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에세이 김석용

by 화려한명사김석용

『나는 아직도 길을 걷고 있습니다』 / 에세이 김석용

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이제 다 이룬 거 아니냐"고, "이제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나는 대답합니다.
"나는 아직도 길을 걷고 있습니다."
쉬이 멈출 수 없는 마음,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 걸어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삶의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걷습니다.

스무 살, 길은 막연했습니다.
아버지가 남기신 무언의 삶을 따라, 어머니가 건넨 밥그릇 같은 사랑을 가슴에 품고 세상으로 나섰습니다.
젊음은 자주 흔들렸고, 어떤 날은 외면하고 싶은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서른 즈음엔 생계가 삶의 무게를 눌렀습니다.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아이를 키우고 부모를 모셔야 하는 순서 속에서
나는 '나'라는 존재를 한참 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내게 ‘뿌리’가 되어주었지요.

마흔을 넘기고, 쉰을 지나, 지금 나는
요양보호사로서 다시 걷고 있습니다.
늙어가는 분들의 손을 잡으며,
나는 그분들의 과거를 듣고, 현재를 함께 살고,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준비합니다.

누군가는 외롭고 힘든 일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 길 위에서 사랑을 배웠고, 존엄을 느꼈으며,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감정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몸은 조금씩 느려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
이제는 보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받으며 고맙다고 눈물짓는 어르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 이따금 손을 내밀어주는 손길,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인생의 한 장면이 되어 가슴속에 새겨집니다.

나는 아직도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 끝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어도,
이 길 위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내가 걸어온 길은 결코 곧거나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굴곡과 돌부리에,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이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의 등을 밀어주고,
누군가의 손을 잡으며,
내 몫의 걸음을 조용히 이어갑니다.

그래서 나는 말합니다.
"나는 아직도 길을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