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떠나는 일상 속 여행기
글 / 김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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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창문을 열자 바람이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낯선 향기를 품은 바람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만나는 이런 바람은 제게 여행의 설렘을 안겨줍니다. 굳이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여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일상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때로는 가장 신비로운 여행지가 되기도 합니다.
동네 빵집에서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납니다. 이 순간, 저는 파리의 어느 작은 베이커리 앞에 서 있습니다. 빵 굽는 냄새는 국경을 초월합니다. 매일 지나치던 그 골목길이 오늘따라 유럽의 어느 거리처럼 느껴집니다. 일상의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여행 중입니다. 떠나지 않고도 떠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마음의 여행이 주는 선물입니다.
서재의 책 한 권을 펼칩니다. 종이 냄새와 함께 저는 어느새 작가가 안내하는 낯선 도시로 들어섭니다. 히말라야의 설산을 오르기도 하고, 아마존의 정글을 헤매기도 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독서는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사치스러운 여행입니다. 몸은 여기 있지만, 영혼은 이미 세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이탈리아입니다. 토마토와 바질, 올리브오일이 만나 지중해의 바람을 불러옵니다. 내일은 태국의 향신료로 방콕의 거리를 재현해볼 생각입니다. 요리는 미각의 여행입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향을 맡고, 맛을 보는 모든 과정이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이 됩니다.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세계일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창밖 풍경은 새로운 그림을 선물합니다. 봄의 연둣빛 새싹,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같은 창문이지만 사계절 내내 다른 전시회가 열립니다. 자연이 그려내는 이 거대한 캔버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간여행자가 됩니다. 머물러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여행의 본질을 깨닫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습니다. 첼로의 선율이 흐르자 빈의 어느 콘서트홀에 앉아 있는 듯합니다. 재즈가 흘러나오면 뉴올리언스의 밤거리를 걷습니다. 보사노바의 리듬은 저를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음악은 가장 빠른 순간이동 수단입니다. 플레이리스트 하나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청각의 여행, 그 황홀함에 빠져봅니다.
여행은 꼭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입니다. 오늘도 저는 여행 중입니다. 아침 커피 한 잔에서 콜롬비아의 고원을 만나고, 점심 산책에서 도시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합니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풍요로운 여행, 그것이 일상이 선물하는 기적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여행자입니다. 단지 그 사실을 잊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의 여권을 펼치고, 일상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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