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하루의 끝, 마음을 건네는 일』 / 에세이 김석용
오전 8시 40분. 더캐슬 요양원 현관에 들어서며 나는 하루의 마음을 다잡는다.
밤을 함께 지킨 동료들이 조용히 건네는 인수인계는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1호실 어르신, 새벽에 잠을 자주 깨셨어요.”
“3호실은 어제보다 식사량이 줄었고요.”
그 짧은 보고 안에 한 사람의 밤이 담겨 있다. 나는 그 마음을 그대로 받는다.
9시 정각, 근무가 시작되면 내 하루도 본격적으로 열린다.
문을 하나하나 열며 인사를 건넨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매일 똑같이 들리는 말이지만, 마음만큼은 날마다 다르다.
어르신의 얼굴빛, 손짓, 기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하루의 컨디션을 살핀다.
잠결인 듯 눈만 뜬 분, 이미 침대에서 일어나 계신 분,
말은 없지만 눈동자가 내 쪽을 따라오는 분.
모든 반응엔 삶이 깃들어 있다.
세안을 도와드리고, 옷을 갈아입힌다.
손끝에 묻은 물기까지도 신경 써 닦아드리며 나는 바란다.
이 아침이 어르신께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다가가기를.
요양보호사의 일은 몸을 돕는 일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생활실 식탁으로 이동하는 시간, 휠체어나 보행기를 함께 잡고 조용히 걷는다.
서두르지 않고, 불편하지 않게.
자리에 앉으신 어르신들 앞에 식판을 놓아드리고, 반찬 위치도 익숙한 방향에 맞춘다.
한 분 한 분의 손이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리며 말한다.
“어르신, 천천히 드셔도 괜찮아요.”
이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함께 있음’의 증거가 되기를 바란다.
오후에는 프로그램 활동이 이어진다.
그림을 그리고, 색종이를 접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어르신들의 눈빛이 조금씩 밝아진다.
“내가 아직 이 정도는 하지.”
“그럼요. 어르신, 오늘 제일 멋지세요.”
웃음이 번지고, 그 속에 삶의 생기가 돌아온다.
작은 활동 하나에도, 살아온 날들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하루가 저물면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생활실도 조용해지고, 병실 복도에도 발소리가 줄어든다.
어르신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한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그 말은 어르신께 드리는 인사이자,
나 자신에게 건네는 하루의 위로이기도 하다.
요양보호사의 하루는 정해진 일과표대로 흘러가는 듯하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 섬세한 감정의 결을 읽어야 하는 일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누군가의 남은 시간을 곁에서 함께 살아주는 일.
나는 오늘도 더캐슬 요양원이라는 이 작은 우주 안에서
한 사람의 하루가 되었다.
저는 전문 블로거 더캐슬 요양원 지킴이 남자요양보호사 김석용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