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교육혁명의 기원
#1
다른 은하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했다. 지구인들은 모든 힘을 다해 그들과 싸웠지만, 주요 도시들은 모두 점령되었다. 지구를 점령한 외계인들은 지구인들에게 ‘일체의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금지한다'는 한 가지 조건만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어떠한 간섭이나 폭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모처에 모여서 장시간 회의를 했다. 그들은 외계인의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외계인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
전 세계의 모든 학교, 학원, 그리고 수많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모두 폐쇄되었다. 모든 대학과 각종 학교의 교수, 부교수, 조교수, 명예교수, 석좌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대우교수, 특임교수, 연구교수, 객원교수, 강의중점교수, 교육전담교수, 산학협력교수, 전임강사, 시간강사, 기업교육 강사, 트레이너, 퍼실리테이터, 교관, 문화센터 강사, 학습지 교사, 그리고 학원과 교습소 교사, 초중고 교사,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등은 강제로 다른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 학생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집에서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중에는 더러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어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어떤 이는 학교는 원래부터 비생산적이기 때문에 없어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어찌 되었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3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과 떼래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학교나 학원, 온라인 교육 홈페이지를 없앤다고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의 매 순간순간이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임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소수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산발적으로 이어갔다. 놀랍게도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이에 따라 외계인들의 탄압과 방해도 점점 더 거세어져 갔다.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이어나가 던 사람들 중에 다수의 사람들이 외계인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잡혀가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4
외계인 침공에 의해 지구의 앞날이 불투명한 지금 시대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바야흐로 인류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시작되었다. 비록 외계인의 불가항력적인 힘에 대응하기 위해서 태동하였지만, 이제 교육이 인간 삶의 중심이 되는 교육중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 시대를 4차 교육혁명의 시대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