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의 기억 속에 머물고 싶은가』

에세이 김석용

by 화려한명사김석용

『우리는 누구의 기억 속에 머물고 싶은가』 / 에세이 김석용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건 물건도 아니고, 업적도 아니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기억의 얼굴입니다.
나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그런 장면을 자주 마주합니다.
기억 속에서 잊히는 이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람들.
그 차이를 나는 자주 생각합니다.

한 어르신은 평생 선생님으로 살아오셨습니다.
이름 앞에 ‘선생님’이 붙던 날들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담임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분은 지금 말씀도 어려워지고, 눈빛도 가끔은 흐릿해졌지만
가끔, 누군가가 찾아와 손을 잡고 인사할 때면
표정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기억의 문은 닫혔지만, 그 사람의 온기만은 몸이 먼저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의 기억 속에 남게 될까."

지금 내가 매일같이 하는 일들,
조용히 기저귀를 갈고, 식사를 챙기고, 땀을 닦아주고,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순간들이
나중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어떤 감정으로 남게 될까.
고마움일까, 미안함일까, 혹은 그냥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할까.
그저 잠시 스쳐간 사람으로 잊히고 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믿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다가간 순간은, 반드시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고.
그게 꼭 내 이름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때 따뜻했던 사람”, “말없이 도와줬던 그 남자”
그렇게라도 남을 수 있다면,
나는 삶을 헛되이 살지 않은 것입니다.

삶은 언제나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기억은 때로 그 끝을 다시 시작으로 바꿉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는
결국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어르신을 모시며 생각합니다.
이분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셔도,
나는 이분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름을, 표정을, 웃음을.

기억은 사람을 다시 살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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