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감정의 비례곡선

by 김민아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혼자였으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그저 나로 족했다. 그냥 난 혼자였다. 이모는 언제나 집에 없었다. 난 혼자인 시간이 더 많았고 혼자인 것이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엄마는 누구나 그렇듯이 딸이 많으면 외롭지 않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본인에게도 적용하고 싶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켜켜이 쌓이는 추억과 감정들의 힘은 잊은 채.


아들을 키우면서 아들과 보낸 시간이 감정과 비례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와 첫 대면을 한 추억, 아이를 어렵게 키우면서 느낀 우여곡절의 시간, 내가 미숙하여 아이를 힘들게 한 그 시간들까지도 이 아이와 나 사이의 시간 안에 켜켜이 쌓여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간은 그만큼 중요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제 와서 다른 딸들과 엄마 사이를 흉내 내라고 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다른 딸들은 전화도 많이 하고 안부, 근황도 자주 묻는다고 하는데 왜 넌 안 그러니?라는 반문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내가 그래야 하나? 난 엄마와의 시간의, 감정의 추억이 없는데......


전화를 당연히 해야 하는 관계, 의무적으로 전화를 해야 하는 관계라는 생각에 어린 시절에는 꾸준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그저 나는 기다렸다. 엄마가 전화할 때까지 기다린 것 같다. 엄마 전화를 받고 속도 없이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없다. 나 또한 그 누군가의 엄마로의 삶을 10년 동안 살아왔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내 옆을 지키는 누군가와 나눌 이야기는 끝도 없지만 내 곁에 5년도 채 머물지 않은 사람과의 나눌 이야기는 끝이 나버린 것이다.


엄마와의 전화를 어느새 나는 무덤덤하게 받게 되었다. 걱정, 근심으로만 쌓이는 내용들이 난 싫었다.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 타인과 별 다를 것 없는 조언들이 난 싫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들, 신랑과 얘기하는 시간이 더 즐겁고, 행복했다.


아들 같은 딸. 대외적으로 난 그렇다. 아들 같은 딸이라니...... 그저 아들처럼 무뚝뚝한 딸이라는 의미다. 연락도 살갑게 하지 않는 그런 딸. 누군가에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깊은 딸. 아픈 손가락이면서 누군가에게 내놓지는 않는 그런 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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