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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준 Apr 01. 2016

지도교수님, 그리고 적성에 대한 이야기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꽤 인사이트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최근에 정리하고 있는데, 돌이켜보니 사실 (이런 수식어를 적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notorious한 필자의 지도교수님도 그러했다.. 월요일에 지도교수 면담을 봤는데 그날 했던 이야기 중 하나인 적성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아래 내용은 내가 개인적인 해석도 넣었기 때문에 교수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전달됫을수도 안됫을수도 있음.


일반적으로 우리는 전공(필자의 경우 반도체/회로/통신/디지털 등의 전자전기공학이라는 넓은) 분야에서 적성에 맞는걸 찾으려고 한다. 적성에 맞는걸 찾고, 그게 또 재밌고 좋아하는 분야라면 대학원이든 기업이든 가서 열심히 재밌고 행복하고 보람 있게 잘할 수 있겠지. 그런데 교수님의 의견은 사실 적성에 맞는 분야라는 것은 오랜 기간 찾아도 명확하게 알기 힘들다고 하신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가 인턴 했었던 P회사의 CTO님도 참고할만한 말씀해주신 게 있는데, "사실 35살쯤 되는 회사 아저씨들 중에서도 아직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한 사람도 많아요"라는 이야기] 그런데 단기간에 찾기 쉬운 것은 사실 적성에 안 맞는 것이며, 학부생이라면 오히려 적성에 안 맞는 것을 찾아 알아내어 걸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이다.



소거법의 의미이기도 한데, 우선적으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안 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궁극적으로 "너가 지금은 일단 열심히 해봐야 된다"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_= 학부생에게 위험한 것은 애매하게 노력해서 적당한 결과가 나왔을 때인데(교수님 죄송합니다 저번 학기 때 제가 그랬어요ㅠㅠ), 만약 대학원이든 기업이든 어디 가서 그 분야를 이제는 진지하게 노력해봤는데, 알고 봤더니 그 분야가 정말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분야였다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사실 이 부분은 작년 전자과 간담회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린스타트업과 Agile 방법론에 연관 지어 진로를 찾는 이야기 해주신 한 선배분(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ㅠㅠ)의 이야기. 워터폴의 경우 명확한 목적과 방법이 있을 때 유리한데, 사실 사람 일이라는 게 명확한 목적과 방법이 없거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 유용한 것이 애자일이라는 방법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명확한 답이 없기 때문에 워터폴보다는 애자일적인 측면에서 진로와 적성을 찾아야 된다는 맥락의 이야기. 특히 그분이 주목한 내용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뭔가를 했는데 실패했다면 "이건 안된다"라는 데이터를 얻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제가 Agile을 겉핥기로 배워서 틀린부분 좀 있을것같습니다ㅠㅠ


비슷한 맥락에서 교수님의 의견은, 만일 운 좋게 적성에 맞는걸 찾았다고 하더라도 학부생은 아직 배워나가는 와중이라는 점에서, "난 이게 아니면 안 돼, 앞으로 이 분야만 할 거야!!"도 위험하다고 말씀하신다. 목표를 갖고 거기에 투입하는 워터폴적인 방법은 배워나가는 와중인 학생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젊은 시절에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뭘 모르고 나중에 커서 대통령 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흔히 워터폴의 한계로 지적되는 이야기로, 막상 계획대로 해보니 고객들의 니즈와 달라서 결국 막판에 기획 엎어버리고 밤샘 코딩처럼, 내가 생각했던 꿈과 적성과 진로가 환상에 치우쳐있어 현실과 마주쳤을 때 괴리가 크다면 막판에 어떻게 되는가..


한편으로 생각해볼만한꺼리는 정말 열심히 한다라는 게 어디까지일까.. 돌이켜보니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정말 열심히 한 적은 있었나 모르겠다. 물론 큐브든 공부든 인턴이든 꽤 열심히 한적은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인턴 할 때 야근도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었고, 돌이켜보면 공부할 때 잠도 더 줄여가면서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었으며, 돌이켜보면 밥 먹으면서도 왼손으로 큐브 연습할 수 있었는데(진짜 그러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았었으며, 언제나 그것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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