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늙어간다는 건 함께 걸어가는 일 / 에세이 김석용
바닷길 위에서 마주한 마음의 대화
제부도의 바닷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린다.
물이 빠지고 길이 드러나는 그 신비한 시간처럼,
우리 마음도 조용히 열려 있었다.
이번 가족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삶과 죽음, 늙음과 그 이후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조용히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80세의 큰처남, 78세의 둘째처남, 같은 나이의 손위 동서,
75세 큰처형님, 73세 작은처형님, 70세 김천 처남,
그리고 나, 예순다섯의 남자.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모두가 ‘늙음’이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죽음을 말하는 저녁, 삶을 생각하는 아침
바지락칼국수를 나눠먹고, 갑오징어를 데쳐 초장에 찍어 먹던 저녁.
잔이 돌고, 웃음이 번지다가 문득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도 이제 여든이야.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지.”
큰처남의 한마디에, 말없이 잔을 들었다.
둘째처남도 고개를 끄덕였고, 처형님들은 오래된 기억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담담했고, 따뜻했다.
아프지 않고 떠났으면 좋겠다,
먼저 간 사람을 원망하지 말자는 이야기.
병상에서가 아니라, 이렇게 함께 여행하며 웃고 있는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좋은 준비라는 말.
삶의 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늙는다는 건 몸이 느려지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깊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노년의 여행, 기억이 머무는 곳
펜션에서 바라본 제부도의 바다는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 안엔 정적이 아니라 생의 농도가 진하게 담겨 있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날 존재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아 있다.
서로의 주름을 보며 지난 세월을 떠올리고,
함께 걸어온 삶을 되짚으며, 아직 오지 않은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늙음은 아름답다.
늙어간다는 건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일이다.
말없이 등을 지켜봐주는 이가 있고,
어느 저녁에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또 어느 아침에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눈을 뜬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