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작은 방에서 읽는 세상
글/김석용
하루의 끝, 작은 방에 앉아 책을 펼칩니다.
조용한 공간, 창문 너머로 스미는 저녁빛이 어깨 위에 가만히 내려앉습니다. 바깥 세상은 분주하게 흘러가지만, 이 작은 방 안에서는 오로지 한 줄의 문장, 한 권의 책이 나를 감쌉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나만의 피난처입니다.
현실의 고단함과 세상의 소음이 잠시 멀어지고, 낯선 나라의 골목, 오래된 시인의 속삭임, 누군가의 아픈 고백에 마음을 기댑니다. 문장 사이사이로 펼쳐지는 낯선 풍경, 잊혀진 계절, 미처 만져보지 못한 삶의 단면들이 조용히 다가옵니다.
작은 방은 좁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그 벽은 사라집니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에 새겨지는 새로운 세상, 가본 적 없는 거리와 이름 모를 사람들의 삶, 그리고 나 자신의 기억까지 조용히 불러냅니다. 책장 너머로 만나는 세상은 때론 위로가 되고, 때론 낯선 질문을 건넵니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책 속의 한 문장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합니다.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먼 곳을 만나는 일,
읽는다는 건 그저 한 권의 책을 덮는 일이 아닙니다.
지나온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날들, 사랑과 상실, 소망과 두려움이 모두 한 자리에 머무는 일입니다.
작은 방은 세상의 모든 풍경을 품고, 나는 그 안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책을 읽는 작은 방에서
나는 조금씩, 조용히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