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글쓰기 / 에세이 김석용
오늘 아침,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글쓰기를 위한 나의 작은 공간을 밝힙니다. 책상 위에는 노트 한 권과 연필 한 자루가 놓여 있습니다. 수십 년간 변함없이 사용해온 도구들입니다.
글쓰기는 내게 기능을 연마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대장장이가 쇠를 달구듯, 목수가 나무를 다듬듯, 나는 언어라는 수수한 도구로 문장을 빚어냅니다. 이 원칙은 오랜 세월 동안 변함이 없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기술은 모든 것을 손쉽게 만들어줍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기술이 나타나 글쓰기를 배로 쉽게 만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글이 배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좋은 글은 여전히 수수하고 오래된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단어를 고르는 정성, 문장을 다듬는 인내, 생각을 깊이 파고드는 열정. 이런 것들은 어떤 기술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입니다.
가끔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화려한 문체와 인기를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세 그런 마음을 거둡니다. 내 글이 화려하지 않아도, 인기가 없어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오직 나만의 문체로 글쓰기를 하는 것,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입니다.
글쓰기는 유행을 쫓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문체를 모방하거나, 인기 있는 주제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그 여정에서 나는 쫓아가지도 않으며 안달하지도 않습니다.
창밖으로 계절이 변합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옵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옵니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나무는 묵묵히 자신의 나이테를 쌓아갑니다.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문장들이 결국 나만의 나이테가 됩니다.
종이 위에 펜을 대면 가끔은 두렵습니다. 백지를 채울 자신이 없을 때도 있고, 내 생각이 누군가에게 닿을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과 의문마저도 글쓰기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문장보다는 진실된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종종 막힐 때가 있습니다. 생각은 있는데 그것을 담아낼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할 때, 미처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뒤엉켜 있을 때. 그럴 때면 잠시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봅니다. 자연은 늘 그자리에 있으며, 묵묵히 자신의 속도로 변화합니다.
글쓰기도 그런 여유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억지로 쥐어짜내는 문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문장. 그것을 위해 나는 오늘도 기다림을 배웁니다.
나는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내 안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 닿음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글쓰기는 결국 한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숨 쉬듯, 밥 먹듯, 나는 글을 씁니다. 그것이 내가 이 시대를 살아내는 방식입니다. 화려한 말보다는 진실한 말을, 많은 말보다는 필요한 말을 하고자 합니다.
책장에는 오래된 노트들이 꽂혀 있습니다. 그 안에는 지난 세월 동안 써온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서툰 문장부터 조금은 나아진 문장까지. 그것들을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보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간 흔적들입니다.
오늘도 나는 글을 씁니다. 언어라는 수수하고 오래된 도구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내가 한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누군가를 따라가지 않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도 아닌, 오직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글쓰기의 길은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만납니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더 진실되게 표현하려 노력합니다. 그것이 작가로서의 나의 소명입니다.
시대는 변하고, 기술은 발전하지만 글쓰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것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입니다. 내 마음의 풍경을 글로 담아내고,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줄 때, 나는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글쓰기. 그것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묵묵한 실천입니다. 오늘도 나는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을 다해 써내려갑니다. 그것이 내가 이 시대를 살아내는, 가장 진실된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