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의 새싹 유튜버들이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날 알아보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하는데, 이 짓도 몇 년 하다 보면 나처럼 '사람들이 날 좀 알아봐 줬으면...'하는 속물로 변하게 된다.
아니지. 정확한 표현으로 "이제는! 좀 알아봐 줬으면..."이 맞겠다.
누구 나 알아봐 주는 사람 없나?
뭐 솔직히 연예인병까지는 아니고,(맞나?)
행여 술집에서 술에 잔뜩 취해 꽐라가 되어 고성을 지르더라도, '혹시 주변에 날 알아본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며 순식간에 알콜기운을 흩어버리는 정도?
또는 물건을 살 때 혹시 날 알아채는 사람이 있을까 미소를 잃지 않으려는 그런 정도?
이 정도 증세는 오래 앓아왔는데 아직까지 딱히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제는" 한 번쯤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것 아닌가? (연예인 병이 맞네. 맞아.)
그래도 지금까지 정말 길을 걷다 알아봐 주는 구독자는 딱 두 명이 있었다.
멀리 경남 창원에서, 그리고 또 한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에 가는 도중에.
진짜 길을 지나가다 "어? 혹시 케이맨님 아니세요?" 하는데.... 솔직히 너무 놀라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그저 당황해서 순간 아니라고 말할 뻔했다가, (아니라고 할 걸 그랬나?) 간신히 정신줄 붙들어 잡고,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게 인사만 건내고 휙 돌아섰다.
인사를 건낸 구독자님도 큰 용기를 내었을 텐데 나 때문에 오히려 민망했을 것이다.(그만큼 그 당시에는 나도 크게 당황했다. 길 가다가 나를 알아봐 주는 구독자가 있다니!!)
암튼 그 두분 덕에 연예인병 초기에 걸린 것은 사실이다.
더 재미난 것은 영상의 댓글로 전혀 예상치 못한 오래전 인연을 만난다는 것이다.
특히 지인들이 가끔 내 영상에 출연하여 얼굴을 노출할 때면, 영상이 업로드되고 여기저기 사람들한테 연락을 받거나(나 말고 지인이 받는다.), 아니면 댓글로 "혹시 출연하신분이 누구누구 아니세요?" 하는데, 이게 또 은근 기대하게 만드는 묘한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지인들도 내 영상에 출연하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
오래전 지나갔던 인연들?
잊고 지냈던 지인들?
헤어진 구 여친들?('들'에 강조)
4년차 유튜버인 나에게 그동안 이런 연락이나 댓글 얼마나 있었을까?
솔직히 말하건데 한 100명 정도?
쯤은 아는 체 할 줄 알았건만, 진짜로 거의 없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군대 후임인데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더라는...
내가 괴롭혔나...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속초 102여단 정병장님 아니신가요?" 하고 말을 건냈고 이후 답글도 달고 대화를 나누는데, 끝까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누구냐 넌?)
그리고 오촌 당숙 어르신. 어느날 오촌 당숙 어르신께서 내 유튜브 잘 보고 있다고 하시는데...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어찌나 부끄럽고 챙피하던지...(이 당시 아직 부모님께 들키지는 않았을 때라 무척 조심스러웠다.)
이게 끝이다. 아... 정말 너무하네... 진짜 이게 끝이다. 없다. 없어. 세상 잘못 살았어.
최소한 구 여친들('들' 강조)에게서 연락이라도 올 줄 알았는데!! 왜 아무도 없지?
함께 출연한 지인들은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심지어 외국에서도 연락이 온다는데, 왜 나는 정작 아무도 없냐고! 구 여친들아~ 용기를 내! 힘을 내! 할 수 있어!
그러하다. 결론은!!! 유튜브 컨텐츠를 정할때는 꼭! 구 여친들이 볼만한 주제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유튜브 컨텐츠 컨셉 때문이라는 비겁한 변명 시전 중)
내 채널은 45세 이상 남성 시청자가 대부분이라는 눈물나게 슬픈 현실이 오늘따라 밉다. 미워.(이렇게라도 생각하는 게 위로가 되겠지?)
참고로 ‘이 아저씨 이런 얘기 이렇게 막 해도 되나? 혹시 와이프가 보면 어떡하지?’ 하고 글쓴이의 목숨을 심히 우려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와이프는 내 브런치 글을 민망해서 절대 안 읽을 거라 100% 확신하기에 다시 한번 크게 외쳐본다.
구 여친들아. 용기를 내! 댓글을 달아줘!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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