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만 남고, ‘나’는 사라졌다

에세이 김석용

by 화려한명사김석용

역할만 남고, ‘나’는 사라졌다 / 에세이 김석용

삶은 때로 거대한 무대와 같습니다. 우리는 그 위에서 수많은 역할을 부여받고, 그 역할에 충실하고자 애씁니다. 아들, 딸, 부모, 직장인, 친구 등 셀 수 없는 이름표들이 우리 어깨 위에 놓이고, 우리는 그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모든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문득 의문이 듭니다. 이 많은 역할 뒤에 숨어있는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순간은 얼마나 되는가? 역할에 갇혀 진정한 나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지금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역할의 연속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는 누군가의 자녀이자 부모로서, 직장에서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서는 시민으로서 각기 다른 가면을 씁니다. 이런 역할들은 우리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 역할들이 너무나 무겁고, 우리를 옥죄어 오는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하려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리는 순간이 많습니다. 진정한 나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역할이 내는 소리만 크게 울립니다. 이런 삶은 마치 정교하게 짜인 기계 부품처럼,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만 그 안에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를 잃어버린 채 역할에만 몰두하는 삶은 결국 공허함을 남길 뿐입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역할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나'를 찾아야 합니다.

결론

우리의 삶에서 역할은 분명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역할이 '나'를 잠식해서는 안 됩니다. 역할 뒤에 숨겨진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그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잠시 역할의 짐을 내려놓고,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차 한 잔의 여유 속에서, 혹은 고요한 산책길에서, 내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역할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현재가 될 것입니다. 역할 속에 살아가는 우리지만, 그 역할 속에서도 '나'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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