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제부도, 고요한 바다를 함께 걷다 / 에세이 김석용
가족이라는 다정한 무게
가끔은 말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순간이 있다.
제부도 여행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큰처남 내외, 큰처형님, 둘째처남, 둘째처형님 내외, 셋째처남 내외, 막내처남 내외, 그리고 우리 부부.
80대부터 70대, 60대까지.
청춘은 저만치 물러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얼굴에는 지나온 세월의 깊이가 묻어났고,
말 없이도 통하는 정이 있었다.
제부도, 바다의 속도로 걷는 하루
제부도는 하루 두 번 바닷물이 갈라지며 길을 여는 섬이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자리한 이 고요한 섬은
삶의 빠른 리듬에서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쉼표 같은 곳이었다.
도착했을 때, 바닷길은 막 열리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앞서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모두가 서로의 속도에 발을 맞추며 천천히 갯벌을 걸었다.
말보다 풍경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었고,
그 조용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웃고, 머물렀다.
점심은 제부도 소라횟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로 속을 든든히 채웠다.
풍성한 바지락과 칼칼한 국물, 잘 익은 김치가 식탁을 꽉 채웠고,
“이 집 괜찮네” “국물 맛이 끝내줘” 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따뜻한 국 한 그릇이 마음 깊은 곳까지 번져갔다.
식사 후, ‘바다향기펜션’으로 이동해 짐을 풀었다.
넓은 창으로 바다가 들어오는 방에서
말없이 이불 속에 몸을 누였다.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았고,
누군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그저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저녁, 정이 깊어지는 식탁
저녁이 되자, 식탁 위에는 정겨운 음식이 하나둘 놓였다.
먼저, 갓 잡은 갑오징어를 댓처어 초장에 찍어 먹었다.
쫄깃한 식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 맛이 제부도지”라는 감탄이 흘렀다.
이내 김치 위에 올린 돼지수육과 홍어삼합이 등장했다.
세월의 무게가 담긴 맛, 그 맛을 안다는 건 살아온 세월을 공유한다는 뜻이었다.
막걸리 한 사발씩 오가며, 대화도 풀리기 시작했다.
젊은 날의 이야기, 부모로 살아온 시간, 지나온 고비들.
누구는 웃고, 누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구는 가만히 잔을 들었다.
그 밤, 우리는 피보다 가까운 사이처럼,
하나의 기억을 나누는 사람들로 함께 있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웃음이 뒤섞인 펜션의 밤,
제부도의 첫날이 그렇게 저물어갔다.
첫날 밤, 여운 속에 머물다
어둠이 내리고 불빛이 조용히 방 안을 감싸 안았다.
누구는 아직 이야기 속에 있었고,
누구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몸을 눕혔다.
모두가 편안했고, 모두가 느긋했다.
제부도에서의 2박 3일, 그 첫날 밤은
기억 속 가장 잔잔한 한 장면으로 남았다.
가족이란, 함께 있는 시간이 천천히 깊어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날, 바다를 함께 걷고
식탁에 둘러앉아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제부도의 밤은 고요했고, 우리의 마음도 그 고요 안에 닿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