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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사랑을 닮았다

에세이 김석용

by 화려한명사김석용

기다림은 사랑을 닮았다 / 에세이 김석용

기다림이란 단어는 언제나 조용히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그것은 조급하지 않으며, 소리 없이 깊어진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오래 머물러 있을 때, 기다림은 그 자리를 품어주는 따뜻한 담요가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기다림은 지루하고, 때로는 슬프고, 허망한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기다림은 우리가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가장 진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창가에 앉아 있는 할머니의 손끝에는 늘 어떤 마음이 맴돌고 있다.
아들이 온다며 머리 빗고 손톱을 다듬던 날, 그 설렘은 계절마저 잠시 멈춰 세운 듯했다.
하지만 오후가 지나고 해가 기울어도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어르신은 조용히 웃으셨다.
"괜찮아요. 내일쯤엔 오겠지요."
나는 그 말 속에 담긴 수많은 기다림을 읽었다.
그것은 단념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기다린다는 건 아직도 그 사람이 내 마음 안에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우리는 살아가며 무언가를 늘 기다린다.
봄이 오기를, 전화 한 통을, 좋아하는 이의 웃음을.
기다림이란 결국, 내 마음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신호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믿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기다린다.
때로는 기다리는 그 순간이, 오히려 만남보다 더 따뜻하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며, 마음의 풍경을 단단히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마음을 시험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독인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닿는 그날까지, 조용히 흐르는 시간을 안고 가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고, 사랑이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기다림은 멀리 있는 이에게 보내는 조용한 편지다.
말하지 않아도, 다 전해지는 그런 편지.
오늘도 그 편지를 쓰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봄 햇살 같은 하루가 머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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