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하우스, 5도2촌, 러스틱라이프, 현실적인 이동시간을 알려드릴게요.
“수도권에서 한 시간거리 이내의 주말주택용 토지 구합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 1억 원 이하의 토지 구합니다.”
“집이 어딘데 최대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세컨하우스용 땅을 찾습니다.”
네이버 카페를 보면 이런 글들이 종종? 아니죠, 정말 수도 없이 많이 올라옵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보고 속으로 뜨끔 하시는 분도 분명 계실 거예요.
보통 세컨하우스는 멀면 안 되고, 한 시간 이내가 가장 좋다고 하니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색 신공을 조금만 발휘하셔도 조건에 맞는 땅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아실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이런 글에는 이상하게 선배님들이 친절하게 답변을 달아주시더군요.
“그런 땅이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우선 카페에 올라온 이전 글들을 먼저 검색해 보세요.”
“경기도 가장 끝에 있는 땅도 평당 100만원이에요.”
“서울 빠져나오는 데만 한 시간입니다.”
“그 돈이면 좋은 펜션 1,000번은 갑니다.”
모두들 자기도 다 찾아 봤지만 실망이 절망이 되고, 절망이 마침내 분노가 되어 아무나 붙잡고 ‘나한테 왜 그랬어!’ 하며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인가 봅니다.
하지만 10년차 선배인 저는 다릅니다. 실망단계의 글쓴이가 절망에 빠지기 전에 따뜻한 답글을 달아 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남 서천의 세컨하우스까지 173km인데 편도 두 시간 거리고요, 매주 다니고 있습니다. 거리는 중요하지 않으니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땅을 찾아보세요. 좀 더 멀리 보시면 꼭 원하시는 땅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네. 맞습니다. 너도 당해보라는 심보가 맞아요. 사실 더럽게 멉니다.
저도 당연히 처음에는 살고 있는 용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해의 바닷가를 목표로 정했으니 경기도 화성이 가장 가깝더군요. 잘 찾아보면 한 시간 남짓 하는 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화성, 당진, 태안, 서산, 안면도, 대천, 무창포...
땅이야 당연히 많았지요. 넘쳐나지요. 다만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특히 바닷가 쪽은 펜션 부지라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훨씬 비싸네요.
실망이 절망이 되어 슬슬 분노가 올라올 때 쯤, 문득 대학 때 전 여친이 알려주어 조개를 발가락으로 쓸어 담았던 충남 서천의 바닷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을 탐문해서 마침내 지금의 터를 만난 것이지요.
충남 서천의 춘장대 IC를 나와 10분 거리의 어촌 마을.
저의 세컨하우스 이야기는 뒤에서 더 많이 들려드릴 테지만, 멀긴 정말 무진장 멉니다.
이때는 아내에게 토지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평일 가장 한산한 시간을 골라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제한속도를 넘나들며 간신히 두 시간에 주파를 했었죠.
“거봐. 가깝지? 두 시간이면 완전 껌이야.”
어떠한 상황인지 대충 감이 오시죠? 어떻게든 설득시키려는 간절한 노력이었죠.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주말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편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최단 시간을 얘기해줍니다.
휴게소에서 오줌도 싸고, 군것질도 하고 차도 막히고 그럴 텐데 늘 가장 빨리 주파한 기록을 알려주죠.
근데 꼭 틀린 말은 아니에요.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을 뿐이죠.
“금요일 밤 늦게 출발하거나, 토요일 새벽 6시 이전에 출발할 것!”
“그리고 휴게소도 들리지 말 것!”
“오줌 마려우면 그냥 차에서 싸!”
눈치 채셨겠지만 제 경우 두 시간이 훨씬 넘게 걸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지난주는 가는데 4시간이 걸렸습니다. 올 때도 4시간이 걸렸습니다. 아...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줌은 마려운데 차는 막히고, 당은 떨어져서 힘도 없고 초조하고... 할 일은 많은데 차는 고속도로에서 움직이질 않으니 지치고 또 지치죠.
뒤에 탄 아들이 불평 없이 긴 잠을 자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밤잠이 없는 제가 혼자 서천으로 올 때는 대부분 아침 일찍, 또는 새벽에 출발하는데, 가족을 대동하거나, 중간에 지인을 태워 함께 내려올 때는 어쩔 수 없이 늦게 출발합니다.
그러면 여지없이 고속도로에 갇히게 되죠.
방법이 딱히 있을까요? 가족에게 나의 즐거움을 위해 새벽부터 움직이자고 강요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소모되는 그 시간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죠.
우선 제 경우 다른 곳 보다 거리는 멀었지만 충남 서천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를 나오면 바로 근처라는 점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운전의 질이 좋았습니다.
용인집을 나와 바로 고속도로를 탈 수 있었고, 또 고속도로를 나오면 금방 도착하는 곳이니 신호대기가 없어 운전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국도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1시간을 달리는 것하고, 멈추지 않고 다이렉트로 1시간을 달리는 운전의 피로도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레벨 3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시판되었죠? 이 레벨 3단계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달려도 되며, 레벨 2와 달리 핸들에서 손을 떼고 다른 것을 해도 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저와 같이 고속도로 주행이 대부분이라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고속도로에 올라타고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면, 이동시간 대부분을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거지요.
아마 그때는 도로가 막혀도 그리 짜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 운전이 힘들어질 때쯤 저는 무조건 이 레벨 3의 자율주행차를 구매할 계획입니다.
(참고로 레벨 4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은 아직은 이르지만, 레벨 3 단계는 이미 시작되었으니 이점 잘 생각해 보세요~!)
또한 저는 50% 정도는 혼자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차분한 90년대 발라드를 틀어 놓고, 오늘 할 일과, 앞으로 할 일, 또는 오늘 가서 촬영할 유튜브 영상도 기획하거나, 향후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도 늘 연구합니다.
가급적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 머릿속을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더군요.
이러한 시간은 꽤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획이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면 더욱 유용하고 말이죠. 이것이 제가 나름 유튜브를 오래하고 또 이렇게 집필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움직일 때는 아내와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를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가끔씩 아들이 뒤에서 우리 부부의 이야기에 참견할 때도 있지만, 얼마 못 가 잠이 들곤 하죠.
그래도 아들이 점점 우리의 얘기에 참견하며 적극적으로 끼어드는 모습이 참 좋더군요.
‘점점 더 커 가는구나. 우리 아들.’ 하고 말이지요.
만약 세컨하우스를 운용하고 싶은데 가까운 곳에 자리가 없다면 더 멀리 알아보시되 제 이야기를 참고하시어 이동시간의 질을 꼭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율주행시대 금방 옵니다. 고속도로 근처 강추해요~ ^^
단, 토요일 아침 8시를 넘겨 출발하면 교통체증의 지옥을 맛보실 것이니 최대 7시를 넘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누가 세컨하우스가 있는데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자랑하면 절대 믿지 마시고 속으로 욕하세요.
‘이런 구라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