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잊고 싶은 기억, 잊히지 않는 순간
글/김석용
살아가다 보면, 지우고 싶은 과거가 한 조각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애써 외면해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밤마다 내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기억.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거라 믿었지만, 오히려 그리움처럼 더욱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떤 기억은 슬프고 아팠던 날의 조각으로 남아 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의미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습니다. 때로는 잊으려 애쓸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것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지요.
우리는 왜 아픈 기억을 지우지 못할까요?
아마도 그 순간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끄러움, 후회, 상실, 그리고 슬픔. 그 모든 감정이 모여 나를 더 깊게 하고, 삶의 결을 세밀하게 새겨 놓았습니다.
아무도 몰래 눈물짓던 밤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소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잊고 싶었던 순간마저도 결국은 내 삶을 채우는 한 부분임을, 우리는 어느새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며 늘 잊고 싶은 것을 품고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사랑의 아픔을, 누군가는 가족과의 이별을, 또 누군가는 스스로의 실수를 가슴에 묻고 오늘을 살아냅니다. 잊지 못한 기억이란, 곧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겠지요.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건, 그만큼 치열하게 삶을 살아왔다는 증거입니다.
때로는 아픈 기억을 꼭 쥔 채로, 조용히 나 자신을 다독이며 내일을 향해 걸어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결국, 잊고 싶은 기억도 삶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 안에 남습니다.
잊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그 기억조차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흐르는 시간 위에 머무는 슬픔과 기쁨,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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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문득 떠오르는 잊히지 않는 순간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봅니다.
기억이 아물고, 시간이 흘러 상처가 희미해질 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조용한 용서와 따스한 성장입니다.
그리하여, 오늘도 우리는 한 걸음 더, 잊고 싶은 기억을 품은 채 삶의 길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