어르신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 진실을 배운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그분의 눈빛에서 나는 이야기보다 더 깊은 인생을 읽는다. 침묵 속에도 전해지는 것은 있다. 그것은 외면하지 않고 살아낸 사람의 깊이에서 나온다.
말없이 살아내는 모든 하루가 너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묻는다. “넌 어떻게 이겨냈니?” 그때 너는 아마 말없이 웃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냥, 조용히 버텼어.” 그 말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이야기다.
5장. 비틀거리며도, 전진
삶은 단 한 번의 직선이 아니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잃고, 중심을 잃고, 자신을 잃는다. 때로는 무엇이 맞는지조차 모르고, 오히려 확신을 가졌던 길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비틀거린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비틀거리는 것은 쓰러지는 것과 다르다.
비틀거리는 사람은 여전히 움직이는 사람이다. 방향은 느려도, 때론 잘못된 길이라 해도, 걷고 있다는 건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사람은 결국, 길을 찾는다. 그것이 삶의 진실이다.
길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러나고 돌아가는 시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다시 걸어가며 생기는 상처들. 그 모든 것이 길의 일부다. 실패는 멈춤이 아니라 전환이다. 실망했기에 진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 상처를 통해 성장하며, 후회를 통해 용서를 배운다.
그래서 비틀거리며도 전진하자. 그것이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다. 오늘도 한 걸음, 내일도 한 걸음.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틀거려도 괜찮다. 그 발자국은 결국 너만의 길이 된다.
6장. 네가 견디는 만큼, 누군가도 견디고 있다
사람은 쉽게 착각한다. 나만 힘들다고, 나만 고통 속에 있다고.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조용히 자신의 무게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말없이 견디는 이들, 눈물조차 삼킨 채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
그들은 티 내지 않는다. SNS에도 드러나지 않고, 드라마처럼 각색된 고백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더 드라마틱하다.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들의 고요한 버팀은 사회의 가장 깊은 뿌리를 지탱하는 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너처럼, 자신을 지켜내며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조급해하지도 마라.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네가 견디는 만큼, 누군가도 함께 견디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7장. 언젠가는 웃으며 말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이 시간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단지 웃기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기에 웃게 될 것이다.
“그때 내가 정말 힘들었지. 그런데 잘 버텼어.” 이 한마디에 담긴 모든 눈물과 용기, 그것이 인생의 증거다. 고통을 지나온 사람은, 말의 무게가 다르다. 그 무게가 깊이가 되고, 그 깊이가 곧 사람이 된다.
너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설명할 수 없고,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이 머릿속에 떠돌겠지만, 언젠가는 그 모든 퍼즐이 하나의 그림이 되어 너에게 말을 걸 것이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에필로그: 그래도, 버티자
세상은 너를 안아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너를 거절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세상은 무심할 뿐이다. 그 무심함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안고, 서로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버틴다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사랑이 없어도, 이해받지 못해도, 스스로를 지키는 일. 그게 버팀이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지나보내는 것.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너를 지켜낸다.
혼자라 느껴지는 밤에도, 위로받지 못한 하루 끝에도, 우리가 함께 이 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버티자. 그 말이 내일을 만든다.
작가 소개
저는 전문 작가 글쓰는 김석용입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요양보호사로서, 작가로서, 매일 쓰고 버티고 또 사랑합니다. 일상의 순간에서 글감을 찾고,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울림 있는 문장을 적어내려 갑니다.
이 책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오늘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이 글이 작은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버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