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感情
이모가 암 4기라는 엄마의 전화 연락을 받았다. 엄마는 이모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내가 서울에 오길 바랐다. '무감정' 슬프지 않다. 왜 슬프지 않을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도 죽음을 앞둔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나인데 왜 난 지금 슬프지 않을까?
이모는 엄마 대신 나를 맡았다. 나는 언젠가 엄마랑 살 아이였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나는 항상 울타리 바깥에 존재했다. 이모의 가족에 끼지 못하고 언젠가는 떠날 아이였다.
엄마는 나를 떠넘긴 대가로 이모에게 돈을 쥐어 주었다. 엄마는 이모와 매일 싸우면서도 나를 데려가지 못했으며 나는 계속 맡겨진 채 돈은 엄마에게서 자꾸 이모한테로 빠져나갔다. 내 상황은 대학생이 될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내가 엄마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엄마는 나를 데려가서 살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그래서 엄마는 이모에게 그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대가를 치렀던 것이다.
이모와 나는 돈이 얽히지 않으면 성립이 안 되는 관계였다. 그저 가족으로 순순히 받아들여졌다면 내 감정도 더 풍부했을까? 내가 보살핌을 충분히 받았다면 이모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받아들여졌을까?
이모가 아프다는 얘기에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이모를 만나러 가면서 내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내가 가족을 만나 결혼을 앞둘 때까지도 난 이모의 가족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과 가족이 될 수 없었고 가족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이모는 내가 정을 붙이려 할 때 돈으로 나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엄마는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이모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 생소한 감정을 느끼며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